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On The Road
저자 박준
"민순아, 너 태국 여행 갔을 때 카오산 로드라는 곳도 가봤어?"
"당근이지~ 거기서 일주일도 넘게 묵었는데? 왜?"
친구가 대뜸 방콕의 배낭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로드에 대해 물었다.
아, 벌써 2년 전일이다. 2주일 남짓 태국 배낭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길게 머물렀던 방콕의 카오산 로드. 일명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이며 얼핏 위험해 보일정도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곳. 저녁 때면 밖에 카오산 로드의 노천 음식점에서 기름진 쌀국수로 끼니를 때우고 근처 아무 펍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던 그곳.
며칠 머무르지 않았지만 한번 썰을 풀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는 그 거리. 바로 카오산로드이다.
맨 처음 태국 공항에서 내려 새벽에 도착한 그 거리는 여느 방콕시내와는 달리 한창 파티중이었다. 쇼크라고 해야하나.. 조용한 미소를 짓는 태국인들을 상상하던 나는 세상에 뭐 이런 곳이 다 있나..하고 무척 놀랐다. 그리고 무서웠다. 맥주병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유럽 배낭족들.. 길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죄다 마약일것 같은 지레짐작이 나를 겁주고 있었다. 카오산로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레게머리는 내게 금방이라도 시비를 걸 것처럼 쭈뼛쭈뼛했다.
하지만 태국의 이 도시 저 도시를 둘러보고 이제와서 그 때를 기억하자면 카오산로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카오산 로드는 태국이라는 나라 안에 있지만 결코 태국스럽지 않다. 뭐라 딱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는 그 독특한 별스러운 모습.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흐트러짐이 인상적이다.
2주의 배낭 여행을 하고나선 그 시간이 얼마나 긴 고생 내지 고행길이었는지 친구들을 모아놓고 열변을 토하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버린 이 책은 여행이라기 보단 거의 체류 수준에 가까운....그런다 카오산 로드에서 저자를 우연히 만나 들려준 이야기를 모아놓았다.
하지만 나를 부끄럽게 한건 체류기간이 아니다. 2주동안 여행의 깊이를 모두 체득한 사람마냥 우쭐해했던 내 자신이 우습다.
물론 오래 머물렀다고해서 더 많이 느낀다고도 말 할수는 없겠지만...
그렇지만.. 적어도 이 책의 장기 배낭여행자들은 2주동안 배낭 여행을 한 사람에게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있다.
이 책은... 아직 용기있게 배낭여행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설레임과 동경을.. 배낭여행의 즐거움을 이제 막 맛보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당장 비행기에 몸을 싣고싶은 충동을.. 이미 여행중독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는 보람을 안겨줄 것 같은.. 그런 책이다.
"만약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세게에 대해 알지 못했을 거야. 책으로 알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직접 보는 것과 달라.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이 있는지 알고 싶어."
"코리아는 몰라도 모기약 나눠주고 먹을 것 나눠 머긍면서 한 이틀 정도 버스를 같이 타면 다 친구가 돼요.......그러다 문득 하늘의 은하수를 봤는데...중략....그런데 그 순간, 물웅덩이 옆에서 볼리비아 사람들과 은하수를 본다는 게 가슴 시리게 기쁘더라고요. 조금 슬프기도 하고.."
"지난전 캄보디아 여행 때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강변에서 70대 서양 노부부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어요. '나도 저 자리에 꼭 아내와 하께 앉아봐야지..' 그 꿈을 이루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어요. 아내와 동행하게 돼 참 기뻐요."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50대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 중)
수 많은 태국의 풍경 사진들 속에 왜 내게 남겨진 카오산 로드는 없는 것일까. 다른 곳에서의 사진들이 비록 사라진다해도 카오산 로드 사진만 있다면 태국에서의 모든 기억들이 고스란히 고이 간직될 수 있었을텐데..
* 경고: 여행에 중독된 사람이나 이제 막 홀로 배낭여행의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읽으면 독이 될 수도 있음. 그런 사람들은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나서 당장 사표를 제출하거나 휴학을 결심하고 배낭을 꾸리면서 주위에서 미틴x 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할 수도 있음. 특히 여성 여행자들은 더더욱 금물. 여성 홀로 여행을 떠나기엔 이 세상은 너무 위험함.
그래도 굳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그런 당신들을 보며 질투와 부러움으로 어쩔줄을 몰라 사지를 사정없이 뒤틀고 있을 나를 생각하며 조금은 자제해주길..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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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고, 소중했던 태국에서의 시간들을 모른척 애써 외면하고 잘 견뎌왔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결국, 나에게 즐거움과 씁쓸함을 남기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