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밝은 달 아래 누군가 천천히 걸어가는 하체가 보인다.
- 도포자락이 바람에 날린다.
- 중문을 여는 손.
- 중문을 열고 가는 도포 차림 선비의 뒷모습.
- 도포 자락을 바람에 날리면서 황대감의 처소로 다가가는 선비.
- 댓돌을 오르는 선비.
- 자고 있는 황대감.
- 문이 열려 달빛에 비친 선비의 그림자가 황대감의 얼굴에 길게 늘어진다.
- 밤바람에 불현듯 눈을 뜬 황대감, 선비를 보고 크게 놀란다.
황대감; 누, 누구냐?
- 선비, 위압적으로 다가오면서 손을 들어 올리자, 손에 들린 비수가 하얗게 빛난다.
-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
- 가야금을 치다가 문득 멈추는 손. - 월향이다.
- 월향이 돌아보며 말을 한다.
월향; 형판대감마님이라면 소녀도 몇 번 뫼신 적이 있습니다만.......
- 작은 주안상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시는 에꾸눈의 하준.
하준; 그러한가? 그래, 자네가 보기엔 어떠시던가?
듣자하니, 기녀들은 사람 보는 눈이 다르다고 하던데..
월향; 기녀라고 뭐가 그리 다르겠습니까만, 소녀 보기엔 좀 욕심이 과하신
분 같았습니다.
하준; 욕심이 과하시다? 흐흠..... 이 땅 뿐만 아니라 대국에서도 성인군자로
칭송받는 분을 보고 욕심이 과하시다?
월향; 그저 어리석은 처자의 소견일 따름이니 너그러이 봐주옵소서.
하준; 아닐세, 아니야. 그저 자네 말이 너무나 의외인지라 내 잠시 당황하였을
뿐이라네. 너무 신경쓰지 마시게나.
- 미소를 지으며 술을 따르는 월향.
월향; 얼마 전에 막내 아드님이 실성하여 강물에 몸을 던젔다는 풍문은 들은
바는 있습니다만.. 그리 참혹하게 비명횡사 하실 줄은....... 더군다나 가솔
들까지 그렇게........
- 월향의 뒤로 흐르는 강물.
- 포졸들이 집 앞을 지키고 있다.
- 하준이 달려오면 대문이 열리고 급히 대문으로 들어간다.
- 하준, 중문을 들어서면, 식솔들과 자식들이 울고 있다.
- 그들을 해치고 안으로 들어가는 하준.
- 방문 밖에서 자식들이 곡을 한다,
- 하준, 들어서면, 두성, 일어서서 맞이한다.
하준; 의금부도사 임하준이라 하오. 상심이 크겠으나 나랏일이니
양해하길 바라오.
- 하준, 앞으로 가서 이불을 들면 반듯하게 누운 황대감.
- 살피는 하준.
하준; 이미 손을 데셨구료.
두성; 차마 민망하여............
- 잠시 살피다가 일어나서 한숨쉬는 하준.
- 두성, 천으로 싼 것을 가저온다.
두성; 저... 이거.....
- 하준, 받아서 천을 펼치면 피묻은 비수가 보인다.
두성; 아버님 가슴에 박혀있던 비수입니다. 그리고 이게 비수에 묶여있더군요.
- 두성, 쪽지를 건내면 하준, 쪽지를 받아들어 펼친다.
- 보이는 두 글자. ‘惻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