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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조혜인 |2006.10.07 00:36
조회 82 |추천 1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저 | 푸른숲 | 2005년 09월

 

 

워낙에 유명해 이미 귀에 낯익은 이름이 되어버린 '한비야'

그녀의 책을 나는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사실 유명하다, 유명하다 하면서도

정작 이 여자=_ =; 가 무슨 일을 벌렸던 사람인지에 대해서조차

관심이 없었기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이 놀라고,

뒤늦게서야 그녀에 대한 감탄사를 절로 터뜨리게 되었다.

 

한비야는 지금 월드비전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에는 지난 5년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말라위, 잠비아,

네팔, 북한, 팔레스타인 등 여러 국가에 걸쳐 긴급구호 활동을 펴온,

필자의 경험과 생각이 맛깔스럽고, 친근한 문장으로 실려있다.

 

나는 책을 읽어가며, 몇 번이나 눈물이 날 것 같아

침만 꼴깍 꼴깍 삼켜대며, 메여오는 목을 애써 가다듬었다.

 

워낙에 세계정세나 소위 남의 나라 일뿐만 아니라

나 외의 타인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나로서는

책에서 낱낱이 밝혀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세상 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지만,

결국엔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주목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각기 다른 현장에서 접하는 공통적인 그 이야기에

눈을 부릅 떠가며 가슴 아파하게 되었고,

 

한 편으로는 앞장서 발벗고 뛰어들어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비야를 비롯한 국제구호에 힘쓰는 사람들이

정말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

 

특히, 무조건적으로 식량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그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방식을 여러가지로 모색하는 ㅡ이른바, 물고기를 잡아주는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ㅡ 것에 대단히 감동했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의지와 희망을 심어주는 것.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누구에게나 살아있을 권리는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사람의 손과 머리로 이런 일들을 실천해나가는 이야기들에

어떻게 눈물을 흘리지 않고,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역시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나눌 줄 아는 미덕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소유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풍요롭고 넉넉한 것 같다.

 

오늘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움의 손길을 구하고 있을 이 세상 어딘가의 작은 외침에,

어쩐지 잠을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

마음을 두드리고 가는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책,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기에 더더욱.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한비야

 

견딜 수 없는 뜨거움으로 - 들어가는 말

 

한비야, 신고합니다! -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는 더 이상 ‘동물의 왕국’이 아니다 - 말라위·잠비아
당신에게 내 평화를 두고 갑니다 - 이라크
별을 꿈꾸는 아이들 -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평화로워 더 안타까운 산들의 고향 - 네팔
세계의 화약고 -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쓰나미는 과연 천재(天災)였을까 - 남아시아 해일 대참사
감자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북한

가슴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진군의 북소리 - 나가는 말

후기
부록 - 한비야가 안내하는 긴급구호의 세계

 

 

10

다만 내가 두려웠던 것은 이 뜨거운 마음이 그저 한순간 지나가는 열정은 아닐까 하는 거였다.

 

11

우리는 학교나 사회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건 무한 경쟁의 법칙, 정글의 법칙이라고 배운다. 이런 세상에서의 생존법은 딱 두가지. 이기거나 지거나, 먹거나 먹히거나다. 그러나 구호의 세상은 경쟁의 장이 아니었다. 우리 서로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대상, 가진 것을 나누는 대상이었다.

 

12

나의 인간적인 가치나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분하고 억울했다.

 

13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13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14

평생 새장 속에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할 것인지.

 

14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21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21

80년, 사람의 인생을 하루라고 친다면 그 절반인 마흔살은 겨우 오전 12시, 정오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십대 중반인 나는 이제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에 와 있는거다. 아직 오후와 저녁과 밤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는데 늦기는 뭐가 늦었다는 말인가. 뭐라도 새로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하다가 제풀에 지쳐 중단하지만 않으면 되는거다.

 

29

관계의 습관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 혹은 어떤 사람과 어떻게 처음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설정되는 관계의 틀 말이다. 평소 늦잠을 자던 버릇이 새 집으로 이사한 뒤 말끔히 고쳐진 것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좋은 틀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8

"내가 뭐 해줄 것 없어요?"

"그거 한번 해볼까요?"

"와, 참 잘했어요."

어느 때는 과장되게, 어느 때는 잔잔하게 하는 이 세마디에는 내가 요원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진심 어린 배려, 도전 정신, 그리고 칭찬과 격려. 정말 멋있다.

 

76

" 이 사람들에게 씨앗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에요."

이야기인즉 작년에 한정된 구호 자금 때문에 한 마을은 씨를 배분하고 그 옆 마을은 주지 못했단다. 안타깝게 비가 오지 않아서 파종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씨를 나누어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놓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는데, 옆 마을은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는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씨앗을 뿌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놓은 것이다. 이곳에서의 씨앗이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있었다.

 

104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습관 가운데 매일 매일 일기 쓰기, 수첩에 바로 바로 메모하기와 더불어 이렇게 종이에 도표로 문제 적어보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혹시 복잡한 문제가 있거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당장 종이와 연필을 꺼내 이 방법을 써보시라. 그 효과는 내가 보증한다.

 

132

그래, 그래, 지금 99도까지 온 거야. 이제 이 고비만 넘기면 드디어 100도가 되는 거야. 물이 끓는 100도와 그렇지 않는 99도. 단 1도 차이지만 바로 그 1도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가. 그러니 한 발짝만 더 가면 100도가 되는데 99도에서 멈출 수는 없어.

 

133

밝고 환해서, 당당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아서, 매사에 최선의 최선의 최선을 다해서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는 얼굴로 살고 싶다.

 

178

상대방과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한 후 미끄러지듯 서서히 풀면서 엄지와 검지로 딱 소리를 낸 다음 주먹을 쥐고 왼쪽 가슴을 두 번 치세요. 이건 '너는 내 친구, 너를 내 마음에 두겠다' 라는 뜻이죠.

 

178

인사의 현지화, 이 곳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첫 단추일 것이다.

 

188

사람 심리가 이렇다. 단 한사람 때문에 어떤 나라 사람 전체가 고맙고 좋기도 하고, 반대로 그 나라 전체에 거부감이 생기며 꼴 보기 싫기도 하다. 대단히 단면적이고 다분히 감정적이지만 이게 인지상정이다. 이러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 대표라고 할밖에.

 

197

사람의 품위를 결정하는 게 외적 조건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는건 확실하다. 그럼 답은 분명해진다. 결국 품위는 자기 존재에 대한 당당함,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통제력, 타인에 대한 정직함과 배려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거다.

 

198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아껴서 만나야 하는 것, 이것도 구호 요원이 감수해야 하는 괴로움 중의 하나인가 보다.

 

205

그러나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소리 내어 말은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빛, 수줍은 미소, 살짝 스치는 작은 손동작 하나에도 고마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내 마음은 한여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이처럼 늘 작은 것이 우리를 위로하고 감동시킨다. 언제나 작은 것이 우리를 괴롭히고 상처를 내는 것처럼... 우리 요원들 모두 같은 마음일거다. 이래서 긴급구호는 달콤한 중독이다.

 

215

그러나 제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하느님한테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해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라는 말, 한시도 잊지 않으면서요.

컴퓨터가 아무리 최신 성능과 온갖 기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전깃줄을 통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저 네모난 쇳덩이에 불과한 것처럼, 저 역시 제 에너지의 원천인 당신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263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헛된 이름, 허명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물론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부질 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266

단지 먹을 것이 없다는 일상적인 이유로도 세상 어딘가에서 7초에 한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이 주일이면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를 훌쩍 넘어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언론의 조명도, 세상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서서히 진행되는 '일상적인 쓰나미'에 휩쓸려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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