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주간 느낌표의 우리 문화재에 대한 코너(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다..;;)에선 동북공정의 문제와 함께, 고구려의 광대한 영토를 재조명한다는 취지 하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사실 따분한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오락 프로그램(느낌표는 좋은 내용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오락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 것은 처음이어서 그게 무척 고마웠다..
특히 동북공정에 대한 나름의 대처방안도 큼지막하게 화면에 새겨주는 센스는 대다수가 비전공자인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동북공정에 대한 중국 측 주장의 이의 제기 역시 나로선 이견이 있다만, 대승적인 차원에선 그냥 넘어가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고구려의 '광대한' 영토였다..
개인적으로 남방 한계선 역시 저렇게 내려오진 않았을 것 같다만, 그건 현행 국사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고, 또 삼국사기 지리지의 기록대로 이해하면 저런 모양이 되기에 일단 차치해두자..
그런데 만주 쪽은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고구려가 저렇게 광대한 영토를 보유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광개토왕비문의 64성 1400촌은 왕의 정복사업의 총결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동부여 복속 기사 다음에 나온다고 동부여를 공격했을 때의 영토에 한정짓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문맥을 보아도 동부여는 정복이 아니라, 단순한 복속의 대상이다..
북방 한계선은 별다른 근거도 없는 것 같고..
(하얼빈 근처에 있던 아성이 물길의 근거지임을 감안하면, 고구려의 북방한계는 하얼빈을 경계로 했을 것이다..)
서방 한계선 역시 고구려가 북경으로 진출했다는 기록은 없다..
그렇다면 당시 그 지역에 있던 북연은 무어란 말인가?
또 서북쪽으로도 뻗쳐진 영토 역시 문제가 많다..
일반 국민들은 모르지만, 실제 이 지역에는 수 많은 이종족들이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고구려와 교역을 한 적은 있어도, 대부분 나름의 독자적 생활을 영위했다고 나오므로 이는 지나친 비약이다..
요컨대 고구려의 영토는 과장이 심하단 거다..
고구려는 지금의 영토 만으로도 당시 동북아에서 최강의 제국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단순히 외적 하드웨어가 큰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과거의 실상이 밝혀지지도, 오늘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난 고구려가 한국사라 믿고 있고, 고구려사를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객관적 근거 없이 고구려의 영토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마치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진출했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는 임나일본부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 고구려의 아름다운 모습은 벽화에 나타나는 미술적 우수성,
그리고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성 축조 기술 등이 아닐까?
우린 그간 크기 콤플렉스에 빠져 이런 소중한 점들은 간과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느낌표가 이런 면을 좀 더 부각시켜줬음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허허...;;
외부로의 팽창만을 동경하는 웅비사관은 식민지시기를 거쳐 군사정부 독재를 겪으면서 우리들 머릿속에 뿌리깊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는 어려우나 즐거우나 나름의 삶을 영위했던 고구려인들의 삶을 왜곡하는 또 다른 폭력은 아닐까?
여하튼 느낌표의 동북공정 관련 방송은 재미있었고, 시도는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첫 시도이기에 실수도 있었을 것이다..
단 그것이 실수가 아니라 팽창주의적, 제국주의적 역사관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또 다른 비극이 되리란 점은 모두 인지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