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은 좁고 번잡한 도시다. 전체 면적 가운데 사람이 살 만한 지대가 10퍼센트에 불과하고 거기에 인구 밀도까지 높아 사람에 치이고 부대끼는 느낌이 더하다. 그런데도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홍콩을 그토록 찾아오는 이유는 아마도 쇼핑과 야경, 요리, 놀거리, 그리고 동·서양 문화가 융합된 묘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이들 관광객에겐 2박 3일 정도면 홍콩은 충분히 볼 만하다고 하겠지만 사실 한번만 깊게 더 들어가면 하루 이틀로는 부족한, 눈에 보이지 않는 훌륭한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700만 홍콩인들이 스트레스 넘치는 이 곳 도시에서 북적대며 살아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해소책이 있다고 하면 좀 심한 말일까. 이 좁고 번잡한 홍콩에도 100킬로미터가 넘는 하이킹 코스가 있고 철새 떼가 모여드는 세계적인 자연 습지대가 있고, 또 260여 개의 섬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고 하면 적잖은 사람들이 놀란다.
홍콩은 `대도시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붙어있을 정도로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이런 등산 코스와 녹지대야말로 스트레스에 억눌린 홍콩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주말이면 많은 홍콩 사람들은 산행을 나선다. 한국에서 등산을 취미로 둔 사람이라면 홍콩 여행길에 쇼핑, 요리 여행 말고도 하루 정도 더 투자해 홍콩 사람들과 함께 하이킹에 나서볼 것을 권하고 싶다. 멀찌감치 빅토리아항의 마천루와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을 즐길 수있다.

제2구간을 트레킹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
4개의 긴 하이킹 코스
홍콩에는 우선 트레일(Trail)이라고 불리는 4개의 긴 하이킹 코스가 있다. 먼저 홍콩 섬을 동서로 달리는 홍콩 트레일(50킬로미터)과 구룡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맥리호스 트레일(100킬로미터), 란타우섬을 순환하는 란타우 트레일(70킬로미터), 홍콩섬에서 구룡반도를 종단, 신계에 이르는 윌슨 트레일(78킬로미터) 4곳이다. 맥리호스(MacLehose)는 제25대 영국 총독 머레이 맥리호스 경의 이름이고 윌슨(Wilson)은 제27대 총독의 이름이다.
각 트레일은 10∼12개 정도씩 3∼14킬로미터의 스테이지로 나눠져 있다. 분기점과 도착 지점에는 버스나 택시가 다니는 도로가 있어 교통도 매우 편리하다. 스테이지마다 지세 등을 감안, 난이도가 1∼5로 분류돼 있어 상황과 형편에 따라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도심 가까운 곳에서 시작 ‘매력’
홍콩 섬을 일주하는 홍콩 트레일의 매력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목이 우거지지 않아 먼 곳의 전망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장 쉽게는 `피크 서킷’ 코스가 홍콩을 처음 찾는 사람이면 한번 도전하기 좋은 곳이다. 도심 센트럴에서 시작해 빅토리아산을 한 바퀴 도는 8킬로미터의 이 코스는 도심의 번잡함을 피해 빅토리아항의 그림 같은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다.
홍콩 트레일의 마지막 8코스 드래곤스 백(Dragon’s Back 龍脊)은 홍콩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하이킹 코스 중 하나이다. 섹오도(石澳道)에서 출발, 토테이완(土地灣) 정자 옆에 있는 길을 따라 섹오 정상에 오른 뒤 산맥을 따라가면 시원하게 펼쳐진 남중국해와 주변 섬들을 볼 수 있다. 섹오 백사장과 골프장 경치도 그만이다. 타임지가 아시아 최고 하이킹 트랙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가장 어렵지만 그만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코스로는 단연 맥리호스 트레일이 꼽힌다. 구룡반도를 가로지르는 이 트레일은 전문 산악인들이 즐기지만 아마추어도 구간별로 도전해볼 수 있다.
구룡 동부 팍탐충(北潭涌)에서 시작되는 사이쿵(西貢) 웨스트와 사이쿵 이스트 코스가 이중 난이도 면에서 무난하고 바다와 호수 전망도 좋은 코스로 꼽힌다. 주변에는 자연 체험장이나 멜론농장, 맹글로브 숲, 농경 유적지 등이 있다. 사이쿵 해안에선 또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매년 11월 초 맥리호스 트레일에선 국제 자선봉사단체 옥스팜(Oxfam)이 주최하는 등반대회가 열린다. 네 명이 한 팀이 돼 100킬로미터 산길을 48시간 안에 쉬지 않고, 밤에도 손전등을 들고 완주하는 대회다.
참가 팀들은 국제 빈민구제 기부금으로 6천 홍콩달러를 내야 하지만 매년 1천 팀 가량이 신청서를 제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작년 대회에서 네팔인들로 구성된 팀이 11시간 57분으로 마의 12시간 벽을 깨고 우승하면서 4년 연속 우승을 독차지했다.
▶서울~홍콩 대한항공 매일 2회 운항(3시간 35분 소요)
▶부산~홍콩 대한항공 주 3회(수·금·일) 운항(3시간 2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