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김석중
시골 노총각
말 그대로 진짜 노총각이다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해봤음직한 생김새
필리핀으로 신부감 구하러 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온 적도 있다
"목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 한마리가 그의 꿈의 전부
그래도 열심히 살면서 언젠가 나의 짝이 나타나겠지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스쿠터를 타고 긴생머리를 하늘거리며 지나가던 그녀의 첫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그
살면서 그녀만큼 예쁜 여자는 처음 봤다
그녀를 잠깐이라도 편하게 쉬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난생 처음 티켓도 끊어봤다
매일 아침 짜낸 우유를 가져다 주며 그녀의 눈에 띄려고 노력도 해본다
하루 온종일 그녀 생각만 나고 맛있는거 먹을때도 그녀 생각만 나고 하늘을 봐도 그녀 생각만 난다
그런데 그녀는 사랑같은거 믿지 않는다고 한다
바뻐서 사랑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손님이 휘두른 맥주병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그녀가 병실 침대에 누워 흘리는 눈물을 보았다
그는 그 순간, 그녀를 끝까지 죽을때까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여자 전은하
시골 다방 레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온 "이쁜년"
바람잘날 없는 파란만장한 인생의 풍파에 지쳐버린 그녀는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사랑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그냥 편안하게 살았으면 딱 좋겠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계속 그녀 주변을 맴돈다
사랑한다면서
그런데 딱 보아하니 그 아저씨
너무나도 착하다
험난한 자신의 인생을 그 아저씨한테 맡겨버리면 그 아저씨까지 인생의 나락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랑 그깟거 믿지 않는다고 그딴거 할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열변하는 아저씨한테 사랑은 변한다면서 차갑게 얘기도 해보았지만
그 아저씨, 순정이 대단하다
병원에 입원한 자신을 돌봐주는 그 아저씨를 보고 마음이 움직인 그녀
그 아저씨에게 자신을 맡겨버린다
무슨일이 있어도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그
죽을때까지 그녀만을 사랑하겠다는 그
그런 그를 믿어 의심치 않는 그녀
하지만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과거는 다시 그녀와 그의 현재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그녀의 과거때문에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진 그에게는 그녀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소식마저 전해진다
윤락가에 들어간 그녀는 에이즈에 걸린 상태로 성매매를 했다는 죄로 잡혀들어가고
세상이 발칵 뒤집힐만한 이 사건으로 그와 그녀는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자유의 몸이 아닌 구속 상태이고
세상은 그들을 더러운 병에 걸린 인간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오매불망이다
나같이 더러운 걸레같은 년 이젠 더이상 좋아하지 말라고 악을 써대는 그녀 앞에서도 그의 순정은 막을 길이 없다
그는 끝까지 죽을때까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즈음, 인간들은 사랑을 조롱한다
사랑, 그딴게 밥먹여 주냐며 사랑을 무시하고
무슨 애들도 아닌게 애들같이 사랑 타령이냐며 유치한 것으로 깎아내리며
사랑 같은 감정 믿으며 연애나 할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거부하면서
언젠가 변해버릴 사랑 믿어서 남는건 아픔뿐이라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진심으로 하는 사랑 앞에서 쿨하지 못하다고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사랑은 그게 아니다
사랑의 본질은 유치, 신파, 통속
바로 이런 것들이다
우리는 사랑을 말 그대로 쿨하게 하려고 애쓴다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집착하려 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때면
철저한 자기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며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쿨한척 하려 애쓴다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믿지 못하며 망설이고
또 망설이는 자신의 모습에 한심해하면서도
상처입을 미래가 두려워 자신을 또 속여버린다
하지만 그게 진실한 사랑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은 언제나 쿨할수 없다고
가열찬 사랑의 감정을 느끼려면
자신의 인생 한번쯤은 강렬한 사랑의 흔적을 남기려면
사랑이 찾아왔을 때
사랑을 찾으려 할 때
유치해지고 뻔해지고 솔직해져보자
그리고 더욱 극렬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려보자
사랑, 그 앞에
2006년 10월 19일 목요일 오전 1시 25분
영화 을 다시 보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