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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흐린 가을 하늘에 쓰는 편지

신수정 |2006.09.29 00:17
조회 37 |추천 1


 

첫눈을 기다리기엔 너무 이른가?

날씨가 많이 흐리네.

그래도 비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비는 너무 쓸쓸해.

가을엔 더 그래.

하긴..

비가 쓸쓸하지 않은 계절이 있었던가?

 

'내리는 눈밭에서' 라는 시..

미당 서정주는, 그렇게 노래했지.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런데 비는,

가을에 오는 비는,

나한테 자꾸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울어도 괜찮다.. 울어도 괜찮다..'

 

아직도 나는 그래.

냉장고에 붙여 놓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툭 하고 떨어질 때마다

그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너를 발견할 때마다

울고 싶어지지.

 

한 번쯤은

'눈이 따갑다.. 눈에 뭐가 들어갔다..'

그런 핑계 없이

목구멍이 따갑게 울어 봤으면.

 

짧다는 가을도 나한텐 너무 길고

이별도 나한텐 너무 길다.

 

 

 

창문을 열었더니

하늘이 바로 머리 위에 있네.

 

처음 우리가 사랑하게 됐을 때

니가 준 짧은 편지가 생각난다.

 

구름 낀 하늘을 찍은 사진 위에

넌 두꺼운 매직으로 그렇게 써 놓았지.

 

'이건, 흐린 가을 하늘에 쓰는 편지야,

나는 너를 좋아해.'

 

사랑한다는 말이

세상엔 그렇게도 흔한데,

넌 끝까지 좋아한다고만 말했어.

'좋아해. 좋아해.'

 

슬프다는 말이나

마음이 아프다는 말 대신

언제나 그렇게만 말했지.

'괜찮아. 괜찮아.'

 

비를 잔뜩 머금고도

빗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이런 하늘을 보면

니 생각이 나.

 

목까지 울음이 차 있어도

끝까지 괜찮다 말하던, 니 표정도 기억나.

 

두고두고 나를 미안하게 만들던 그 때의 니 얼굴이

이런 날엔..

가끔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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