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아이판 군이랑 한참 얘기했는데
(이것도 시간 나면 써보겠다)
그러다가 떠오른
(뭐 누구나 다 아실 만한) 생각을
(굳이) 정리해 보자면..
...
서론 :
한국은 仄?한계에 다달았고,
통일은 되어야 한다.
자원 없고 좁은 영토에
사람들은 모두 안정된 미국인 수준의 생활을 바라고 있는데
제조업과 틈바구니 무역만으로는 벅차고
성장의 동력이 될 만한 게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태어나서부터 진학과 취직을 목표로 살고
취직한 다음에는 돈벌어 모두 자식들의 사교육비에 부은 다음
운이 좋으면 나이가 들어서야 약간 내가 뭘했나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유연하고 편안한 생각을 하기가 힘들고
비교하고 불안해하고 경쟁하며 평생 살아야한다.
...
본론 :
통일하는 방법은 두가지인데
양쪽 다 쉽지 않지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북한을 봉쇄하는 방법이 있고
북한을 개방하는 방법이 있다.
북한을 완전히 봉쇄하면
한동안 북한 정부는 외부 세력들에 대한 적개심을 정권 유지에 사용할 수 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거나 붕괴할 것이다.
북한을 완전히 개방하면
한동안 북한 정灌?물질적으로 숨통이 트이겠지만
잘 되면 경계선이 점점 흐릿해져서
어느날 내가 너고 네가 나인 날이 올 수도 있다.
문제는 어느쪽 하나
우리 나라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봉쇄하려면
중국, 러시아가 함께 봉쇄를 해주어야 한다.
개방하려면
미국, 일본이 함께 손발을 맞춰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혼자서 봉쇄.. 는 당연히 말도 안 되고
우리나라 혼자서 통일 전쟁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또한
우리나라 혼자서 북한을 경계선이 흐릿해질 정도로 먹여살릴 수도 없고
미국이 외부의 '적'으로 존재하는 한, 북한 정권은 이걸 이용해 대중을 컨트롤할 수 있다.
...
더더욱 문제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
우리나라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에겐 한반도의 긴장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미국은 잠재적 적이 필요한 나라이고, MD나 F15K 등도 팔아야 한다.
(이락, 이란 등에 에너지가 너무 쏠려서, 잠재적 적이 너무 많아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은 늘 재무장을 꿈꾸고 북한이 적당히 나쁠 수록 좋다.
중국, 러시아는 6.25 때처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은 은근히 북한을 '조선족'처럼 만들어
한국어를 쓰는 중국 영토로 만들고 싶어할 수도 있다.
중국, 러시아는 봉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파키스탄인 아이판이 지적했듯이
중국의 반응은 겉으론 격했지만 속은 알 수 없고
러시아의 반응은 '북한은 핵확산 금지조약에 복귀해야 한다' 뿐이었다.
(파키스탄은 인도에 대항해,
중국의 암묵적 지지하에 핵실험을 한 뒤,
한동안 호되게 국제사회(라기보단 미국)의 제재를 받았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갖는 바람에, 전진기지 역할을 해주며 슬쩍 핵보유국이 되었다.
아이판의 주장은 '북한은 지금 상황에서 참 똑똑한 선택을 했다'
반박했지만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미국, 일본은 개방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실제로 점차 봉쇄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는데,
중국, 러시아의 참여가 없어 완벽한 봉쇄는 불가능하고
더 이상 봉쇄의 수위를 높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개방' 쪽으로 급선회하려면
'핵에 굴복해서..' 라는 꼬리표가 붙고 북한 정권이 한 선택을 정당화해 줄 뿐이다.
...
한국은 '개방' 쪽으로 하고 싶어했는데
나는 이쪽이 일단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 러시아가 있으니 완벽 봉쇄는 어차피 불가능하고
봉쇄에 의한 통일은 좀더 위험하고 격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햇볕을 쪼였지만 ...
'개방' 정책에서 중요한 건
북한 정권이 '외부의 적'을 정권 유지에 더 이상 써먹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미국의 부시를 보라.
얼마나 '외부의 적' 역할을 충실하게 연기했는지..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손발이 안 맞아
미국을 '외부의 적'으로 이용하고
한국에게선 원조를 받아 약간이나마 숨통을 틔우면서
북한 정권은 아주 쾌재를 부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선 다들 들고 일어나,
'햇볕'과 '개방'이 이런 꼴을 불렀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있고
미국에선 다들 들고 일어나,
대화 안 하고 '봉쇄'만 해서 이런 꼴을 불렀다고 부시를 비난하고 있다.
...
결론 :
'봉쇄'나 '개방'이나 양쪽 다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어느 한 쪽으로
(우리 나라 안에서라도) 의견이 일치되어야 하는데,
인터넷을 보면
물론 무관심하거나 중립적인 사람들도 많겠지만,
일단 다른 쪽 진영을 설득하는 걸 지나
뭔가 '위험한' '상종 못할' 놈들이라고
좌파니 우파니 이념적인 꼬리표를 붙여놓고
감정적으로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매우 한심하거나
아니면 작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국제 정세는 복잡하고
판단도 행동도 힘든데
뭐하러 좁은 나라에서 아웅다웅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지
(음 아마 실제로는 별로 안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보면 극단적인 것들이 더 많이 보이니까..)
...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햇볕'은 좀더 그럴 듯한 생각이었고
이걸 부시가 망쳐놓았다.
중국, 러시아를 움직여
'봉쇄'에 나서는 것 보다
동북아에서 긴장이 완화되고 우방인 한국이 득세하면
그나마 이익도 있는 미국과 함께 (일본은 매우 바라지 않는 바이지만)
'대화'와 '개방' 쪽으로 나가는 편이 좋았는데,
미국이 자기네도 경제가 위태위태하니
무기 팔고 중동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할 프로퍼갠다 ('악의 축' 어쩌고)가 필요하다 보니
삽질을 해버린 것이다.
으아,
얼마나 크게 때를 놓쳤고
얼마나 크게 몇십년은 뒤로 후퇴했는지..
북한 정권이 저렇게 기고만장할 때
'개방'과 '대화'로 돌아서게 되면
핵에 굴복하는 것처럼 되어
모양이 매우 좋지 않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라도 오히려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대화를 시작하는 건 미국이다)
(슬프지만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중국,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더 이상 봉쇄할 수 없고
그쪽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면
미국이 직접 공격하는 수밖에 없는데
(아마 분위기상 중국, 러시아도 한다면 막지는 못할 것이다)
이건 너무 위험하고
한국군을 이걸 위해 동원한다면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