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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벌, 소통인가 단절인가?

조선영 |2006.10.09 10:11
조회 116 |추천 0

 "체벌은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 자신도 체벌받는 일이 된다는 걸 40년이 넘어서야 알게 된 셈이다... 교사의 체벌은 학생의 인권을 빼앗는 일이요, 교사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부메랑이 된다."


1. 2005년 어느날

2005년 생활지도부에서 근무할 때였다. 3월말쯤 상당수의 여학생들이 어떤 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결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였다. 그러고 난 뒤 문제의 그 녀석이 한 여학생의 치마를 들추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손목을 잡고 문제를 지적하는데 이 녀석이 반항을 한다. 그래서 목덜미를 잡고 제압을 하는데 갑자기 심한 욕을 하며 덤벼들었다. 강한 힘으로 제압하고 주의를 주고 끝났는데 다음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 녀석이 어떻게 알아냈는지 내 이름을 알아내서는 실명을 들추며 만날 때마다 욕을 하는 것이다. "조선영, 이 **새끼, 내가 너를 ****해서 없애버린다" 집착이 강한 이 녀석이 갖가지 욕설로 저주를 퍼부었는데 아무리 부당함을 말해주어도 막무가내였다.

나는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무력을 쓴 것이었는데 아이에게는 자신이 혼난 것에 대한 분노만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먹을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교무실에 코코아를 준비하여 거의 매일같이 따뜻한 코코아를 타주고 사탕과 떡 등 먹거리를 준비하여 아이에게 접근한 것이다. 그러자 밖으로 나돌며 욕설을 퍼 붙던 아이가 교무실에 놀러오기 시작했고 호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아이에게 성추행의 부당함을 말하고 친구들의 심정을 전해주는 데까지 6개월 이상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도 이 아이는 코코아를 마시러 교무실에 오고 있다.


2. 체벌 - 단맛이 도는 독

사실 학교에서 우리가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체벌이다. 그리고 실제 학생의 잘못에 대한 교사의 체벌이 교육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조사에서 70.0%의 응답자가 '효과가 있다'고 응답하기도 한다. 2004년 말 대만의 교사들이 체벌을 금지하는 ‘제로체벌’을 선언했는데 대만 학부모 64.5%가 교사들의 '제로 체벌' 선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러한 실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지어는 학생들마저 60%가 체벌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체벌에는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학력주의가 팽배한 경쟁 교육 속에서 학교는 교사와 학생에게 한 가지 목표를 제시한다. 획일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제와 지시를 교육의 주요 도구로 받아들이는 교육 현실은 교사와 학부모 심지어는 학생들에게도 체벌의 매력에 빠지게 한다.


3. 문제 행동의 진정한 원인 - 불신과 두려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하는데 서툰 편이다. 아파 누운 엄마를 보면 아이는 화가 난다. 자신을 돌봐야할 역할을 못하는 엄마에게 분노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가 존재로서의 엄마를 인정하기 까지는 엄마의 충분한 보살핌과 사랑이 필요하다. 보살핌과 사랑을 통한 엄마에 대한 믿음이 그 존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상대하는 학생 중에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할 만큼 미숙한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이 같은 행동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보살핌과 사랑의 부족이다. 따라서 진정한 해결책은 체벌이 될 수 없다.


4. 두려움이 배움터를 지배해서는 안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성장하고 변화하는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교사의 태도에 의해 좌우된다. 강압적인 지시는 효과가 빠르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 아이의 현재를 그대로 바라보고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도록 하는 일은 많은 인내를 요구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게 된다.

교사와 학생 사이를 망치는 것은 소수의 학생과의 관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를 감동시키면 큰 관계가 풀어진다. 몇 년간 문제 학생 때문에 고민하는 담임에게 이런 방법을 써먹은 적이 있다. 아이와 가까운 친구 그리고 담임과 함께 가볍게 산행을 마치고 식당으로 데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등을 사준 것이다. 때론 담임과 나는 술잔을 기울이고 아이들에게는 음료수를 따라주며 건배를 했다. 이렇게 같이 식사를 나누고 난 후 그 학생은 담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애정이 뒷받침된 권위는 폭력에 의존하는 권위보다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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