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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공홍식 |2006.10.03 02:04
조회 28 |추천 0


'서른 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아스팔트 위로 돌연 굵은 빗방울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거리를 걷던 행인들이 일제히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펼쳐 든다.

모두들 오늘의 일기 예보를 충실히 숙지한 채 길을 나섰나 보다.

거리는 곧 색색의 우산들로 물결을 이룬다.

나에게는 우산이 없다.

예측 불가능한 인생을 사는 것은, 오로지 나뿐인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유리로 된 자동문이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다.

곤두박칠치듯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무늬 없는 7cm 검정 하이힐이 주저하듯 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을 나는 똑똑히 내려다본다.

빗속은 생각보다 아늑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팔을 앞뒤로 흔들며 걷는다.

버스 정류장에서 발을 멈춘다.

저녁의 정거장, 길들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가장 먼저 도착하는 버스에 무작정 올라타지는 않을 것이다.

두 손을 공중으로 내밀어본다.

손바닥에 고인 투명한 빗물을 입술에 가져다 댄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의 맛이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중에서..

 

진열된 책들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정이현'이라는 작가가 못 믿어어서?

그것보다는 웬지 책의 내용이 익숙하게 다가왔다는 말이 맞겠다..

한마디로 'chic'하다,로 요약되어지는 책의 내용이 싫었다..

'섹스 앤더 시티', '브리짓드 존스의 일기' 등으로 이젠 익숙해진 그런 게 싫었다..

그래도 작가의 '삼풍백화점'을 읽었던 기억과 그녀의 단편들에 대한 믿음으로 책을 샀다..
'정이현'작가가 보여주는 'chic'함에는 궁상맞음이 있고, 마늘냄새가 나더라..

듣기 좋은 말로 '동시대를 살아가는..'이라든가, '한국에서 살아가는..'이라든가, 주인공이 여자라는 이유로 생기는 남녀의 차이를 접어둔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서다..

32살의 그녀들에게 결혼은 무엇일까..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혹은 말줄임표..

'나는 아니겠지'하는 생각들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 인간들이 있다면 제발 서른을 넘기기 전에 버리고 와라,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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