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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날에, 우린...

김진환 |2006.10.21 20:48
조회 29 |추천 0

 

 현우는 30분째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모니터 속에는 하얀 화면 위로 커서만이 일정하게 깜박거렸다.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거나 사랑할수 없게 되었겠지.

 현우가 어렵게 이 한 문장을 써내려 갔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가 되니, 나는 모르겠어. 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가 내렸지.

 현우는 다시 글을 써내려 갔다.

 3일만의 너의 전화를 받았어. 왜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느냐고 내가 물으면 그냥이라고 대답했고, 아픈덴 없니라고 물으면 없다고 대답했어. 그리고는 너와 나 사이에 긴 침묵이 흘렀어. 내가 만날까라고 묻자 너는 그러자고 했어.

 현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가을 바람을 맞았다. 우연히 올려다 본 하늘은 짙은 푸른색을 머금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고 그리고 그 후의 하늘은 더 푸른 것일까.

 그 날은 비가 내렸다. 현우는 연과 종로의 햇살 좋은 날이라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연을 만나러 가는 현우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내리는 비가 모두 현우의 신발 속으로 스며들어 현우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3일동안 연락이 없었던 연에게서 다시 연락을 받았을때 그리고 두 사람의 수화기 사이로 긴 침묵이 흘렀을때 현우는 연과의 이별을 예감했다.

 현우가 햇살 좋은 날에 들어섰을때 연은 구석 자리에 앉아 내리는 비를,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창 밖의 풍경을 초점없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가 연에게로 다가갔다.

연은 창에 어렴풋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현우가 보였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20분 이른 시간이었다. 너는 늘 약속 시간보다 20분 먼저 나왔지, 오늘도 그렇구나. 오늘은 내가 너보다 20분 먼저 나왔어. 마지막일 테니까. 매번 너를 기다리게만 했으니까.

 현우의 눈에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낙엽이 보였다. 그때 연은 저 낙엽과 같아 보였다. 작은 바람에도 흩날려 사라져버릴것 같은.

 "일찍 왔네?"

 "응......"

 "비가 많이 온다, 올때 비 안맞았어?"

 "응......"

 현우와 연은 사소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이따금씩 연은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현우는 그런 연이 안타까웠다.

 "현우야,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나, 너랑 헤어지려고 해. 미안해, 햇살 좋은 날에 너랑 헤어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비가 와.

 

 현우는 창문을 닫고 다시 책상 위에 앉았다. 그리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현우의 손이 서서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비가 내리는 날에, 우린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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