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픈 언어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
Echo가 나르시소스에게 차디찬 거절을 당한 것은
자기 사랑을 전할 수 없는 그녀의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남을 따라하는 말 밖에는 못했던 것이다.
본심과는 다른 언어 습관이 사랑하는 나르시스에게는
희롱으로만 느껴져서 결국 모욕을 주게 되었다
모욕당한 에코는 음부의 신 하데스에게 가서
복수를 청했고
나르시스는 하데스의 저주로
자기 자신에게 반해서 소유할 수 없는
연못속의 자기 얼굴을 사랑하다가
죽어간다
이 슬픈 신화 속에서
난 내 모습을
그리고 당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증오할 수 밖에 없는
자기애가 강한 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에게 주워진 저주는
사랑하는 남자를 악담하는 습관이다
아무도 그 여자가 그렇게 미치도록 욕하는 남자를
사실은 목숨을 다하도록 사랑하는지 모른다
자기를 주체할 수 없도록 뚫고 들어와서
자기 시간을 방해하고
자기 일을 방해하고
자기 대인관계에 충실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자기를 자기 아닌 다른 여자로 변형시켜가는
한 남자를
죽도록 미워하는 이유를 모른다
한 남자의 단 한 마디에도 상처를 받아서
훌쩍대는 어린애같은 자기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고
한 남자의 숨소리에도 민감해져 돌아보면서
자기 몸의 통증은 거들떠도 보지않게 된
빼앗긴 심장에 대한 깊은 한탄을,
한 남자의 미소에 웃고
한 남자의 변덕에 안절부절하고
한 남자의 분노에 좌절하는
말할 수 없이 가벼워진 자신의 무게를,
한 남자에 대한 욕심에 눈멀어
평소의 자기라면 꿈도 꿀 수 없는 도박같은 행동을 하고
자기가 가장 경멸하던 짓까지 서슴지않고
거짓말도
그 어떤 사악한 행동도
거침없이 하게되는 자신의
그 말할 수 없는 수동적임을,
그 자기를 상실한 자리를,
견디다못해
한 남자를 증오하고
한 남자를 악담하면
버릴 수 있을까
끝도 없이 살의를 느끼며
그녀가 죽이고 싶어했던 것은
남자일까
무력해진 자신일까
습관처럼 자유롭다
습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게 자유롭게
자유롭지 못하게
한 자기애가 강한 여자가
자유로운 언어 습관으로
자유롭지 못한 자기 자신을
구출해내려 했다는 것을
그만큼 한 남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