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게는 입으로 말하면 입이 아프고
종이에 쓰면 종이가 아까운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농구장가면 내가 응원하는 반대편 응원하고
밥먹으러 가자하면 막창집 데려가고
새 옷 입고 나가면 촌스럽다 그러고
선물 사주면 절대 반가운 척 안하고
사랑한다 하면 내 얼굴만 멍청히 바라보는 녀석.
근데 그 녀석이 얼마전 군대를 갔습니다.
그래도 내딴에는 남자친구라고 훈련소까지 따라갔더니
글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편지보낸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씩씩하게 갔습니다.
저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결심했습니다.
녀석이 군대에 있는동안 시집 가 버리겠다고......
그리곤 화장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몇일 후 주소없는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모양없는 하얀 봉투에 깨악처럼 박힌 까만 점들
너무 익숙해져 버린 그 녀석의 글씨였습니다.
힘들다고...사랑한다고.
녀석이 흘린 눈물에 꼬깃해져 버린 편지에
나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내 여자도 못지키는데 나라는 지켜서 뭐하니. 너무 보고싶다.
나라보다는 널 더 사랑하는데...
조금만 기다려줘 더 멋있는 남자가 되어 돌아올께
표현도 잘하고 내 맘 숨기지 않는 그런 남자가 되어 돌아올께"
그동안 그 녀석을 미워하고 원망했던
내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녀석한테 100일 휴가 때 꼭 말해주려구요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오라고
나는 걱정말라고. 그리고 너무 많이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