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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볼가강 크루즈"

허영우 |2006.11.01 00:34
조회 142 |추천 1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볼가강 크루즈'
모스크바=글·사진 조선영상미디어 정정현기자 rockart@chosun.com
입력 : 2005.09.07 16:24 37' / 수정 : 2005.09.07 16:40 48'
볼가(Volga) 강. 북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으로 흑해와 카스피해까지 총연장 3700㎞에 이르는 러시아의 역사를 관통하는 강이다. 러시아는 이 구간에 크루즈를 개발해 외국 관광객들을 부른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쪽 노선과 남쪽 로스토프 노선 그리고 모스크바 주위를 도는 노선 등이 있다. 그중 가장 인기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크루즈를 탔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는 1387㎞ 구간에는 러시아 역사의 핵심이 몰려 있다. 육로는 650㎞로 8시간 거리지만 크루즈는 일주일이 걸린다.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자.

서울에서 준비해 온 ‘볼가강의 뱃노래’를 듣는다. 바리톤의 저음이 중후하게 깔린다. 크루즈를 타고 가는 호사스런 뱃노래가 아니라 볼가강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뱃사람들의 노동요다. 숄로호프호는 3800t에 길이 129m, 폭 17m짜리 선박이다. 바다의 크루즈처럼 수영장을 갖춘 호화로움은 없으나 조용함을 즐기기에는 최상이다. 배의 이름은 소설 ‘고요한 돈 강’으로 196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하일 숄로호프 이름을 땄다.


▲ 모스크바 붉은광장

1, 2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서니 바로 앞에 크렘린이 우뚝 서 있다. 둘레 2.2㎞에 최고 높이 20m의 크렘린은 원래 ‘성벽’을 의미한다. 러시아에는 수많은 크렘린이 있다. 모스크바 크렘린은 1156년 건설된 이후 오랜 역사 속에서 황제의 성으로 번성해 왔다. 안에는 19세기 무기고, 대통령 집무실,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황제의 성당 등 다양한 건축물과 문화재들이 있다.


▲ 바실리 성당과 연인들크렘린 궁전을 돌아 나오니 붉은 광장 좌측에 바실리 성당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동화 속 주인공들과 요정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환상적인 건물이다. 1552년 이반4세는 러시아의 일부를 지배하던 몽골의 카잔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성당을 세우기로 했다. 황제의 명을 받은 건축가는 자신의 모든것을 불어넣어 최고의 성전을 세웠다. 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 비극이었다. 그 아름다움에 반한 이반4세는 다시는 이런 성당이 지어질 수 없도록 건축가의 눈을 멀게 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실리 성당과 붉은 광장 크렘린은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저녁 무렵 조용히 출항 고동을 울린 숄로호프호는 모스크바 운하를 따라 움직인다. 다음날 도착한 도시 우글리치에서 동네 악단이 나와 신나게 크루즈를 환영하고 있다. 축제 분위기의 동네를 뒤로 한 채 ‘드미트리 왕자 교회’를 찾아갔다. 우글리치에 살다가 의문사한 젊은 왕자 때문에 백성들이 동요하자 황실에서 무마책으로 아름다운 드미트리 교회를 세워줬다 한다. 어느 곳이나 권력의 뒤에는 피의 냄새가 풍긴다.


3, 4일 야로슬라블과 고리치

야로슬라블과 고리치에는 과거가 현존한다. 수도원 곳곳은 허물어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천천히 외곽을 돌다보니 성당 외벽의 빛바랜 색들이 눈길을 끈다. 영욕의 러시아사를 얘기하는 듯하다. 고리치의 성당 기도실에서 남성 4중창단의 성가를 들었다. 옆에 선 초로의 독일인 부부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손을 꼭 잡고 있다.

여행 동안 식사는 거의 배안에서 이루어지며 팀마다 지정된 좌석에서 서빙을 받았다. 식사 때면 한번도 빠짐없이 와인이나 보드카를 마시겠느냐고 묻는 웨이터 키릴은 이제 21살이다. 얼굴은 10대처럼 맑고 귀여운데 배는 벨트위에 걸치고 다닐 정도로 나왔다. 의젓하게 한손에 보드카 쟁반을 들고 눈이 마주치면 수줍은 미소로 답한다.

선상에서는 매일 밤늦게까지 러시아 민요배우기와 댄스파티가 이어진다. 일몰이 시작된 지 3시간이 지나도 어둠이 내리지 않다. 그 밝음 속에서 볼가강은 모든 사물이 파스텔톤의 푸른색으로 보인다. 볼가강이 한점의 그림으로, 또 한편의 시로 변해가는 시간이다.


5, 6일 키지섬

키지섬은 걸어서 두어 시간 정도면 한바퀴 돌 수 있다. 주민 5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의 중심은 1714년에 세워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프레오브라 젠스카야’ 목조성당이다. 마치 촛불처럼 완벽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돔 22개는 못을 한 개도 사용치 않았단다. 바로 옆 작은 성당의 첨탑까지 합쳐 총 첨탑이 33개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나이 33세를 의미한다.

전설에 의하면 포플러 나무로 지어진 이 성전은 단 한 사람이 도끼 한 자루만을 들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지붕 작업을 끝낸 뒤에 도끼를 볼가강에 던지며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라고 외쳤다 한다. 정말 다시는 지어질 수 없는 건물로 보인다. 야생화가 가득한 초원 위에 선 목조 성당. 그 옆으로 고요히 흐르는 볼가강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 도끼 하나 달랑 든 사내가 성당을 지었다. 자기가 만든 미학에 놀라 도끼를 볼가강에 버렸다고 한다.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이 자주 들렀던 카페를 찾아가 차를 마신다. 찻값이 2000원 정도이니 부담도 없다. 카페 1층의 푸쉬킨 마네킹 옆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바로 앞은 그가 결투를 벌여 38세 짧은 생을 마감한 네이프스 거리다.

네이프스 거리 끝에는 예술인 묘지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무소르기스키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다. 묘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묘지 입구에서는 구걸 나온 한 소년이 바이올린을 들고 집시풍의 애절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맞은편에는 곱게 차려입은 여성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부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스갯소리 “러시아 거지는 길에서 적선한 돈으로 공연과 발레를 보러간다”는 말이 생각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 그는 유럽의 새로운 문명을 갈구했다. 스스로가 사절단에 끼어서 유럽 문명을 배우러 다닐 정도였다. 1703년 그는 운하 위에 있던 북방의 조그만 마을을 유럽을 능가하는 도시로 만들기로 했다. 이 도시는 1712년부터 200여년간 제정 러시아의 수도로 번성했다. 그 결과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역사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에르미타주박물관은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중후한 노인들이 온갖 연주를 다 하고 있다.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묻더니 느닷없이 애국가를 연주해 바구니에 얼마라도 집어넣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세잔느, 고갱, 피카소, 칸딘스키 등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들을 만난다. 거기에서 크루즈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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