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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피터와 유정한 후크

김나래 |2006.10.07 11:51
조회 57 |추천 0

김용석,〈피터 팬 - 아이의 신화〉 

 

아이는 아이 이상도 아이 이하도 아니다. 아이들도 그들을 과장하거나 아니면 폄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무엇보다도 '아이는 아이'며, '아이가 하는 짓은 아이가 하는 짓'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거나, 어른들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차용(借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이에 대한 신화화에 대해 '영원한 아이' 피터 팬(Peter Pan)의 이야기는 '아이는 아이'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제임스 베리(J.M. Barrie)가 창조해 낸 피터 팬(Peter Pan)은 '자라지 않는 아이'이자 '성장하기를 거부하는 아이'이다. 곧 아이의 정체성을 영원히 유지하는 존재다. 그만큼 피터 팬은 아이의 특성을 잘 나타내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매년 '봄을 위한 새 단장'을 위해서 아직 요정이 있다는 것을 믿는 아이들의 영혼과 함께 네버랜드(Neverland)로 날아가는 피터 팬과 그를 따라 여행하는 아이들의 성격은 간단하게 세 마디로 표현된다 그들은 '쾌활하다. 그리고 천진난만하다. 그리고 매정하다(gay and innocent and heartless).'


  아이들이 명랑하고 천진하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얄미울 정도로 정이 없다는 것은 상당수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베리의 피터 팬 이야기를 읽어 보면, 피터가 '무정하다는 것(heartless)'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된다. 피터가 웬디(Wendy)와 그 형제들을 유혹해서 그들과 네버랜드로 첫 번째 여행을 떠나던 중, 그들은 바다 위를 날게 된다. 웬디와 형제들은 이제 막 피터에게서 나는 법을 배웠다. 피터의 도움과 안내 없이는 네버랜드에 무사히 도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날아가기에 바쁘지만, 피터는 새들과 놀기도 하고, 하늘 높이 올라가 별들과 장난을 치고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별들과 장난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곧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웬디에게 돌아와서는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녀가 안달하며 "나 웬디야."라고 기억을 되살려주지만, 피터의 이러한 점은 오로지 그에게 의존해서만 망망대해를 건너야 하는 웬디와 형제들에게 여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피터 팬의 이러한 특성을 보려하지 않는다. 대신 피터 팬을 통해 어린 시절을 동경한다. 아이는 쾌활, 천진난만함, 신선함, 기쁨, 책임질 일 없는 생활 등 '행복'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라면서, 무정할 수 있는 피터와는 달리, 가슴과 머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유정(有情)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제임스 후크 선장과 더 많이 닮았다. 후크 선장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는 매우 신중하며 누구보다도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고독을 느끼고 고뇌한다. 그는 꽃과 감미로운 음악을 사랑한다. 후크는 이미 피터처럼 제멋대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유정한 후크와 무정한 피터는 숙명적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터 팬》의 독자들도 눈치챘겠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나 있다. 피터는 혹독하고 잔인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네버랜드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그래도 사람들은 불쌍한 후크가 아니라 피터를 응원한다.


  이제 아이들을 보고 아이들에게서 배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즉 아이의 신화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이데올로기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관찰하지 말라고, 아이들의 행동이 배움의 대상이 아니기도 하지만, 사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것은 거의 어른들이 투영한 세계와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자꾸 배우게 되면 점점 더 어른이 되지 흔히 기대하듯이 아이의 순수함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이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를 느끼기 위해서다. 그리고 감동하기 위해서다. 파베제가 자신의 일기집에 남긴 말처럼, 아이가 되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고삼 열아홉 비문학 지문풀때 보았던 글인데

읽고 한참 생각했었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찾아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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