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부와 사회공헌을 이끌어 내려면
박종규 (기업사회공헌연구소 소장)
경제력 증대와 함께 최근 우리 사회에는 기부, 봉사, 자선, 사회공헌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들이며 매우 바람직한 현상들이다. 필자는 종종 ‘사회공헌’의 사전적 의미와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사전에 나와 있지도 않고 그 정의 또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질문자들의 질문 이유이다.
필자 나름대로의 사회공헌에 대한 정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과제들의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그리고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발적’이란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선과 공익성을 특히 강조한 것이다.
산업의 발달로 경제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으며 그에 비례하여 사회의 제반 문제점과 과제 또한 매우 다양해졌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사회문제들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 하겠다. 그러나 정부가 이 모든 것들을 다 책임지고 해결할 수는 없다.정부 이외의 다른 경제주체들이 협조하지 않고는 이 복잡다기화된 사회의 제반 과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러면 여기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주체들을 한번 열거해 보기로 하자.
1.정부(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포함) 2.종교기관 3.NPO, NGO 4.개인 5.기업
이 밖에도 문중이라든가 동창회 등 비공식 소규모의 집단이 있겠지만, 대체로 위의 열거한 다섯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5대 주체라 할 수 있겠다.
이들 중 1,2,3번은 비영리 기구로써 당연히 사회기여를 해야 하는 조직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사회공헌이란 그들의 존재 이유이며 미션이다.
그래서 지금껏 자선활동은 전통적으로 정부와 종교기관이 전담해 왔으며,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많은 유럽 국가들은 오늘날에도 정부가 모든 사회복지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정부(제1섹터), 기업(제2섹터)에 이어 소위 제3섹터로 불리는 NGO, NPO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의 하나로 성장하였으며, 날로 그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있다.
나머지 4번과 5번, 즉 개인과 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기여에 끌어 들이는 것이 제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2,3번은 앞서도 말했듯이 당연히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 조직이지만, 개인과 기업은 비영리 조직이 아니므로 그들에게 합법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것 이외는 사회공헌을 강요할 수가 없다.
그러면 이들을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 개인의 유인책은 필자 외에도 이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해서만 논의해 보고자 한다.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올바른 이해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적 집단이며 이윤추구가 그 존재 목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기업에게 1,2,3번과 같은 잣대로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존립목적에 맞지 않다.
필자는 앞서 사회공헌에 대한 정의에서 ‘사회공헌이란.......댓가를 요구하지 않고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기업사회공헌의 경우 ‘댓가를 요구하지 않고’라는 부분은 해당되지 않는다. 기업은 경영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 자원을 투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경제합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신의 돈이나 물적 자본을 타인에게 아무 대가 없이 투입한다면 일반적으로 합리적이라 할 수 없지만, 개인의 경우 그로 인해 본인이 심적 만족을 얻었다면 경제학에서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기업의 경우에는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한 기업이 최대이윤을 확보할 경우에만 경제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CSR이론에 근거한 시대적 조류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경제적 책임, 윤리적 책임(윤리경영), 자선적 책임(사회공헌) 등 3가지를 말한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기업은 1차적 책임인 기업행위(경제적 책임) 그 자체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즉, 기업은 고용창출과 양질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하는 것,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 등으로 이미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시장경제의 확대, 디지털 혁명, 그리고 세계화 추세에 따른 빈부격차의 심화로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이 시작되면서 사회문제의 핵심인 사회복지체계와 건전한 분배구조를 위해서는 기업이 경제적 책임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며,윤리경영과 사회공헌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어떤 조직이든 힘이 커지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요구와 기대가 정비례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국가와 시장, 즉 정부와 기업이라는 2개의 축이 힘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대개 정부가 항상 힘의 우위에 있지만, 자본주의 발달로 기업은 날로 그 힘이 커지고 있다. 몇년 전 미국의 촛불재단(Points of Light Foundation)이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이를 반증하고 있다.제반 사회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조직을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업’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2%로 1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기대가 사회적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 기업과 사회 간에 갈등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Legitimacy Gap'이라고 한다.이 갈등이 증폭되면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기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는 살아남기 힘들다.
둘째, 사회공헌이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영전략으로서의 사회공헌(Strategic Philanthropy)이 필수라는 사실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출현 이후 경제적 생태계에서 지배적 종(種)은 기업이다. 생태계에서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듯이 기업도 글로벌 환경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인지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렇듯 정글의 법칙이 냉혹하게 적용되는 현실에서는 우량기업만이 살아남게 되는데, 우량기업의 조건은 지속가능경영과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성의 구성요소로는 경제, 환경, 사회 등 3가지를 말한다. 이것은 CSR과 유사한 개념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신종 투자기법인 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사회적 책임투자)가 보편화되어 있다. 종래의 자본시장에서는 기업을 재무적(경제적)측면에서만 평가하였으나 이제는 그에 더하여 사회기여를 얼마나 하는지가 평가의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포춘지가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순위를 평가하는 8개 항목에는 사회공헌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어 있으며 다우존스의 지속가능성 지수(DJSI) 역시 사회공헌 실적을 높은 비중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경영전략이 되어 버렸다.
경영전략으로서의 사회공헌활동
기업은 자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영전략으로서의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기부와 기여를 이끌어 내려면 이러한 기업의 속성을 이해하고 또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즉 기업이 잘 발달한 나라일수록 사회공헌과 윤리경영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이 그 좋은 예다. 미국은 자본주의 종주국으로서 그 왕성한 기업 활동만큼 사회공헌활동 또한 활발하고 다양하다.
포춘지가 뽑는 ‘Global Most Admired Companies'에 선정된 기업들을 살펴보면 거의 예외 없이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캔터(Rosabeth Moss Kanter)교수는 ‘미국이 강한 것은 기업정신과 봉사정신(사회공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지금 미국은 기업정신과 사회적 가치가 강력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기업부문과 사회부문의 새로운 연대가 기업에 활력을 주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도 기업과 사회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여 동반자적인 파트너십으로 윈윈의 길을 함께 모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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