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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기에

신성규 |2006.10.17 13:50
조회 78 |추천 0


천상에서 바람이 분다.         

봄부터 이어온 기억들을

짧은 삶의 여운을

머리에서 머리로 실어내고

억새들은 작은 함성을 모으며

사람들에게 다가오기도 하고

못내 이루지 못한 꿈들을 모아 하늘로 보내기도 한다.


햇살이 제일 좋은 곳

바람도 가장 센 곳

그러나 천상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서

억새들은 서로 손을 잡고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으며

모진 삶을 끈질기게 이어 왔다.


달 밝은 여름 어느 날 밤

조용히 선 채

별을 헤아리다 졸음이 오면

감추고 있던 바람을 놓아

익숙한 흔들림으로

가을의 노래를 배우던 억새의 가슴에는

차마 물어보지 못할 슬픔이

그러나 삶을 달관한 체념이 있는 것 같다.


화려한 단풍보다는

하나의 색을 고집하며

외로운 영혼들을 모아

서로서로 기대며 피는 억새들

그래서 사람들은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그 무엇을

한꺼번에 끌어내 탄성하는 것이다.


당신이 있기에

그들의 삶과 일일이 악수하며

가을의 진미를 들이켰습니다.

묵은 땀을 깨끗이 씻어내고

천상의 바람을 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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