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42주년 약혼기념일
참 세월이 빠르기가 한정도 없다.
그와 내가 만난지 벌써 42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다 되어 간다.
오늘은 2006년 10월 하순 24일 ..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2년전, 1964년 10월 24일.
그 때는 이날을 유엔데이라고 해서 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 날을 잡아서 우리는 약혼식을 했다.
그 날 동양사학계의 거두들이셨던 동빈 김상기 선생님 내외분을 위시해서 우호 전해종
선생님 내외분, 고병익 선생님 내외분, 채희순 선생님 내외분, 김성근선생님 그리고 윤남한
선생님 내외분 등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과 사범대학의 은사 선생님들을 모두 모신 가운데 ,
명동 충무로에 있던 유명한 중국집 아사원에서 우리 두사람은 약혼식을 올렸다.
중국사 전공 선생님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마치 동양사학회를 연상케 했다.
이제 모두 다 타계하시고 전해종 선생님 한분 만 생존해 계신다.
하긴 31세의 청년이던 그이가 일흔세살이나 되었고,
꽃다운 24세의 처녀였던 내가 예순여섯이나 되었으니...
어찌 세월을 거스릴 수 있겠는가...
시아버지, 시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친정 아버지도 올 여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동생들도 둘이나 먼저 떠나버렸다....
세월의 무상함 보다는 오히려 자연의 섭리 같은 엄숙함을 느낀다.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인 우리 인간의 자연적인 현상에 마음으로
오두마니 수긍과 이해를 함께 하며 고개 숙여 받아들인다.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보아야....
경남대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 버스 속에서 42년전
그 때 그 가을을 보았다.
파~란 하늘... 흰구름... 따사로운 햇살... 가을색의 나무들...
그 날은 식 마치고 둘이서 정릉으로 갔었는데...
작은 아들네 내외와 함께 낙지볶음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이는 이제 그 좋아하던 술도 안한다. 나만 소주 한잔 했다.
우리는 얼마나 더 함께 살까?
그 잘 써보내던 카드도 오늘은 그냥 쓰지않았다...
그래도 우리 두사람의 역사와 사랑의 결실인 세 아이가 잘
커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또 공부한 뒤 외국에 남지 않고 조국으로 돌아와 주어서 고맙다.
킅 딸이 42살, 큰 아들이 40살, 작은 아들이 36살...
모두 자신의 일거리를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다.
다섯명의 손자, 손녀도 무럭 무럭 잘 자라고 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늘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살자.
이세상의 모든 일을 다 보고 보살필 수 없어서 신은 이 세상에
어머니를 보내셨다고 했는데...
그 어머니의 마음으로...살아가야지...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한것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다 싶다.
감동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나왔으니...
10월 24일! 유엔데이는 참 좋은 날인기 보다....
우리도 약혼한 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