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대회, 정부가 나서라
[조선일보 2006-10-04 02:34]
전라남도가 2일 조선호텔에서 ‘꿈의 레이스’로 불리는 포뮬러 원(F1) 국제자동차 경주대회의 2010년 유치를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최소한 7년 동안 매년 F1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 것이다. 박준영 전남지사와 포뮬러 원 관리기구인 FOM의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 그리고 한국측 대회운영 조직인 카보(KAVO) 정영조 사장이 유치 조인서에 서명을 하자 장내는 열기로 휩싸였다.
박 지사는 “세계 제6위 자동차 생산국이자,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F1의 사각(死角)지대에 놓여 있던 우리나라도 드디어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선진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고 감격해했다. 놀라운 것은 F1 유치 조인식 현장에 중앙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F1 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중의 하나다. 대회의 국제적 규모나 경제적 효과, 그리고 국가 이미지 고양(高揚)이란 측면을 고려할 때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절대 불가결하다. 2005년 유치권을 따낸 중동의 바레인은 100%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바레인 왕자이자 체육청소년위원회 회장인 하마드 알 칼리파가 앞장서 유치에 3억 달러를 투입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그랑프리 유치권을 가진 ‘상하이 국제 서킷’도 국영기업 3개사가 100% 출자했으며, 말레이시아도 국영 말레이시아항공 자회사인 SIC가 F1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왜 전남도의 F1 유치를 ‘소 닭 보듯’ 하고 있을까. 전남도 고위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에 국제행사 승인 요청을 했고, 여러 채널을 통해 관련부처에 직·간접 지원을 요청했지만 ‘대회의 상업성’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면 그 반대다.
호주는 빅토리아 주정부가 유치권을 따냈지만,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재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연맹이 유치권을 확보한 프랑스도 미테랑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련 고속도로를 건립하고 인근에 산업단지를 세우는 등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17개국 중 11개국에서 정부가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F1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위 선양, 외국 관광객 유치라는 공공성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F1 관련자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겉으로는 ‘상업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진짜 속으로는 박 지사가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정부의 속 좁음’을 안타까워했다.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 면담 건만 해도 그렇다. 향후 100년간 F1 그랑프리 운영권을 가진 FOM의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등과 어깨를 겨루는 국제 스포츠계 거물이다. 전남도는 그의 방한에 맞춰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주선했으나 아무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는 무한 경쟁시대다. 여야가 따로 없고, 정부고 민간이고 구분이 없다. 공장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 지도자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시대다. 1년간 2조7000억원이 움직이는 F1 대회 유치는 잘만 하면 ‘대박’에 해당된다. 바레인은 2005년 첫 대회 만에 투자액의 7배가 넘는 1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거두었다. 2010년 코리아 그랑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정웅기 호남취재본부장 [ jungw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