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주 많은 거 준비하고 있었어.
이를테면
나는 사실 소주를 좋아하지만
넌 소주를 못 마시니까
나도 너처럼 와인에 익숙해지려고
어울리지도 않게 와인을 집에 사다 놓기도 했다?
나는 지루한 영화는 최악이라고 생각했지만
니가 워낙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만 좋아하기에
나도 주말마다 그런 영화들만 빌려 보고 그랬어.
그런 거 있잖아, 무슨 영화제 수상작, 그런 거..
중간에 잠든 게 더 많긴 했지만
그래도 몇 개는 끝까지 봤어. 진짜로.
지난번 극장 갔을 때
니가 커튼 먼지 때문에 막 기침하는 거 보면서는
나중에 우리 집엔 커튼 대신
블라인드 달아야겠다... 그런 생각도 했다?
우습지?
우습겠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너는
그만 만나자... 그 말만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난, 참, 많은 꿈을 꿨다?
너랑 하고 싶은 일이 진짜 많았어.
너한테 버림받아서, 아니면 니가 돌아서 버려서
아프기보다는...
난 그래서 지금 마음이 아프다.
해주고 싶은 게 진짜 많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