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시계 바늘은 결코 공평하지 못하다. 어떤 이에게는 의미없이 흘러가버린 시간이, 다른 이 에게는 인생을 바꿀만한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을 보다 알차 게 지내며 적극적인 삶을 사는 우리 시대 커리어우먼을 만났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한 사전작업 돌입
아이디어 수집과 디자인 연습 중인 최윤희
자신이 직접 만든 옷과 패션 소품을 이용해 스타일리시하게 코디하기를 즐기는 최윤희(28)씨. 그 녀는 옷을 좋아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좋아서 의상디자인학과를 전공했고, 대학 내내 재봉틀과 각 종 원단들, 디자인 스케치들과 동거동락했지만 막상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의류브랜드의 해외사업 부에 입사했다.
그녀가 디자이너의 길을 포기한 것은 학창시절 디자인하는 자체가 좋았을 뿐, 디자이너라는 타이 틀에 욕심을 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시절 부전공이었던 영어와 일어도 발휘할 겸 해외사업부에서 능력을 발휘하던 그녀는 수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직장에서의 업무와 평소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별개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현재 그녀의 목표는 패션 숍을 차리고, 먼 미래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 이다. 때문에 지금 그녀는 미래를 위해 여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퇴근 이후의 시간은 꿈을 이루기 위한 계단
최윤희씨는 얼마 전 직접 옷을 만들어 친구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를 했다. 처음 시작한 일이라서인지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그 일로 인해 약간의 금전적인 손해와 시간 그리고 마음의 상처는 있었지만 당장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아직까지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항 상 조그마한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잡지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스크랩 해 그 디자인을 여러 가지로 변형시켜 디자인 스케치를 한다는 최윤희씨. 그래서 그녀의 스케치북 은 떠오르는 생각을 수시로 메모해놓은 갖가지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평일 저녁은 물론이고 주말도 항상 바빠요. 집에서 레이스도 직접 만들고 코사지도 염색하고, 제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하니까 밤잠을 설쳐도 재밌고 즐거워요.”
인맥 쌓고 깨달음의 즐거움을 얻는다
대학원에서 학업에 매진하는 신윤영
오티스 엘리베이터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윤영(31)씨는 낮에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이지 만 퇴근 후에는 학생으로 돌아가 학업에 열을 올린다. 그녀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MBA과정에 입학한 것은 2년 전. 입사 후 몇 년 간 잦은 모임과 술자리에 참석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 간 발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늦기 전에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결심 했다고 한다.
직장인이라고해서 출석 체크에서 ‘봐주기’는 전혀없고 강도 높은 수업과 과제물 그리고 간간히 퀴즈까지 치르다보면 밤 11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기 일쑤. 리포트라도 쓰는 날에는 새벽에야 잠 들기 일쑤지만 배움의 즐거움에 비교해 볼 때 의미있는 일이라고 한다.
“학기 중에는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 항상 피곤했어요. 체력이 달리는 거 같아 보약까지 먹었죠. 마치 무장하고 행군하는 군인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3학기를 마치고 나니 스스로 뿌듯하고 대 견해요.”
삶의 자극제가 되는 인생 선배들을 만나다
신윤영씨는 현재 학업에 매진하는 게 자기계발과 성취감뿐 아니라 사회에서 좋은 인생 선배를 만 날 수 있어 더 의미 있다고 한다. 의사, 변호사, 기업인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 과 동기 또는 선후배로 지내다보니 인간관계의 네트워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을 장점으 로 꼽았다.
그녀는 회사밖에서 다양한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부쩍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또 그들과 함께 편안한 식사 시간에 부담없이 나눈 대화들은 업무 또는 회의로 지친 그녀에게 때 론 시원한 청량제가 돼 주기도 한다.
직장생활하느라 빼앗긴 감성을 충전한다
스윙댄스와 사랑에 빠진 최혜실
매그나칩 비즈니스 솔루션 팀에 근무하는 최혜실(28)씨는 사내에서 요청하는 시스템을 아웃소싱 업체와 연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총괄하는 일을 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보던 그녀가 스윙댄스를 만난 것은 2년 전. 친구들의 이끌림에 의해 스윙댄스를 접한 후 일주일에 3~4 번은 스윙 바를 찾을 정도로 열혈마니아가 됐다.
한번 가면 3~4시간 춤추기는 기본. 스윙바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열정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 는 것이 특징. 또한 함께 춤을 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대인관계 에 자신감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주중 3~4일은 운동겸 춤을 추기 때문에, 친구와의 약속이나 다른 볼일은 일요일 오후로 미룰 정도.
춤추는 시간은 하루의 엔돌핀을 충전하는 시간
최혜실씨는 스윙댄스를 접하기 이전, 취미생활로 뮤지컬이나 연극관람을 했다. 그러나 그건 일시 적일 뿐 스트레스 해소에는 미진했던 것.
“스윙 바의 흥겨우면서도 맛깔나는 음악은 가슴을 설레게 해요. 그 곳에서 만나는 유쾌한 사람들 과 스윙댄스를 추고나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져요.”
현재 그녀에게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더없이 소중한 재산이 됐다. 그녀가 속해있는 ‘의리있는 스윙패밀리’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 취미생활에 도움을 주고받는데, 이를테면 두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스윙패밀리의 파티는 파티플래너가 직업인 회원이 주 관해서 진행하고, 댄스대회에 나갈 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회원이 공짜로 메이크업을 해주는 것 등이다.
모두들 함께 몸을 부비며 춤을 추는 사이다 보니 오래된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게되어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한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소리 내어 웃으며 춤을 추다보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즐겁다는 그녀는 스윙댄스 덕분에 삶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까지 갖게 되었다 고 한다.
베이킹으로 삶의 활력소를 찾는다
홈 베이킹 강습과 베이커리 까페 운영 김희경
GL Associates에서 굵직한 해외로드쇼와 전시를 위한 공간을 세팅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 고 있는 김희경(30)씨는 퇴근 후 다양한 종류의 빵을 굽고 예쁜 케익을 만드는 베이커로 변신한다 . 초등학교 2학년 때 직접 쿠키를 만들어보겠다고 우기다가 쿠키를 새까맣게 태웠던 기억이 있는 그녀는 지금 모든 종류의 케이크와 빵, 마들렌, 쿠키 등을 만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 치는 수준의 실력자가 되었다.
대학교 때는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오븐을 구입했을 정도. 프로패셔널한 베이커가 되기 위해 여가 시간을 할애하던 중 우연히 같은 취미를 가진 분을 만나 케이크 만드는 법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본격적인 취미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싸이월드에 올린 수제 케이크와 쿠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녀는 오프라인 베 이킹 모임을 갖게 되었다. 체계적인 홈 베이킹 수업에 목말라있던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금 은 회사 건너편에 홈 베이킹 강습과 케이크판매를 겸하는 작은 카페까지 열게 되었다.
투잡이 부담스럽지 않냐고요? 천만에요!
흔히 생각하는 고정관념 중 하나는 ‘투잡족은 칼 퇴근을 하는 이들에게만 가능하다’는 것. 김희 경씨는 투잡을 갖는데 퇴근 시간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다.
“그래픽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야근이 워낙 많아서 저녁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요. 늦은 시간에 퇴근 하면 집에 가서 쓰러져 자기 바쁘죠. 그러다보니 내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삭막한 회사원만 남아있 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는 몸이 힘들어도 베이킹에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회사업무 또는 대인관계 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술이나 수다로 풀기보다 케이크나 빵을 만들며 평소 하고 싶었던 일로 스트 레스를 해소했다고 한다.
그녀는 베이킹 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게 되면서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맛있는 빵과 쿠키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까 그들을 만날 때마다 기분 좋은 표정으로 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도 많이 고쳤고, 다른 사람과 문제가 생겼을 때도 속만 태우지 않고 직접 구운 쿠키를 선물하고 나눠먹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등 쿠키 덕분에 사회생활에 대한 노하우 와 여유도 생겼어요. 여기에 쿠키 판 돈까지 생기니 일석이조, 인생의 보너스를 경험하고 있어요. ”
■기획 / 강주일 기자 ■진행 / 정수윤(프리랜서) ■사진/ 박형주·박원태 ■기사제공/ 레이디경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