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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청소 후기 -살림하는 사람 필독-

김성엽 |2006.09.24 15:41
조회 41 |추천 1

한동안 내 인생의 암흑기와 걸맞게

햇빛을 직방으로 보기 힘든 집들을 전전했었기 때문에

이사오기 전 내 소원은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빳빳하게 빨래를 말려 보는 것이었다.

 

북향집에 살 때

건너편 남향집에서 마당에 빨래를 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리고 결국 난 오랜 끝에

내 인생의 해뜰날 마냥

뜨는 해부터 지는 해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남서향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내 소원대로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빨래를 널을 수 있게 되었다.

 

볕을 충분이 받고 있는 빨래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빨래를 널다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빨래에 거뭇거뭇한 이물질이 묻어 나오는 것이었다.

 

빨래 양이 적어 수위를 낮게 했을 때,

즉 물살이 쎌 때는 검은 이물질이 더욱 자주 발견되었다.

 

 

 

허허... 이게 무슨 일인가;

 

수원에 살 때 구매해 뒀던 가루로 된 세탁조 크리너를 넣고

2시간씩 불려서 돌려봐도 그런 현상은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세탁조 크리너의 단점은 이물질들이 모두 배출이 안되고

다량이 세탁조에 남아 있어서 세탁을 할 때 둥둥 떠다닌다는 사실;

체로 그 이물질들을 건져내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어찌 되었건 세탁조 크리너는 문제도 해결이 안될 뿐더러

돌리고 나면 나만 더 고생을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루는 인터넷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세탁기를 분해해서 찍은 사진들을 보고

나는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저런 데다가 세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저게 무슨 세탁기야, 오염기지...

 

그리고 세탁기 청소 대행 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 군데를 확인해 보고 사람들의 평을 듣고

결국 가장 믿을만한 곳을 택하여 의뢰를 하게 되었다.

 

대행업체를 부르고 나서도 나는 생각했다.

"에이, 설마 인터넷에 나온 사진만 하겠어..."

 

토요일 아침

인상 좋은 두분의 아저씨께서 우리집을 방문해 주셨다.

 

세탁기가 오래 되긴 오래 됐는지

나사가 녹이 슬어서 나사를 푸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의뢰비용이 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라

원래는 내가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작업을 해볼까 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도 전문 장비가 없으면 분리를 할 수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포기를 하고, 이번에 분해하는 걸 찬찬히

본 다음 내가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고자 했다.

허헐... 나사도 잘 안풀리는데 내가 하긴 뭘 해;

괜히 손 댔으면 큰일날 번 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탁조 밑 부분의 세탁판을 분해하는 데는

신기하게 생긴 전기 드릴 같은 공구가 사용되었는데

혹이라도 가격이 너무 부담되어 직접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해보려 했으나 일단 장비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니 어서 마음을 접으라 말해주고 싶다.

 

 

결국 각고의 고생 끝에 나사를 자르고 세탁기를 분해했다.

-나중에 소정의 비용을 받고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레스 나사로 교체해 주셨다-

그리고 세탁조를 빼내는 순간 난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건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보다 더하면 더했지

별반 차이가 없잖아;

세탁조 크리너, 그거 홈쇼핑에서 광고할 땐

Before / After 해서 완전 말끔해지는 것처럼 보여주더니

완전 100% 사기다. 예방 차원에서는 어떨런지 몰라도...

 

 

세탁판 바닥에 낀 흰곰팡이의 모습.

 

 

세탁조를 빼낸 세탁기 내부의 모습. 어휴;

그리고 이제 하이라이트가 이어진다.

 

 

 

 

세탁조 밑부분이다. 말이 필요없다; 제기랄;

 

 

충격의 기념촬영을 마치고 아저씨들께서 청소를 시작하셨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솔과 수세미를 가지고

구석구석 청소해 주셨다.

역시 전문가들에게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달려달려-!!!

 

 

나중엔 저 세탁조 윗부분의 플라스틱과 먼지망까지 분해해서

모두 청소해 주셨다.

 

 

그리고 세탁조 이외의 세탁기의 내부는 물론

세탁기 외부까지 모두 청소를 해주셨다.

아저씨 나이스 서비스 감사-!

 

 

마지막으로 베란다 청소까지.

학생으로선 상당한 거금을 들이긴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시간이 넘는 대공사였다 ㅎㅎㅎ

아저씨들 감사합니다-

 

아우 그냥 내 속이 다 시원하네-!!!

 

아저씨들께서 가시면서 한두번은 청소후 부유물이

조금은 나올 수도 있다고 말씀 하셨다.

가시고 나서 그냥 빈 세탁기로 보통 빨래처럼 한번을 돌렸는데

돌아가는 물 속을 보니 아저씨의 말씀과는 달리 깔끔했다.

 

그렇게 빈 세탁기로 한번을 돌린 후,

아저씨들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느라

그간 밀렸던 빨래를 몽창 넣고 빨래를 시작했다.

 

근데 신기한 건... 세탁기 물살 소리가 달라진 것이 아닌가.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슈슉 슈슉 예전 세탁기에선 들을 수 없었던 물살 소리가 났다.

아마 세탁기를 청소하는 것이 세탁기 성능과도 관련이 되나보다.

 

마음까지 시원하게 세탁을 마치고 빨래를 널었다.

아... 몇년간을 저런 세탁기 속에서 빨래를 했으니

건강에 좋았을 턱이 있나...

믿었던 세탁기가 세균의 온상이었다니;

 

아무튼 거금을 들이긴 했지만 속이 다 후련하다.

 

이 글을 읽고,

우리집 세탁기도 퍽이나 오래 됐는데,

우리집 세탁기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우리집 세탁기에서도 (심지어) 검은 게 묻어 나오는데

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은 세탁조 청소를 적극 권하는 바이다.

아마 구입한지 5년이 넘고, 전혀 관리를 생각지 않았던

대부분의 세탁기의 상황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내게 연락을 주신다면 전화번호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건

세탁기 사용후엔 무조건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것.

생각을 해보시라... 그렇게 축축한 곳을

공기가 통하지 않게 뚜껑까지 닫아 버리면

얼마나 곰팡이가 환장을 하고 달라들겠는가를;

지들끼리 안에서 반상회를 하고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를;

 

난 이제 시원하게 세탁기 청소를 마쳤으니

2~3달 간격으로 세탁조 크리너나 한번씩 예방 차원으로 돌리고

항시 문을 열어두면서 쾌적한 세탁기를 유지해야겠다.

 

 

 

 

SPITZ

ロビンソン

(로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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