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정마담 말마따나 말이 참 이쁘다. 꽃을 가지고 하는 싸움, 花鬪... 하기야 싸움판에 어찌 꽃(?)이 빠지겠느냐... 격투기 경기마다 등장하는 라운드 걸도, 심지어 씨름판에 등장하는 꽃가루도 우겨보자면 어쨌든 모두 꽃일터... 그렇대도 아예 그 명칭에 꽃을 심어 놓고 시작하는 화투에 비할 수는 없을 터...
게다가 바야흐로 추석,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둥글게 둥글게 모여 앉아 화투짝 패대기 치며 왁자지껄 하는 시즌이다. 어린 시절 민화투로 시작해서, 고스톱, 섯다, 도리짓고땡을 거쳐 육백이니 월남뽕까지(뒤에 두 개는 해 본 적은 있는 것 같으니, 룰은 가물가물...) 두루 거친 자들이 부지기수인 이 나라에 (제대로 된) 화투 영화가 이제야 나왔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이미 허영만의 원작만화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는 으로 충무로에 안착한 최동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이미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백윤식의 출연에 조승우가 주인공인 고니역에 낙점되었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만화도 읽어 보지 못했지만 무조건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에 안착...
명불허전이라고나 할까... 백윤식의 포스는 여전하다, 라고 말하기엔 그의 포스는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 자신이 주눅들지 않으면서 함께 하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주눅들지 않도록 하는 그의 포스는 한국적이고 그래서 더욱 수긍하게 된다. 조승우 또한 영화 에서 보여지던 그,가 아니라 뮤지켤 에서의 변화무쌍한 그,를 끌어들여 파도 많은 고니의 길지 않은 인생역정을 무난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에서 술에 취한 망나니 아버지 역할을 하며 영화에서 조연의 역할일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던 김윤식은 대한민국 3대 타짜 중의 하나인 아귀로 분하여 (등장하는 시간과는 무관하게) 묵직한 무게감을 준다. 의 유해진 또한 자신의 전매 특허와 같은 끊임없는 수다스러움을 고스란히 닮은 영화 속의 타짜 고광렬 역할을 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먼저 눈에 띄지만 감독의 연출도 나쁘지 않다. 만화 의 1부만을 떼어 오면서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압축함으로써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것을 막고 있으며, 전국 방방곡곡을 무대로 하여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함에도 그 이동이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보통의 한국 영화 런닝타임보다 조금 길다는 점을 고려한 것인지 적절한 순간 챕터를 나누어 다음 챕터에 등장할 내용들을 귀뜸하여 관객들을 대중적으로 배려한 점도 괜찮아다. 다만 김혜수의 나레이션은 조금 거슬렸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고니를 전설 속의 인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서술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미 전작에서도 인간의 욕망을 사기라는 범죄 안에서 보여주었던 감독은 이번에는 바로 그 욕망을 섯다 도박이라는 보다 디테일한 범죄 장르 속에서 다루고 있다. 마약보다 무섭다는 도박의 세계에 제발로 찾아 들어가 타짜가 되고, 전국을 순회하며 도박판을 섭렵하고, 자신의 돈을 갈취하였던 사기 도박꾼 박무석이라는 인간에게 복수를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한 판을 보기 좋게 승리로 마무리 짓는 청년 고니의 삶은, 허울좋은 명분들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의 욕망을 좇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이 나는 우리들 삶의 어떤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물론 그러한 욕망의 링 안에서 영웅이란 없다. 욕망의 추구란 교통사고를 닮아 있어서 자기 자신이 조심을 한다고 하여서 피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차를 몰고 교통 지옥으로 들어서는 순간, 피할 수 없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 화투와 물아일체의 경지에 올랐다 읊조리는 평경장도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이고, 아귀 또한 자신보다 몇 수 아래인 타짜 고니에게 덜미를 잡히게 되며, 도박판의 설계자 정마담도 자신의 돈이 불에 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던가. 욕망은 품는 순간이 아니라 채워지는 순간 더욱 위험해지는 것... 꽃을 가지고 싸움을 한들, 꽃을 위해서 싸움을 한들 달라지지 않는 욕망의 법칙이 영화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