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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혈액형 성격학에 대하여...

남영광 |2006.10.13 14:57
조회 552 |추천 5

사람들이 서로 혈액형을 묻고, 혈액형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을 보면, 열불이 난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일본에서 별별 쓰레기 같은 사이비과학들이 다 우리나라에 넘어온다. ㅠ.ㅠ


1.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학 수준이 아직 이 정도인가 싶어,  생물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우울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A. 현상을 해석해 준다고 그게 진리는 아니다.

   B. 과학 용어를 쓴다고 해서 과학이 아니다.


    위의 A.B를 보니 해당하는 게 하나더 생각났다. 바로 증산도이다.


    대학 때, 거기서 활동하는 과친구가 있어서 서로 도를 전한 적이 있었는데... ㅠ.ㅠ 그들이 증산도를 설명할 때, 현대물리학의 용어들을 자주 사용했다. 기억나는 단어 하나, 반물질. 그런데 뜻이 달랐다. 당시 내가 일반물리학을 듣고 있었다.^^;  얼핏 단어만 들어 보았거나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들으면 혹하기 좋게, 과학 용어들로 자기네 '도'를 치장하고 있었다. 과학의 용어들을 그 본래의 의미와는 상관 없이 가져다 쓴다는 점에서 혈액형 심리학은 증산도와 비슷하다.


   왜 혈액형 심리학에서 말하는 혈액형의 특성이, 실제 과학에서의 그것과 상관이 없는가?


   먼저 혈액형을 설명함으로 시작하겠다. 혈액형의 발견 이전에는 수혈로 죽는 일들이 있곤 했다. 그 원인은 공여자의 혈액에 있는 항원들이며, 그 실체는 적혈구 표면의 올리고당이다.그 한 종류로 A type과 B type이 있고, 올리고당이 없는 경우에는 O type이라 한다.

 

(자세한 설명, 건너뛰어도 좋다. 이들이 같은 유전자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세 가지 형질, 즉 A, B, O형질이다. 상염색체는 한 쌍, 즉 두 개가 짝을 이루어 존재하므로, 가능한 조합, AA, AO(=OA), BB, BO(=OB), AB(=BA), OO이 유전자형들이다. 한편, A형질과 B형질이 O형질에 대해 공우성이다. 즉, A=B>O. 그래서, 각 유전자형들은 AA=AO=A혈액형, BB=BO=B혈액형, AB=AB혈액형, OO=O혈액형으로 나타난다. )


   자기에게 없는 항원이 존재하는 혈액형의 피를 받으면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켜 피가 굳어 낭패이다. 따라서, 두 가지 항원이 모두 없는 O형은 나머지 혈액형 모두에 공혈할 수 있고, 반대로 다른 혈액형으로부터 수혈받지 못한다. 한편, AB형은 모두에게 수혈받을 수 있으나, 다른 혈액형에 공혈해 줄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우리는 그렇게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다. 이것이 혈액형 심리학이 근거하는 논리이다.


   혈액형 심리학은 혈액형의 특성을 성격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O형이 다른 혈액형들에 피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베푸는 성격, 활달한 성격으로 확장된다. 주지는 않고 받기만 하는 AB형 혈액의 특징은 폐쇄적이고 특이한 성격으로 확장된다.


   이는 잘못된 유비추리의 오류이다. 비본질적인 관찰에 근거하여 둘을 비슷하다고 묶어버린다. 단순히 사람들의 막연한 고정 관념에 기댈 뿐이다. (아래에 설명할텐데, 피가 성격을 좌우한다는 고정관념은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리고, 과학적이라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혈액형과 성격 사이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변호하는 주장이, 통계적 연관 관계가 있다 한다. 그렇다면, 관상가들도 통계 얘기한다. 혈액형이 과학적이라 하면, 관상술도 과학적이라 하겠다. 나라면 차라리 앞 문장의 '과학적'을 '(사이비) 과학적'으로 바꾸겠다.


   그런데... 혈액형 심리학의 이 '소위 과학적 근거'도 틀렸다 한다. 현재 채혈된 혈액들은, 오직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만 전달한다고 한다. 다른 문제가 있다고.... 따라서, 혈액형 심리학의 이른바 과학적 근거는 더욱 희미해진다.


2. 혈액형 심리학의 유행이라는 현상을 통해, 성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놀라우리만치 많다는 점과 사람들에게 '성격'을 설명할 "언어"가 필요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네 가지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설명 방식이 하나 더 있었다.


   기원전 400년경에 살았던,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사람들의 기질을, 담즙질, 우울질(흑담즙질), 다혈질, 점액질의 4 가지로 구분하였다. 그는 사람의 피가 실제로 이 4가지 성분의 조합으로 되어, 그 중 어느 성분이 많은가가 사람들의 성격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설명하였다.


   "담즙질(담즙: 쓸개즙)은 급하고 화를 잘 내며 적극적이고 의지가 강하다. 흑담즙질은 우울질이라고도 하며 신중하고 소극적이며 말이 없고 상처받기 쉬운 비관적인 기질이다. 다혈질(피가 많은..., 일상화된 단어이다.)은 쾌활하고 밝으며 순응적 ·타협적이며 기분이 변하기 쉽다. 또 점액질은 냉정하며 근면하고 감정의 동요와 변화가 적고 무표정하며 끈기가 있다."


   혈액형 뿐 아니라, 피로 사람의 성격을 얘기하는 것은 이처럼 역사가 오랜 고정관념이다. 


   4가지 기질에 대한 짧은 강의를 한 수련회에서 듣고 나서, 내 성격은 점액질과 담즙질이 반반이니 하는 식으로, 기질을 성격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해 보았던 기억이 난다. 과학적 근거에 대한 확신 없이도, 우리가 기질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문제 없었다.

 

   왜냐, 점액질이니, 담즙질이니 하는 말 자체가 아니라, 그 "말들이 담고 있는 사람의 성격에 대한 설명"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것에 사람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공감을 이끌어 낸다.


   혈액형도 마찬가지 아닐까? 굳이 사람의 성격에 대한 통찰에 굳이 "혈액형"이라는 이른바 "과학"을 가져다 붙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있다.


3.  한편, 성격에 그렇게 관심 많아 하는 사람들이, 왜 심리학계에서 인정하는 다면적 인성검사(MBTI)에서 말하는 용어들(INTJ니, ESFP니 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설명하지 않을까?


몇가지 생각해 보면,

 

1) 덜 알려져 있다. vs 널려 있다.


   나도 대학교에 가서야 MBTI가 있는 줄 처음 알게 돼 받았다. 지금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에 비해, 혈액형은 요즘 온갖 잡지, 싸이, 심지어는 기성 언론도 온통 그 얘기로 넘쳐난다.


2) 번거롭다. vs. 검사가 필요 없다.

 

   MBTI는 시간을 들여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제대로 해석받으려면 훈련 받은 상담사에게 받아야 한다) 그에 비해 혈액형은 온 국민이 초등학교 때 이미 받았다. 또 받을 필요 없다.



3) 복잡하다. 많다.16가지 vs 딱 4가지.


   MBTI는 16가지로 분류를 한다. 사람들이 언제 16가지를 외울 것이며, 그 120가지 조합을 생각할까? 이에 비해, 혈액형은 4가지. 딱이다.


   그래서, 자기과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을 어느 상황에서건 만날 수 있고, (아래 발췌한 글에 말한 것처럼,) 사람들과 자기를 연결짓고, 소속감을 느끼는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리고, MBTI로는 자기 성격은 알 수 있겠지만, 다른 15가지를 다 외워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편, 혈액형은 나머지 3가지에 대해 숙지하기 쉬워, 그 짧은 지식과 단편적인 관찰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기에 아주 용이하다.


    악화(bad currency)는 양화(good currency)를 구축한다는 말이, 이 경우에 딱 맞는 것 같다.


   바라기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 스포츠 연예 기사 같은 데에, 자꾸 악화를 실어, 사람됨에 관심 많은 착한 사람들 헷갈리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신문에 그런 글 올리면 사람들이 진실로 믿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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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혈액형 인간학을 믿는 사람들은 무리에 가입하고 복종하기를 더 원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따라서 혈액형은 한 사회에 속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일본대 심리학과 오무라 마사오 교수는 사람들이 혈액형 인간학을 믿는 이유가 ‘FBI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성격은 원래 규격화할 수 없지만(Free-size), 한번 이름 붙여지면(Branded), 마음에 새겨진다(Imprinted)는 것.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해석하는 어떤 원리를 찾고 싶어 한다. 이때 가장 쉬운 방법이 이분법 또는 모든 것을 범주화시키는 것이다. 딱 좋은 것이 혈액형이다. 혈액형은 4가지로 분류되고 모든 사람이 거기에 속한다. 관계를 알기 쉽고 검증하기도 쉽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사람들은 그것에 의존하고 싶어 한다."

http://blog.naver.com/ojeykoh/16099461

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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