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던 길...
오늘.. 정말 많은 용기를 내서 그 곳에 다녀왔다.
모르겠다.. 왜, 갑자기, 하필이면 오늘,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그 길을 밟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일단 결심을 한 나는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언젠가 꼭 다시 한번 가봐야지..."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된건지는 나도 모른다.
영화를 많이 본 탓인지.. 아니면 뭔가를 확인하고 싶어선지..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고 싶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혼자서 뭔가 정리를 하고 싶어서인지...
어쨌든 난... 이 용기를 내는데만 10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아니 어쩌면 10개월을 참아온건지도 모르겠다...
인정할수밖에 없다. 그 길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길이었다..
난 오늘..
정말 너를 만나러가는 것처럼..
최대한 멋을 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이던 그 때처럼 그렇게 출발했다.
단지.. 그때와 다른점은..
지금은
너를 향해 가는 길이 아닌
너를 향하던 그 기억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점이다.
문앞을 나서기도 전에 벌써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왜일까.. 널 아프게 했던 일이 생각났다...
애써 눈물을 다시 눈에 넣으며.. 힘차게 걸었다
그때의 그 코스 그대로...
신기했다.
10개월만에 가는 그 길이..
매일 다니던 길처럼, 마치 집에 가는 길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몸이, 내 발이.. 날 이끌었다.
한치에 망설임도 한치에 오차도 없었다.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것만 같았다.
설레였고.. 두려웠다...
어쩌면 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시간속에서 갇혀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10개월이란 시간동안 발은 현실의 땅을 밞으면서도
마음은 그 때 그 시간을 밟아 온건지도..
"우리 절대로 변하지말자..
시간이 지나서 우리가 변하더라도
자존심같은거 다 버리고 서로 꼭 잡아주자.."
처음 사랑하게 된 그 시점부터..
헤어지기 얼마 전까지도.. 우린 서로에게 확인을 거듭했다.
위태롭고 완전하지 않은 사랑에...
그 뜨거움에.. 그 행복함에.. 그 안에서..
서로 불안을 느꼈던것 같다.
그리고 우린 끝내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나중에 나 늙으면 어린얘들하고 바람필거지?.. 나 버리지마.."
내 품에 안겨.. 어린 아이처럼.. 항상 다짐을 받아내곤 하던 너였다..
그런 너를 꽉 껴안고.. 다짐했다.. 아니 맹세 했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 맹세 했다...
이 사랑스럽고 약한 여자.. 내가 책임지겠다고...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놓지 않을꺼라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그리고 온갖 행동들로 너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난 결국 그 맹세를 지키지 못했다.
.......................................................................
계속되는 이런 기억들 때문에..
난 많은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릴뻔했다.
"이런.. 썬그라스라도 가져올껄.."
애써 밝은 생각을 하면서
출발할때부터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게했던
그 뭔가를 기억해냈다..
그때 너한테 가던 길에서 자주 듣곤했던 음악들...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건,
그 음악들까지 내 귀를 맴돌면 난 결코 울음을 참지 못했을거다...
그 강렬하고 신나고 뭔가 신랄한 메세지를 담은 힙합음악들이
지금은 듣기만해도 가슴 울리는 발라드 처럼 되어버리다니...
난 아직도 그 음악을 들으면 그 때 너에게 가던 그 길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며 준비한 디카로
그때 그길의 흔적들을 열심히 담았다..
한정거장.. 두정거장.. 세정거장...
점점 그 길의 첫 코스에 다가워지자 오히려 난 담담해졌다.
정말 그때처럼.. 너를 데리러 가던 그 길처럼 그렇게 당연해졌다.
드디어 너가 일하던 역에 도착했다.
전철의 문이 열리자..
오른발을 힘껏 내밀었다.. 자연스레 왼발도 따라왔다..
그리고 그상태로 나는 한동안 멈춰 서있었다...
물론 방금전의 그 담담함은.. 자취를 감춰버린채로...
너와 자주 만나던 장소인.. 파란 의자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려왔다는듯이.. 너와의 기억들과 함께 날 반겨줬다...
널 기다리던.. 그 벤치.. 그 자리에 앉았다...
계단 너머로 니 모습이 보이길 바라던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있었다..
그때 냄새에 취했다..
미련을 버리듯 얼마지나지 않아 벌떡 일어나 밖을 향해 나갔다.
늦으면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거 같다..
어쩌면 그 곳에 가면 아무렇지 않게
니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서두르게 된다..
말도 안되는 기대를 가슴에 품고..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는..
그때를 회상하며.. 그때 첫 목표지를 향해 걸었다..
너와 자주 먹던 분식집을 지나고,
성미누나가 일하던 병원도 지나고..
내가 휴가 나왔을때 너가 이벤트를 해줬던 그 놀이터도 지나고..
널 기다리느라 몇번 들렸던 피씨방도 지나고..
너한테 자주 선물했던 장미 한송이를 사던 그 꽃집도 지나쳤다...
장미 한송이를 사곤 했다.. 꼭 장미 한송이만을 샀다..
"내가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나한테 꽃 선물은 절대 하지마!
쓸데 없는게 비싸기만 엄청비싸고.. 나 그런거 엄청 싫어해..
진심으로 말하는데 나한테 꽃 선물같은거 하면 화낼꺼야!!"
만난지 얼마안된 초기부터 아예 나한테 못을 박았다.
거의 빠짐없이 매일을 만나던 우리였고..
그런 가운데서도 난 뭔가 기쁨과 감동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장미 한송이였다.
뭐 횟수로 따지자면 몇번 되지도 않는것 같지만..
어쨌든 난 너가 일하고 끝나는 시간에 맞쳐갈때면 주로
장미 한송이를 사서 팔 소매 아래쪽에 쑤욱~ 집어넣고
널 만나면 손을 내미는척 하면서 장미를 건네주곤 했었다.
그러면 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예쁜 웃음을 대신 선물로 주고
꽃을 고이 집에가져가 벽에 걸어 말려 보관했다...
..................................................................
그렇게 10분정도를 걸어
드디어 그 건물에 도착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역시나 그때처럼 그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천천히 3층까지 올라갔다..
숨이 막히듯.. 두근거렸다...
혹시라도 너가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안을 들여다 봤다..
역시나.. 너는 없었다...
눈물이 핑돌았다...
그때 너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라도 발견할수 있을까 했지만
다들 바뀐것 같다..
역시나 널 기다리던 그 검은 소파에서..
잠깐을 앉아있었다... 니가 환하게 웃으며 나올것만 같다...
조금만 기다리라며 다시 들어갈것만 같다...
그때였다면... 그때였다면.... 조금있으면 널 만날수 있었을텐데...
괜한 아쉬움에 한번더 확인을 하고 나서야
난 자리를 털어낼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향한곳은 너와함께 깍지를 데리고 한번 산책했던
공원이었다..
역시나... 망나니 깍지였다..
그 좁은 방에서도 그 난리를 치던 깍지..
넓디 넓은 공원에 도착하자..
물만난 고기마냥...
미친듯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행복해보였다... 그때 우리처럼...
모두 다 행복했었다.
그때 깍지가 활보하던 그곳에서 잠시 사진을 찍고
다시 최종 목적지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한정거장.. 두정거장...
세정거장 거리에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든것이 너무 반가웠다..
거의 변한게 없는듯 했다...
그렇게 묘한 가슴을 싸안고
너희집앞까지 데려다주던 마을버스정류장을 지나서
마치 신혼부부처럼 집에가는길에 항상 들러서
반찬거리에 맥주에 안주거리를 사던 농협마트를 지나쳤다...
역시나 거기서도 너의 시식코너 순회공연은 멈추질 않았었다.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느껴볼수 없는 행복 그 자체였다...
단지.. 차가 없어서 널 불편하게 한다는게
가슴아플 따름이었다...
어쨌든 그때는 차하나 없이도.. 많은 돈 없이도..
그렇게 두 발로 둘이 함께 어디든지 걸어다녔다.
참 많이도 걸어다녔다...
가끔은 버스에 몸을 싫고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때는 그자체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했다..
지금은 그런 열약한 환경에서.. 한없이 부족한 내 옆에서..
그렇게나 행복해해준 니가 너무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죄스럽기도 하다..
....................................................................
내가 항상 불평하던 완전 느린 신호등을 지나고..
또한번 우리의 분식집을 지나고..
너의 엽기 농구로 날 배꼽잡고 쓰러지게 했던
그 초등학교도 지나고..
맥주에.. 스낵면에.. 오다리에.. 덤으로 소세지를 사곤했던
그 슈퍼에 들러 바나나우유를 샀다...
그때 그 아주머니 그대로였다..
반가워서 인사를 하려다가 참았다...
그리곤 자주 끼니를 해결하던 마시짱 분식점에 들러
된장찌개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된장찌개를 먹는 내내.. 너의 된장찌개가 너무도 그리웠다...
"평생 된장찌개만 해줘도 나랑 살꺼야?"
한번은 그런 질문을 했었다...
"당연하지!!!!!!!!!!!!!"
난..... 역시나...
엄청난 오바를 하며 널 안심시키려 크게 대답했던것 같다...
.................................................................
결국엔...
도착하고야 말았다...
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내 기억속에 미칠듯 행복했던 곳으로 각인된 장소...
너에게 향하던 그 길의 마지막 코스...
그곳으로 결국 난
10개월만에 다시 와버렸다...
순간 내 온몸에 이상한 감각이 휩싸이며..
온갖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오히려 싸웠던 기억들이 더 위로 올라와서
날 더욱 아프게만 한다..
창문을 올려다 봤다...
금방이라도 니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사랑스런 표정을 지을것 같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
겨우 참아냈다... 겨우겨우 참아내서.. 천천히 계단을 밟았다..
한계단 한계단씩 올라설때마다..
그때의 그 기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날 지배한다..
현관앞이다...
여기다...
꿈에 그리던 그 곳이다...
여기서 이 문만 두드리면...
넌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않고.. 뛰어나와서 나에게 푹 안긴다...
날 꽉 안아준다...
그제서야 우린 안도감을 느낀다...
.............................................
얼른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누르고 싶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한다...
기억만 남아버린 이 커다란 문은...
그때는 너와 날 연결했었지만
지금은 너와 날 막아버린다...
마지막에.. 결굴 마지막에... 날 막아버렸다...
다시 그 시간으로 갈수 있는 그 마지막 문을 닫아버렸다...
이 손잡이만 돌리면 되는데...
한참을 현관앞 계단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너와 싸울때마다 앉아있던 그 자리에.. 그때처럼...
니가 문을 열고 나와 웃어주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기다렸다.............................................................
...................................................................................
...................................................................................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했다
난 뭔가를 끝내려고 이곳에 다시 오게 된것 같다...
하지만 아직 끝내지 못했다..
아직 끝내지 않았다..
"우리.. 3년후에.... 오늘 이 자리에서 꼭 다시 만나자..
... 만약... 그때 우리가 헤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이 약속을 계기로..
꼭 다시 만나서..
우리 사랑 다시 시작할수 있도록... 꼭 그렇게 하자...
3년후 오늘......"
차마... 난 아직 끝낼수가 없다...
그 날이 온다고 해도 아무것도 장담할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쩔도리가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는..
적어도 그날이 되어야 뭔가를 할수 있을것 같다...
뭔가 결단을 내릴수 있을것 같다..
평생을 그 시간안에 갇혀 살것인지...
아니면 그 시간을 깨고 나와 현실에 발을 내딛을지...
난...........
아직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