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서 바람이 분다.
봄부터 이어온 기억들을
짧은 삶의 여운을
머리에서 머리로 실어내고
억새들은 작은 함성을 모으며
사람들에게 다가오기도 하고
못내 이루지 못한 꿈들을 모아 하늘로 보내기도 한다.
햇살이 제일 좋은 곳
바람도 가장 센 곳
그러나 천상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서
억새들은 서로 손을 잡고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으며
모진 삶을 끈질기게 이어 왔다.
달 밝은 여름 어느 날 밤
조용히 선 채
별을 헤아리다 졸음이 오면
감추고 있던 바람을 놓아
익숙한 흔들림으로
가을의 노래를 배우던 억새의 가슴에는
차마 물어보지 못할 슬픔이
그러나 삶을 달관한 체념이 있는 것 같다.
화려한 단풍보다는
하나의 색을 고집하며
외로운 영혼들을 모아
서로서로 기대며 피는 억새들
그래서 사람들은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그 무엇을
한꺼번에 끌어내 탄성하는 것이다.
당신이 있기에
그들의 삶과 일일이 악수하며
가을의 진미를 들이켰습니다.
묵은 땀을 깨끗이 씻어내고
천상의 바람을 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