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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2006, 테마로 보는 상영작 패키지

장훈 |2006.09.29 10:30
조회 398 |추천 2

어느덧 부산국제영화제의 열한 번째 배편이 항구에 정박해 항해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고동을 울려대고 있다. 올해의 경우 아시안필름마켓 2006의 장이 가세한 가운데 예년보다 더욱 풍성해진 부산국제영화제의 외양이 자칫 관람객들에겐 선택의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혼란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섞여있기도 하다. 때문에 섹션별 프로그래머들의 배려 섞인 몸놀림이 바빠졌다. 이러한 노고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테마별 상영작 패키지를 추려야 했다. 다음은 그 결실이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망설여지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대략의 ‘추천작모음’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

부산국제영화제는 가족단위의 관람객을 위한 상영작도 매년 준비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족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주목하길 바란다. 타이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인 콤핀 켐굼니르드의 는 와 유사한 전반부, 장대한 전투 씬이 펼쳐지는 후반부의 조합이 재미를 더해주는 애니메이션이다. 타이에서는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고, 코끼리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싱가폴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에드워드 푸의 역시 12 간지라는 동아시아 전래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가족영화다. 치기라 고이치의 와 호소다 마모루의 역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모험과 신비의 세계가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이다.

연인들에게는 두 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켈빈 통의 와 구마자와 나오토의 이 그것이다. 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의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유머스럽게 이야기하는 작품이며, 이와이 슌지가 기획하고 구마자와 나오토가 연출한 은 사랑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남자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한 것은 싫어 : 독특한 스타일 / 특별한 사연의 영화

영화제의 수많은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감독이나 작품을 발견하는 순간일 것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작품들이나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네텐 초클링의 는 부탄 영화이다. 과 로 잘 알려진 키엔체 노르부는 잠양 키엔체 왕포의 환생스님으로도 널리 알려진 감독이다. 키엔체 노르부와 함께 일했던 네텐 초클링 역시 고승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이다. 이쯤 되면 부탄에서는 고승 아니면 감독 명함 내밀기 힘들겠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다니엘 우(오언조)의 도 독특한 작품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다니엘 우의 감독데뷔작인 이 작품은 4명의 인기 배우가 밴드를 결성하여 런칭하고 인기를 얻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가를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다. 음반업계 내부의 치부까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만 유머 역시 잃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야마시타 노부히로를 연상시키는 젊은 감독이 등장했다. 의 이치이 마사히데가 바로 그다. 그의 데뷔작 은 유머와 함께 페이소스를 담고 있어 폭넓은 관객층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의 나카시마 데츠야는 로 국내에 알려진 감독이다. 처럼 역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그만의 판타지 세계는 매우 특별하다. 그런가 하면, 도미나가 마이의 역시 판타지 세계로 관객을 이끄는 작품이다. 일본의 판타지 영화가 서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즐거움을 안겨다 줄 것이다. 대만판 ‘펄프 픽션’ 쳉 유치에의 역시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판타지 장면이 어우러지는, 대만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벗어날 수 없는 유혹 : 거장과 중요 감독들의 작품

이름만으로도 반가운 감독들의 작품이 올해도 PIFF를 빛내 줄 예정이다. 로 일본영화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는 그의 첫 사무라이 극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츠카모토 신야는 에서 악몽탐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꿈속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역시 특별한데, 마츠다 류헤이가 주연을 맡았다.

차이밍량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의 신작은 미니멀화 되어가면서도 독특한 상징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리캉생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왕가웨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감독으로 손꼽히는 패트릭 탐이 17년 만에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이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그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은 인도를 배경으로 부부 여행자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인 작품으로 올 누드 씬이 등장하는 파격을 선보인다. 로 널리 알려진 바흐만 고바디의 신작 은 그의 두 번째 작품 와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쿠르드 족 이란인으로, 쿠르드족의 삶과 애환을 꾸준히 담아내고 있는 그의 이번 신작 역시 그의 전작들처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쿠르드족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보다 사적인 영화로 돌아왔다. 그의 부모님의 과거에서 영감을 받은 는 고다르가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영화의 본질에 대한 인식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영화의 핵심 인물인 가린 누그로호의 는 멜로영화의 외형을 띄고 있지만, 가믈란 음악의 신비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 주는 작품이다. 인도에서 작가영화의 길을 지켜 나가고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중의 한 사람인 무랄리 나이르의 신작 는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그가 새롭게 시작하는 ‘성장영화 3부작’ 중의 첫 번째 작품인 는 인도 작가영화의 저력을 보여 줄 것이다. 홍콩에서 가장 인기있는 감독에서 이제는 국제적으로 작가로 인정받기 시작한 조니 토의 는 그가 왜 대중과 비평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받는가를 증명 해 보일 것이다.


영화도 성장하고, 영화 속 인물도 성장하고 : 아시아의 성장영화

성장영화는 영화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주제의 영화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데, 성적 체험을 통하여 어른으로 성장하는 주제를 담은 영화는 잠쉐드 우스마노프의 (타지키스탄)와 파올로 비야루나/엘렌 라모스의 (필리핀)이 있다.
성장통을 앓는 이들의 고뇌는 성적 정체성의 문제(레스티 첸의 )로 나타나기도 하고, 공포의 체험(송요스 수그마카난의 ), 도시 속의 소외(웨이 티에의 )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을 알아나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보편적이다. 호유항의 (말레이지아), 로이스톤 탄의 (싱가폴) 등이 그 예이다. 반면에, 양헝의 (중국)에서는 어른이 되고픈 생각이 별로 없는 청소년들의 방황기를 그리고 있다.

아이들도 성장이 힘겹기는 마찬가지이다. 무랄리 나이르의 (인도)는 ‘운니’ 라는 초등학생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다만, 위 작품들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운니’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 성장영화들을 보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들의 성장통의 사회적 배경은 각기 다름을 알 수 있다.


여성의 세계/여성의 파워 : 아시아의 여성영화

아시아영화가 여성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성 감독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남성 감독들의 여성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남성 감독의 시점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작품으로는 다이 시지에의 (프랑스/중국)와 나카시마 데츠야의 (일본), 리컹록/웡칭포의 (홍콩), 후인 루우의 (베트남), 응오 꽝 하이의 (베트남)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남성의 굴레를 벗어나 자아를 되찾거나,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처럼 동성애를 통하여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가 하면, 주부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여성들도 있다(). 반면에 남성의 우월적, 성차별 시각이 여성을 어떻게 억누르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작품도 있다().

올해 베트남에서 초청된 두 편의 작품은 모두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는 모든 고난을 극복하는 베트남 여인상을 ‘아오자이’를 통해 상징화하고 있는 작품이고, 는 남성에 순종적인 전통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여성감독의 작품으로는 모모이 카오리의 (일본)과 탄 취무이의 (말레이지아)가 있다. 이들 작품 역시 남성에 의존적인 여성의 문제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나카무리 마유의 (일본)은 싱글 맘의 길을 선택하는, 일렉트라 콤플렉스에 빠진 소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사회를 들여다 보는 확대경 :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들

아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언어, 문화양식 만큼이나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많이 안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영화인들이 그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락샨 바니 에테마드/모흐센 압돌바합의 (이란)는 마약에 중독된 젊은 여성과 그녀를 마약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을 담은 작품이다. 그 동안 다큐멘터리에서 이란의 마약문제를 다룬 바 있지만, 장편 극영화에서 이렇게 신랄하게 다루기는 처음이다. 바흐만 고바디의 (이란)은 그의 전작들이 그러했듯이 쿠르드족의 처참한 현실을 블랙 유머와 함께 담도 있다. 특히 고바디의 를 기억하시는 관객들은 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프리 제투리안의 (필리핀)는 불법 사행성 도박의 폐해를 그리고 있으며, 왕 차오의 (중국)와 웨이 티에의 (중국)는 도시화의 그늘에 가린 소시민의 소외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카비르 칸의 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인도의 접경지역에서 아직도 진행 중인 내전의 혼란과 비극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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