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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이성민 |2006.10.24 00:45
조회 33 |추천 0


 인도네시아 동남부의 섬인 자바의 청년들은 청춘의 봄이 찾아와 사

 

랑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 찰 때, 그리하여 마침내 먼 빛으로 보기

 

만 해도 가슴이 터질 듯 용솟음치는 꽃다운 처녀를 만났을 때, 그 처

 

녀가 곧 세계의 전부로 느껴진다고 해도 결코 곧바로 달려가 청혼하

 

는 법이 없다. 그런 식의 만남과 그런 식의 청혼이란 사람의 내밀한

 

본성에 비해 너무 단순하고 너무 산문적이기 때문이다.

 

 문명사회의 청년들보다 훨씬 더 시정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꿈

 

많은 자바의 청년들은, 먼저 사랑의 격정에 기다림을 보태 그 사랑

 

이 오래된 술처럼 향기롭게 익기를 기다린 다음, 마침내 사랑하는

 

그녀와 결혼하면 보금자리로 쓸 집의 벽재 일부를 어깨에 메고 처녀

 

의 집으로 찾아가 가만히 문 앞에 놓아둔다.

 

 기다림의 시간은 24시간이 일반적 관행이다.

 

 처녀는 그 벽재의 주인인 총각이 마음에 들면 24시간 안에 벽재에

 

다가 사랑의 징표로서 두 개의 구멍을 뚫어놓는다. 두 개의 구멍은

 

그들이 결혼하여 함께 살 보금자리에 뚫린 황홀한 창의 상징이다.

 

떨리는 24시간을 보내고 나서 사랑하는 처녀의 문 앞에 놓아둔 벽재

 

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도 청년은 말없이

 

그것을 회수해 돌아올 뿐이다. 절망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때가

 

성숙하지 않았다고 여기고 다음 기회를 또 기다릴 것이므로 청년은

 

여전히 꿈꿀 수 있는 것이다.

 

                       - 박범신, 젊은 사슴에 관한 은유,

                                          사랑하고 또 결혼할 딸에게 中 -

 

조금만 더 기다리려 합니다.

이 마음이 잠시 잠깐의 타오르는 불꽃인지

영원히 꺼지지 않을 태양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합니다. 

그대,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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