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의를 중시하고 소인은 이를 중시한다지만 의도 상하지 않고 이까지 취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새해 첫날부터 믿었던 이에게 돈을 쫙쫙 빨리고 나면 신년 계획은 허무하게 녹아버리고 인간에 대한 분노로 몸을 떨게 된다. 의고 이고 다 필요없다. 화투짝 앞에, 트럼프 앞에 모든 인간은 승자 아니면 패자일 뿐!
화투 초급반
* 탄지신통 彈脂神通
일반적으로 화투 기술이 카드 기술보다 쉽다. 물론 이는 국어가 영어보다 쉽다는 말과 똑같아서 개중에 개인적 자질이 국어보다 영어에 쏠리는 기인이 있듯이 카드에 더욱 능숙한 재목이 있기도 하다.
탄지신통은 초급 화투기법답게 단순한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쌍피, 보너스패, 고도리 등 중요한 패 한 두 개를 a와 같이 엄지와 검지로 살짝 눌러준다. 괴력을 자랑하기 위하여 화투를 반으로 접는 외공일변도의 추구자는 기술연마를 포기하고 광이나 팔기 바란다. 화투가 접힌 듯 만 듯 해야 상대방이 속임수를 눈치채지 못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패를 섞고(b), 기리를 하거나 보너스 카드와 새 화투를 교환할 때 화투뭉치를 손가락으로 살짝 퉁겨 돌려준다(c). 구겨진 화투장이 볼록한 받침이 되기 때문에 화투패는 그 위에서 돌게 된다. 탄지신통은 화투판을 평정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다만 중요한 패 몇 장을 자유롭게 숨길 수 있기 때문에 보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하는 비법이다. 진정한 고수가 사용할 비법이라곤 할 수 없지만 화투판을 종횡한 고수도 잘 모르는 비법이다.
간단한 기술이므로 여러 번 사용할 경우 간파당할 가능성도 있다. 적발될 경우 힘으로 타격하여 억압할 수 있는 대상에게 사용하기 적절한 무공이다. 권장 타깃으로는 동생이나 후배를 들 수 있다.
카드 초급반
* 엮기 기술 Weaving the cards
시간은 금이다. 패가 말라 죽었을 때 노는 시간을 활용하는 이 기술은 선수들 사이에서 '엮는다'고 표현되는 트리플 만들기 비법이다. 사진은 독자의 편의를 위해 K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선량한 인상을 풍기면서 패를 모아 순서를 조작한다(a).
본 강의는 5포일 경우를 예로 들어 진행된다. K와 K 사이에 4장의 패를 끼운다. b와 같이 카드를 섞을 때 엮어놓은 패를 가장 위에 올려 놓는다. 카드를 치면서 엮음패에 필요한만큼 카드를 올린다. 자신의 앞부터 패를 돌린다면 4장의 카드를 엮음패 위에 올려야 한다. c처럼 카드를 한 장씩 필요한 만큼 얹는다. 실수로 한 장을 덜 올릴 경우 바로 앞 턴의 선수가 K 트리플 횡재를 하게 된다.
4장의 카드를 덧입힌 엮음패를 잘 쥐고 남은 카드뭉치를 그 위에 올린다. d에서 알 수 있듯이 속임수를 위한 카드는 아래쪽에 몰린다. 아래의 뭉치는 꽉 잡고 위의 뭉치만 열심히 쳐준다. 당연히 아래의 카드는 섞이지 않는다. 셔플을 할 때도 아래의 카드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충분히 섞었다고 남들이 생각하면 아래의 뭉치를 위로 올려 카드를 분배한다.
누군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 엮기 기술의 정체를 깨우칠 수 있으니 뇌세포의 운동이 정지한 노령층 특히 아버지를 대상으로 시도해보자. 단 이 정도 기술을 습득했다고 자신이 타짜라고 오버는 하지말자.
| 용어들 |
* 5포
다섯 명이 한 테이블에서 포커를 치는 것을 말한다. 네 명이 경기를 진행한다면 4포라고 한다. 별것도 아닌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할 필요 있냐고 따지지 말라. 도박판에선 기선 제압이 가장 중요하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이유도 없이 고개를 흔들며 '아, 5포란 말이지? 4포가 딱 좋은데...'라고 전문용어를 써주면 일단 기선 제압이 가능하다.
* 타짜
카드판에는 타짜는 없다. 카드 전문가를 의미하는 전문용어는 마귀이다. 타짜는 화투 기술자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카드 기술이 화투 기술보다 난해하다. 제대로 된 카드판에 끼어들어 똥폼 잡고 '난 타짜요'하면 개망신이나 주의하라.
* 셔플
카드를 양쪽으로 나누어 합치면서 섞는 방법. 민간인의 세계에서는 '셔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폼나지만 선수들의 세계에서는 '샤프질'이라고 말해야 대접받는다.
* 촉
고수. 어원은 '촉(燭). 밝은 촉 자에서 알 수 있듯이 도박에 밝은 사람을 지칭한다.
* 앞
초보자. 어원은 '절벽 앞'이다. '호구'와 유사한 뜻을 가진 단어. 기술자의 사냥감이다. 촉과 앞을 구별하는 것이 도박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화투 중급반
* 낙장영법 落影掌法
사진은 화투판 아래에서 촬영한 것이다. 선수는 현재 자신이 들고 있던 패 한 장을 내린 상태다. 이제 한 장을 뒤집을 차례인데 a에서 여러분은 선수의 손바닥에 패 한장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손바닥에 패를 붙이는 것이 장법의 기본이니 지속적인 수련으로 마스터하길 바란다. 귤을 까먹고 즙을 손바닥에 바르면 쉽게 붙일 수 있지만 약물에 의존하다 보면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패를 치고 뒤집는 동작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뿐만 아니라 손이 오므려진 상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바닥에 붙은 패가 상대방에 눈에 띄지 않는다. b에서 우리는 뒤집고 있는 패가 똥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c는 낙영장법의 오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뒤집은 패를 잽싸게 손바닥에 가져다 대고 미리 붙여놓은 패와 바꿔치기 한다. 똥광이 손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게 주의하며 일광을 내린다(d). 낙영장법을 잘 응용하면 필요한 때 판쓸이나 빽(일명 설사)을 할 수 있다. 장법의 기초와 오의를 완벽하게 터득하면 무한한 초식으로 연결 가능하다. 중급 기술을 친구들 사이에서 발휘하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카드 중급반
* 스태키 Shuffle Trick
이해를 돕기 위해 중급 과정에서도 초급 과정과 마찬가지로 특정 카드(K)를 뒤집어 놓았다.
a와 같이 자신이 취할 카드를 전체 패의 윗면에 모아둔다. 셔플을 하기 전에 카드를 쳐서 섞어주는데, 이 때 만들어주는 패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b처럼 셔플을 하면서 K 한 장이 내려왔을 때 놓치지 않고 원하는 장수의 카드가 K 위에 얹히도록 한다(c). d와 같이 K가 맨위에 떨어지게 하면 자신의 바로 앞에 K 트리플을 던져주게 된다.
가장 친한 친구가 바로 옆자리에 있으면 K 트리플을 던져주면서 우정을 다질 수 있다. 친구의 자리가 옆의 옆자리라면 K 위에 한 장의 카드가 떨어지도록 샤프질을 하고, 의리보다 돈이 중요하다면 자신에게 트리플이 떨어지도록 카드의 숫자를 조절한다. 대부분의 타짜는 이 기술을 자격증 삼아 생계를 꾸리고 있다.
화투 고급반
* 초상비 草上飛
업계에서는 '밑장 빼기'라고 부르는 최고급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패를 엮어 놓을 수 있는 수준의 바탕을 갖추어야 한다.
패를 돌리기 전에 엮어 놓은 패를 맨 아래에 모아둔다. a는 패를 돌리는 모습이다. b는 강사가 맨 위의 패를 빼는 모션이다. 자연스럽게 돌릴 패를 뽑는 척하지만 c에서 알 수 있듯이 맨 위의 패는 국화이다. 국화를 뽑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화투의 맨 아래에 위치한 단풍을 ??는 것이 밑장 빼기의 요지이다(d).
천상의 도가 언제나 그러하듯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수련을 계속하여 밑장 빼기를 자유롭게 구사하게 된다면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패를 아래에 모아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화투판의 패를 조작할 수 있다. 이 기술로 패를 돌리면, 무한질주를 위하여 도로를 아우토반같이 완벽하게 포장하는 격이니 그 앞에 패배는 있을 수 없다.
섯다에서는 쉽게 장땡을 끌어낼 수 있고 도리짓고 땡, 알로굿삐 등 모든 화투 도박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팔방미인 기술이다.
초가 위에 있는데 정작 뽑아내는 패는 비이니, 이 어찌 수려하다 아니하랴. 풀 위를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속도로 밑장을 뺄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강호를 일통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다.
카드 고급반
* 밑식 Missing
이 고급 기술의 명칭은 국어가 영어로 변화한 경우에 속한다. 이런 단어 변화는 어학적으로 희귀한 케이스에 속할지 모르지만, 업종의 특수성으로 인해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화투의 밑장 빼기가 카드판에 전래되어 카드 특성에 적합하게 발전한 기술이므로 기본 원리는 밑장 빼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a와 같이 선수 본인이 딜러를 맡아 패를 돌릴 때 사용한다. 선수는 맨 위의 카드를 뽑는 척한다(b). 그러면서 실제로는 아래의 카드를 뽑아서(c) 상대에게 돌린다(d).
카드의 위쪽에 에이스를 모아놓고 아래에는 K 세 장을 포개어 놓으면 상대에게 K 트리플을 돌리면서 자신은 에이스 트리플을 받으면서 시작하는 것이 된다.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으랴.
화투의 밑장 빼기가 무조건 맨 아래의 패를 뽑는 기술인데 비하여 밑식은 위에서 두 번째 패를 뽑아내게 변용되기도 하였다. 업계에서는 상단의 카드를 뽑아내는 기술이 하단의 카드를 밑식하는 것보다 높이 평가된다.
기술 구사가 난해하여 하단 뽑기 밑식을 터득한 선수도 마스터의 대우를 받으며 일가를 이룰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단 뽑기를 마음껏 발휘하는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 필적하는 존경을 받게 된다.
또 이거보구 도전한답시고 하시는분들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건전한 도박문화는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지만 넘 심오하게 빠지시면 폐가망신에 자신의 인생 송두리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는것을 상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