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령 : 이순원 작품집
이순원 | 출판사 : 생각의 나무 | 2005년 6월
읽은 기간 : 2006.10.10 ~ 10.11
-- "아까 얘기한 영원의 시간에 비하면 아주 보잘 것 없지만 인간에겐 또 인간의 시간이라는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행성이 자기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돌아오는 공전 주기를 가지고 있듯 우리가 사는 세상 일도 드런 질서와 정해진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일이란 일은 모두 2천5백만 년을 한 주기로 되풀이해서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2천5백만 년이 될 때마다 다시 원상의 주기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2천5백만 년이 지나면 그때 우리는 윤회에 윤회를 거듭하다 다시 지금과 똑같이 이렇게 여기 모여 우리 곁으로 온 별을 쳐다보며 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겁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길에서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 다시 만나게 되고, 겪었던 일을 다 다시 겪게 되고, 또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을 다시 겪게 되는 거죠."
"정말 그런가요?"
여자가 다시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아무래도 내일 일찍 떠나야겠죠?"
"선생님......"
"예."
"어쩌면 저는 내일 아침 선생님을 보지 않고 떠날지도 몰라요. 그러면 2천5백만 년 후에야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그러면서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하나하나 벗어 윗목으로 놓았다.
......
"이제 제 손을 잡아주세요. 그리고 2천5백만 년 후 다시 절 처음 봤을 때 그것을 기억해 주시고요. 바람꽃 같다고 말할 때......"
......
ex Libris :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별이 된다. 아니 하나씩 하나씩 흩어져 어딘가로 떠다니다 또 무언가의 일부가 되거나 전체가 되거나 그렇게 존재하는 지도 모를 만큼 작은 우주의 한 점이 된다.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늘 그 시간이 돌아올 수 있다는 꿈을 꾼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윤회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을 전생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을 다중우주론이라 한다. 하지만 어쩌란 말이냐..... 이런 상상의 우주를 헤매며 무한의 생각 속에 빠지는 나와 나라는, 우리라는 존재조차 찰나의 사건일 뿐인데..... 은비령...시간이 멈춘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사랑이 시작되고 끝난다 해도 그것은 우리에게 쓸데없는 설레임만 줄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