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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침묵해서 고맙지않으세요"♨

김영종 |2006.10.23 19:16
조회 61 |추천 1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 전두환씨가 2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뒤, 장례식장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모 언론사 기자 "(최규하 전 대통령이) 끝까지 침묵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고마우신 부분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전두환 "(기자들의 마이크를 밀어내며) 이것 좀 떼! 뭐가 신통치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18년이 지났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그는 23일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 중에 단연 관심을 끈 인물이었다. 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후 신군부의 주역으로 떠오른 그는 최규하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체포재가서를 받아냈고, 이듬해 8월 최씨가 하야하자 권좌에 올랐다.

최씨가 권좌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신군부가 유무형의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만, 최씨는 22일 침묵 속에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악연'을 생각하면, 전씨가 최씨의 빈소에서 보여준 일거수일투족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전씨의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것은 23일 오후 3시경. 전씨의 굳은 표정 뒤로 부인 이순자씨와 이학봉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이 보였다. 전씨가 조문을 마친 뒤 유족들에게 "오래 고생하셨죠?"라고 말하자 최씨의 장남 윤홍씨는 "그렇게 오래는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윤홍씨는 전씨가 돌아간 뒤 "선친의 명복을 빌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여분이 지난 후 전씨가 장례식장을 나서려고 하자 수십 명의 기자들이 주변에 몰려들었다. 한 기자가 "(최규하씨가) 끝까지 침묵하다가 돌아가셨는데, 고마우신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지만, 전씨는 이를 못 들었는지 전시 작전통제권 얘기를 갑자기 꺼냈다.

 ▲ 전두환씨가 장례식장을 나서다 자신의 건강을 축원하는 한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여러분들도 걱정하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어느 때보다 걱정스럽다. 신문을 보니 이번 SCM(한미연례안보회의)도 그리 만족스럽게 끝난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이 지혜를 짜내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전씨는 이 말을 한 뒤에야 "우리나라 외교에서 큰 공을 세운 최규하 전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고인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 최 전 대통령의 하야 과정에 대해 한마디 해주세요.
"내가 청와대에서 나온 지 19년째다. 여러가지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중략) 내가 10개월간 대통령을 모셨다. 그런데 그 사이에 어렵고 중요한 일들이 많아서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지시를 받을 때도 있고, 내가 보고를 드릴 때도 있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섬세하고 풍부한 분이어서 모든 것을 기록으로 유지했다. 대통령이 아마 상세한 기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비망록은 가지고 계실 것이고, 회고록을 작성해두었다는 말도 있다. 그분이 돌아가셨으니 머지않아 비망록이든 회고록이든 세상에 발표되지 않겠나? 그게 발표되면 여러분들이 궁금한 사항들의 재료를 습득할 것이다."

전씨는 "문상 와서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다"며 취재진을 물리치고 승용차에 올랐다. 전씨가 장례식장을 나서는 순간 한 조문객은 "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전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근태·김한길 등 여당 지도부가 조문한 데 이어 이날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용훈 대법원장, 이종석 통일·김성호 법무·유시민 법무·정세균 산자·김명곤 문화·이치범 환경장관,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이 빈소를 찾았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수한·이만섭·박관용 등 노정객들도 추모대열에 합류했다.

다소 무덤덤한 여론과는 달리 조문객들은 고인을 대체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요즘 들어 대외 활동이 활발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은 "가장 어려울 때 국정운영을 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던 선배"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79∼80년 신민당 의원을 지낸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최씨가) 어려운 시기에 그 이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었겠냐"며 "죽을 때까지 일체 변명하지 않고 함구한 것도 그분다운 풍모였다"고 평가했다.

▲ 전두환씨가 경호원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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