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추석 연휴 기간에 겪은 황당하고도 분개할 만한 일입니다.
먼저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가족끼리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는 1시 55분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은 이틀 전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하루 종일 흐리더니 급기야 귀국 하루 전인 어제는 비가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그때까지도 이런 일을 겪을 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오늘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길은 그야 말로 폭풍 전야였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바람을 동반한 비가 세차게 내렸고 공항으로 이동 중, 비행기가 1시간 연착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되어 승객들이 공항에서 발이 묶인 채 안절부절 못하는 일을 뉴 스에서나 봤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1시간을 기다리면서도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상상은 못했습니다.
한 시간 연착한다는 비행기는 오지도 않고 계속 딜레이가 됐습니다. 항공기가 연기되어 식권을 받았습니다. 그 식권이란 나리타 공항 내에서 1500엔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사 먹을 수 있는 쿠폰이었습니다. 몇 시간 더 연장되나보다 하는 맘으로 별 대수롭지 않게 식사를 사 먹고 여유 시간에 공항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대한 항공 탑승 게이트에 다시 모이기로 한 시간이 3시 30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온다 던 비행기는 오지 않고 약 2시간 후, 새로운 식권이 나왔습니다. 역시 같은 가격의 쿠폰이었죠. 그때는 이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생각하며 두 번째 식권을 받을 땐 짜증이 났습니다.
얼마 전에 식사를 하기도 했고 배도 안 고파서 쿠폰을 가지고 내내 의자에 앉아 있다가 곧 공항 내 상점들이 8시에 문을 닫는 다는 소리를 듣고 간단한 먹을 거리를 사러 간 시간이 8시 15분이었습니다. 우리가 공항에 도착해 기다린 시간이 이미 8시간을 넘었던겁니다.
그 후로 계속해서 비행기가 1시간 2시간 단위로 연착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온 정보에 의하면 9시 반에는 반드시 비행기가 도착하며 늦어도 10시 반에는 비행기가 서울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를 태우러 오던 비행기는 강한 비바람에 공항에 착륙을 못하고 하네다 공항에 대기 중이고, 일본 교통성의 허가가 떨어져야 비행기가 뜰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탑승 게이트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중간 책임자 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떤 여자 승객으로부터 멱살을 잡히고 급기야는 대한 항공 도쿄 지점장까지 탑승 게이트에 나와서 사과를 하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흥분한 사람들은 지점장에게 비행기가 예정 시간에 오지 못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냐면서 앞다투어 싸우기 시작했고, 80세가 넘은 고령의 노인들은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에 갓난 아기 들도 있었으며 토요일에 출근을 해야 할 사람도 있었습니다.
승객들이 앞다투어 흥분하여 지점장 이하 직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진 것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항공기 연착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항공사 측은 태풍의 영향을 받아 언제 뜰 지도 모르는 비행기가 올 거라고 계속해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늘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공항에서 10시간이 넘게 있는 동안 아시아나를 비롯한 다른 항공사의 승객들은 이미 호텔을 예약해 놓거나 다른 대책을 마련하여 공항을 떠난 상태였고, 대한항공 kE704 (나리타 발 서울 착 1시 55분)비행기의 탑승자만 언제 올 지도 모르는 비행기를 주구장창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한 항공 측의 늦장 대책 마련에 화가 나 있었고 지점장이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 끊임 없이 전화를 하는 것과 방송을 통해 죄송하다는 말을 늘어 놓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항공사에 그것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쿄 나리타 공항의 지점장이라는 사람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비행기가 계속해서 연착될 경우 승객들은 호텔을 잡아 줄 것을 요구했지만 지점장의 답변이란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한 두 사람이 호텔을 잡아 달라는 것은 숙박료를 지불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숙박료는 지불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어떤 승객은 환불을 요구하며 짐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보안 상의 문제를 얘기하며 거절했습니다. 그 짐에 무슨 물건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짐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미 우리는 수 차례 나리타 공항의 검색대를 통과하고 짐까지 부친 상황이었다는 것에 더 황당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대한 항공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해 알아 본 결과 인천 공항 측에서는 항공기가 결항되어 취소되어 안내 방송까지 나왔다는 것과 서울에서 계속 도쿄 측에 연락을 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오늘 중으로 꼭 비행기를 띄울 테니 무조건 기다리라는 것이었고 한 시간이 되어도 비행기가 오지 못 할 경우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는 탑승 게이트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측 가이드는 이미 호텔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지만, 대한 항공 측에서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은 덕분에 그 마저도 예약이 취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비행기가 늦게라도 출발할 경우.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귀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야기 되었습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야 셔틀 버스를 마련해 준다고 했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교통비가 마련되어야 했고,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KTX를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어떤 명쾌한 해명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사람들이 공항 데스크를 겹겹이 에워싸고 항의를 하자 아수라장이 된 탑승 게이트에서는 몇명의 대표가 지점장과 1시간 반 가량 회의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 밤 12시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란 것은 1시간 반 전하고 그 내용이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역시 항공사 측에서는 어떠한 대책도 마련해 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많은 사람이 투숙 할 수 있는 호텔도 없었을 뿐더러 만약 예약이 되더라도 항공사 측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앉아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사실 하나.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는 승객이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항공사 측에서 호텔도 잡아주고 보상도 해주었다고 말을 했고, 그것을 방송으로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러자, 지점장이 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저의 형부 역시 독일 출장 시 폭설로 인해 결항이 되었을 때 호텔 숙식을 제공 받았었습니다.
우리가 항의 했던 것은 천재지변에 의한 항공기 연착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천재지변이라는 데 우리들도 어떤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죠. 하지만, 항공사는 천재지변을 이유만으로 삼고 그 후의 대책은 강구하지 않았습니다. 항공사 규정에 천재지변에 의한 결항 및 연착에 대해서는 항공사에서 책임 질 수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겁니다. 저는 급기야 그와 같은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항 및 연착을 보상해달라는 말이 아니라 그 후의 대책이 세워지지 않을 시에 어떻게 할 것인지의 구체적인 상황이 규정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울러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거대 항공사의 안일한 태도는 바뀌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이루어 지지 않을 때 우리는 대한 항공 불매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언제 다시 뜰지 모른다는 얘기를 진작 해 주고, 그에 대한 대책을 빨리 마련했더라면 승객들이 이토록 흥분하고 화가 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항공사들의 이러한 태도를 개선하고 항공사들이 반성할 수 있도록 이 사건에 대한 내용을 우리가 이슈화 시켜서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4시 40분이었고, 제가 집에 와서 이 글을 쓴 시간은 6시 40분입니다. 정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지만 분개하여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