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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Money)의 사회적 의미

조동주 |2006.10.06 14:58
조회 22 |추천 0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친구가 군대가는 날 따라간 적이 있다.

 

입대 전, 내가 갈 논산훈련소를 한번 가보는 것도 겸사겸사 괜찮을

 

거라는 판단 하에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의 뒤안길을 지켜보러

 

논산훈련소를 향해 달려갔다. 친구가 연병장으로 향해 달려나가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goodbye인사를 하고 들어간 후, 우리도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런데 친구의 어머님이

 

우리에게 고생했다며 10만원을 쥐어주실때, 난 세상에서 처음으로

 

돈이 불편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소중한 친구의 가는 길을 배웅해주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인데, 만약

 

그 돈은 받으면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10만원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 생각되어 거절하고 또 거절했지만, 어머님의 성의를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자, 어머니는 원래 아들 군대가는데 따라간 친구

 

에게는 10만원씩 주는거라고 하셨다. 이런게 사회의 불문율적 관습

 

이라는 것인가. 난 그저 우리의 순수하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단돈 10만원으로 대변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돈으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대변되는 것이라면 세상 살기

 

얼마나 간단한가. 아니 솔직히 나도 지금 이 순간 전까지는 돈이

 

갖는 절대적인 능력에 대해 신봉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돈을 내 마음의 표현수단으로 써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고,

 

실제로도 내 마음을 돈의 액수로 표현하려고 굉장히 노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때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희소적 가치가 있다고

 

인식되는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의 마음의 희소성을 표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돈따위는 필요없다는 공허한 이상적 감상주의를 외치는 건

 

아니다. 돈은 사회생활에 있어 우선순위를 둘 만큼 중요하다.

 

자본주의 경제사회에 있어 돈은 경제를 유통시키는 중요한 화폐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서의 돈은 경제학에서 돈은 바라보는

 

'화폐'라는 관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화폐

 

단위가 아닌, 통용되는 인간관계의 윤활제 역할이랄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체면과 형식주의의 산물로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게 맞겠다. 소방서에 있으면서 사람들의 수많은 관혼상제,

 

그리고 명절을 맞이하야 수많은 선물들이 오고간다. 아무리

 

봐도 그러한 관혼상제나 명절에 오가는 선물들은 실제적으로

 

가치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아마 '결혼'이라는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행사를 치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나눠주는 선물들이리라. 장모님의 회갑연이라며 모든 직원들

 

에게 "축 회갑연"이 찍인 수건을 돌리고, 자신의 결혼식이라며

 

모든 서를 돌아다니며 박카스를 돌리는 이 광경은 이 사회가

 

갖는 비합리성과 비효율성, 그리고 체면지상주의와 형식주의가

 

드러난 전적인 예라고 생각하였다. 별로 친분관계가 없는 사람들

 

에게까지 결혼식,회갑연에 참석하라는 은근한 강권을 보면 과연

 

저 사람이 초대하는 사람들 중에 진심으로 그 행사를 축하해주는

 

사람이 정작 몇명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 -진심으로 친분관계가 있어 진정한 축하를 건내는 몇

 

안되는 사람을 제외한- 은 부조금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에 가기 싫

 

으면서도 '그래도 결혼식이니까'라며 자신을 합리화하고 참석한다.

 

자신의 결혼을, 자신의 잔치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이 거의

 

없어 모양새가 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걸까? 아니면 이런게 사회인걸까?

 

  나는 사회가 철저하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거나, 아니 그런건 불가능하다는걸 안다. 그리고 합리, 효율

 

이라는 단어가 전부 좋은 것은 아니며, 사람들의 공동체인 사회엔

 

인간적인 면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형식주의와 허례허식은 예전부터 타파되어야 한다고

 

주장은 계속 해오면서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결혼식은 단순히 두 남녀의 사회적 결합을 축하하는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양가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혼수준비와 거창한 결

 

혼식으로 인한 자금의 압박을 상당히 받을 것이다. 예전에 친지의

 

초대를 받아 COEX의 Intercontinental Hotel에서의 결혼식을

 

본 적이 있다. 그 화려함은 아마 두 남녀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지만, 그 화려함 뒤에 쏟아부은 7천만원은?

 

  7천만원이면 자그마한 집 한채에 전세로나마 들어갈 수 있는

 

큰 돈이다. 나는 그 결혼식을 보면서 나라면 저 돈을 아껴

 

미래에 더 오랜기간동안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자신의 경제적 능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어서 그만한 돈을 결혼식에 투자하는게 재정적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는 대한민국 상위 5%의 가문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결혼식에 돈을 쏟아부은 만큼, 부조금도 상당히

 

들어온다고 하니, 주최자 입장에서도 그리 큰 손해만은 아니라고

 

한다. 이 무슨 허례허식에 형식적인 일련의 일들인가!

 

  주최측이 거액을 들여 화려한 행사를 준비하고, 그 참석자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리적 의무감으로 축의금을 내고,

 

결국 결혼식이라는 것은 주최자나, 참석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지 않을까? 두 남녀의 사회적 결합을 축하해주는 자리라는

 

명목으로 개최되는 결혼식이 그 본질적 의미를 상실한 채 단순

 

돈놀음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굳이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간단한 주례와 함께 혼인식을

 

마치는 영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향후 한국사회에는 결혼식

 

문화, 더 나아가 형식에 치우친 각종 행사문화(회갑연, 돌잔치 등)

 

에 대해 많은 개선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듯 하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교류의 중심에는 돈이 있다. 마음의 표현이라는 형식의

 

탈을 쓰고 어느샌가 비합리적인 불문율적 사회관습을 주도하고 

 

있는 돈, 그리고 그것이 바탕이 된 사회라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배금주의가 팽배하여 돈을 지상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은

 

세대가 어려질수록 점점 더 심화되는 것 같다. 요즘 청소년들은

 

돈을 위해 몸까지 파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성을

 

볼때 '그 사람의 금전적 능력'을 굉장히 중시하는 경향이 팽배해

 

지고 있다. 물론 나중에 결혼할 때는 여러가지 제반요소들을 고려

 

하여야 하겠지만, 아직 어린 10대 그리고 20대초반의 연애에서마저

 

금전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는 지금의 세태. 돈이 좋긴 좋은거지만,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난게 아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인간이다.

 

돈은 그저 인간사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부속품에 불과하다. 그 부속품에 몸을 맡기고,

 

자신을 맡겨버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또 있을까?

 

  나 역시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고, 돈에 죽고 돈에

 

사는 현세태를 보면서 정말 이를 악물고 그놈의 돈 내가 다

 

벌어서 난 돈에 속박되어 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지 어연 3년.

 

  지금의 나 역시 변한 것이 없다. 아직은 나 역시 시류의 흐름에

 

따라 배금주의에 물들어버린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다.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존심, 자부심, 긍지를 돈과 바꾸려

 

하지 말자. 자존심과 자부심, 긍지는 내 평생 나의 뒤에서 빛날

 

것이지만 그것들과 바꾼 돈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버는 것은 굉장히 건전한 일이지만,

 

돈을 위해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거나,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일련의 감정을 훼손시키지는 말자.

 

  인간은 인간을 추구할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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