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떠나는 여행의 기술 - 변하지 않는 것은 '보물'이 됩니다
우리의 '옛 것을 찾아가는 길'은 놀이로 떠나는 여행과는 구별됩니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조심스레 숨을 고르고 찾아가는 길입니다. 어느 마을이건 마을 어귀를 돌아서면, 늙은 어미들이 여전히 부지런하고 고집스런 아비들이 조금은 허전한 마을을 우직하게도 지키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보물된다고 합니다.
햇살이 들이치는 마루 턱에 앉아 있는 늙은 아비에게 그간의 세월을 귀동냥 해 보면 어떨까여. 이제는 고운 꽃향이 지고만 주름진 어미의 시집살이도 물어 봅니다. 그래 고향집 가는 길은 지나간 세월 고생하며 살아온 우리네 늙은 부모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길입니다.
그저 하냥 내 부모를 만나러 가는 길처럼 마음을 열고 찾아가면 푸근라고 편안한 우리 부모세대들의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여행입니다. 요즘에야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들어 조금은 맛이 떨어지기고, 조금 구챦은 내색이 없진 않지만, 우리 어미와 아비가 살던 고향마을의 어르신들의 속내는 여전히 푸근합니다. 도시 깍쟁이들 마냥 호들갑을 떨 것없이, 사드락 사드락 어린 시절 뒤놀던 골목길을 가족들과 함게 거닐어 보면 그만 옛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납니다. 귀웃 기웃 열러진 대문간에 들어서며 먼저 '어서 왔습네'하고 안부를 여쭙는 게 고향마을을 찾는 예절입니다. 무심하게 뚝뚝하게 객을 맞지만, 홀로 지낸 어른 들의 속내는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서울이 고향인 '서울내기'분들은 간혹, 고향을 찾는 이들을 부러워하기도합니다. 이제 긴 연휴가 시작되엇습니다. 차례를 지내고 찾아 보아도 좋고, 사진을 좋아하면 명절 전후의 고향풍경을 담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여행입니다.
대부분의 고향마을에서는 설날, 대보름, 한가위 명절 전후로 우리네 풍속을 살린 잔치를 벌이기도 합니다. 한복 차림으로 동네를 걸어가는 꼬마아이들의 모습도 마을과 어울려 한 폭을그림을 만드렁 내기도 합니다. 명절 전후, 고향없는 '서울내기'나 밀리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잠시 두러보기에 좋은 고향마을 몇곳을소개합니다.
고향집 가는 길
고향집에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을 앞 평들에는 잘 익은 벼들이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허리 굽은 낮은 담장 아래에도 색색의 과실들이 주렁주렁 메어 달립니다. 따스한 가을볕 한 자락을 배고 고양이 한 마리가 졸음에 누워지고, 내 부모는 하냥 버선발로 우리를 반깁니다.
아리게 다가오는 고향집 풍경. 이 가을, 평생을 자식만 바라보고 살아온 고집스런 늙은 아비와 늘 따스한 어머니의 살아온 이야기에 들으려 고향으로 달려봅니다. 짙은 엘로우 빛빛으로 기억되는 고향마을의 은행나무뫄 살가운 풍경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충남 아산골의 외암리 고향마을
충청도 땅 아산골 외암(外巖)리는 우리네 어머니의 주름진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고향마을입니다. 아산땅과 천안땅의 경계에 있는 외진 동리로 곳곳에 지난 시절의 손때 묻은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즈막한 산등성이를 등에 지고 들어앉은 품이 아늑하고, 둘레를 돌아 앞녘으로 흐르는 실개울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마을로 들어서려면 앞내를 건너는데, 다리를 건너 왼편으로 소나무 숲과 아담한 정자가 있고, 담장길을 따라 키 작은 꽃들이 수줍게 봉우리를 터트립니다. 아랫녘 마을에서 꽃띠 열여섯에 시집 온 어미가 명절을 맞아 찾아올 식구들을 맞을 양으로 굽은 몸을 애써 몸을 놀립니다. 볕이 들이치는 마루턱에는 그만 세월을 놓아버린 아비가 야트막하게 쌓아올린 돌담 너머로 먼 시선을 둘뿐입니다.
외암마을은 낮은 돌담이 온동리를 한 룰로 엮어놓은 품입니다. 마을이 생기면서부터 손품을 들여쌓은 돌담은 그리 높지 아니하고 나지막합니다. 오랜 동안 한 식구 한 동리를 얽어 울을 이루어 주던 돌담. 그래 이끼 긴 돌담에 세월만큼 수많은 우리네의 가족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마을은 아산에서 공주로 가는 39번국도 변에 자리하고 합니다.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21번 국도를 거쳐 온양온천방향으로, 39번 국도를 약 6㎞ 가다가 송악외곽도로 진입통로를 지나면 외암리 마을의 이정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근방에 현충사와 민속박물관을 비롯해 아산온천과 도고온천 등이 1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그만입니다.
전남 순천 낙안읍성 마을
선선한 가을 바람에 붉은 홍시가 메달릴 즘이면, ‘남도음식문화대축제’가 열리는 낙안읍성마을도 아랫녁 남도의 색깔을 그래로 지닌 대표적인 고향마을입니다. 한 입 베어 문 단감 씨알을 투투 뱉어내며 걸으면 그만 좋은, 맛깔 나는 남도의 길. 남도 특유의 넉넉한 인심은 투박한 손맛이 곰삭아 심심치가 않고 짭쪼롬하게 남아있습니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내쳐 달리다 순천 못 미쳐 승주 나들목으로 빠져 839번, 857번 지방도를 번갈아 달리면 오른쪽으로 바로 낙안읍성마을이 보입니다. 낙안읍성마을을 성읍이어서,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읍성들 가운데 보존이 가장 잘 된 옛 성읍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동글동글한 초가집의 옛 정취가 고즈넉하고, 아직도 주민들이 그래로 주거하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특색입니다. 성안의 마을에는 100여 가구의 민가들이 있는데, 우리네 살림살이의 온전한 모냥새의 초가집이 옹기종기 들어앉은 모습은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참으로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냅니다. 올해도 10월 18일부터 23일까지 ‘남도음식문화대축제’가 열립니다. 알싸한 남도의 맛과 멋을 느끼기에 충분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경북 안동 양반골 하회마을
안동은 선비들의 정신이 오롯하게 살아있는 선비골. 낙동강을 끼고 자리한 그 수려한 자연경관만큼 흠집이 없는 곳입니다. 수백 년 세월을 이어온 선비들의 올곧은 정신이 곳곳에 뿌리 내려 있어, 젊잖은 기품이 그대로입니다. 아직도 큰 기침 꼬내 하던 양반네의 살림을 꾸리고 아직도 고집스럽게 남아 있습니다. 하회는 풍산 유씨의 집성촌인데, 풍산 유씨 대종가인 양진당, 서애 유성룡의 종택 충효당, 북촌댁, 남촌댁, 하동고택 등 세월에 바랜 먹기와와 닳고 닳은 툇마루에도 선비들의 정신이 눅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또 마을 맞은 편에는 기암절벽 부용대를 중심으로 겸암정사와 옥연정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하늘을 배경으로 버티어선 기암절벽 부용대에 올라 발치 아래 마을을 휘도는 물길까지 내려 보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문막을 지나 중앙고속도로만종분기점에서 제천, 안동 방향으로 달린다. 서안동 나들목 빠져 나오자마자 좌회전하면 하회마을로 향하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경북 영덕 괴시리 마을
대게로 유명한 영덕 영해면에도 전통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남 사람의 당당함을 과시하는 괴시리 마을은 고려 말 목은 이색의 출생지이자 조선시대 영양 남씨들이 400년간 세거한 집성촌입니다. 양반 마을의 위상을 드러내듯 초가집 한 채 없이 고색창연한 기와집의 풍채가 의젓합니다. 마을 골목골목을 돌아들면 제법 풍채가 나는 솟을대문들이 높은 하늘을 받치고 서 잇습니다. 또 마을 뒷동산에는 짙푸른 소나무가 마을의 기품을 더해 주고 마을 입구 당산나무 아래 단아한 사당은 영화의 세월 속에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선비의 고집이 남아있다.
골목골목을 기웃대다보면 허리 휜 어미들이 지팡이를 대신하여 끌고 다니는 낡은 유모차가 하나씩 서 있는데, 이즘 고향마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못내 속이 아립니다.
대문이 활짝 열린 집을 기웃해 보면, 늙은 어미가 선선하게 객을 맞아주는 인심좋은 마을입니다. 잊고 살던 우리네 어른들의 살림살이가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괴시리 마을은 축산항에서 바로 한 발치 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