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르 마라이 - 이혼전야
“나는 ‘동일한 박자’ 라고 부른다네!”남자는 사랑도 삶도 모두 ‘동일한 박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쪽이 빠르면 다른 쪽은 느리고, 한쪽이 소심하면 다른 쪽은 용감하고, 한쪽은 뜨거운 반면 다른 쪽은 미지근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사랑의 정의를 ‘동일한 박자’가 아닌 ‘엇박자’라고 해야 하는 걸까?
아내의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는 수없이 사랑의 정의를 만들어 내곤 한다. 사랑은 ‘동일한 박자’이며, 사랑하는 이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소유하는 것이며, 심지어는 상대의 꿈까지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사랑하는 상대가 바로 자신의 삶 그 자체라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 지능이 발달하여 인간을 위험으로 몰고 가듯 남자 역시 수없이 만들어내는 환상과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혀 결국 큰 상처를 입는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생각보다 시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진정 사랑한 상대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임을 알고 목숨을 끊어버리지 않아도 될 만큼, 죽은 아내가 사랑한 상대에게 찾아와 당신도 내 아내를 사랑했었냐고 묻지 않아도 될 만큼……. 세상이 아무리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하다 하더라도, 마음속에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쳐 온통 헤집어 놓을지라도 체제에 순응하며 엄격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모범 답안이 아닐까?
헝가리의 대 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소설 『이혼전야』는 이혼 전날 밤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내를 끔찍이도 사랑하여 그녀의 모든 걸 소유하려 했지만 결국 아내의 마음 한 쪽 가장 깊숙한 자리를 얻지 못한 남자와 십 년 가까이 자신의 사랑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다가 이혼 직전에서야 자신이 진정 사랑한 사람은 남편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여자, 그리고 남자의 동창이자 여자의 진정한 사랑인 이혼 전문 판사라는 인물을 내세우고 있다. 이혼 전날 밤이라는 시간과 엇갈리는 부부의 사랑, 그리고 그들을 떼어놓아야만 하는 이혼 전문 판사라는 구도는 어쩌면 약간은 작위적이면서도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마라이는 긴장감 넘치는 극적 구도를 기반으로 하여 특유의 탁월한 문장력과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독자를 단숨에 매료시킨다. 작중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열중하다보면, 어느새 작중 인물에 매료되어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양 격정에 휩싸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뭐란 말인가? 오랫동안 난 그게 그 사람을 '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네. 완벽하게! 그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동적인 반사 작용과 정신적인 자극들까지. 그렇지만 그건 이론에 불과했네. 도대체 다른 사람을 어느 정도까지 알 수 있는 걸까? 어디까지 다른 사람의 영혼을 따를 수 있을까? 꿈속까지도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런 다음엔? 그래도 그사람이 느끼는 신체 적인 감각까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그는 내게 밤 인사를 하고 눈을 감은 다음 어디로 가는 걸까? 그곳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가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 다른 세계가 공간 간과 시간에 묶여 있는 낮의 세계보다 더 진정한 건 아닐까? 그냥.. 생각하게 됬다.. 이럴수도 있구나.. 아.. 이렇구나.. 사랑이란거.. 열정만 가지고는.. 항상 혼자서만 타오르게되는.. 한쪽이 성냥이라면. 다른한쪽은 불씨가 되서.. 결국 불씨는 성냥에게 불을 붙여주고.. 성냥은 혼자서 타오르고 결국.. 재가 되어서 사라지게 되는..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ㅋㅋㅋ 결국 내가 사랑하게 되면.. 이런 생각들은 다 잊고 하게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