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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션무지개 뜨는 언덕

김성동 |2006.11.04 09:10
조회 36 |추천 0

 

 송진내음 숨막히는 대솔밭을 벗어났는가 싶은데 실개천 건너자 멧숲져 서늘한 노루목입니다.

 

덤부렁듬쑥한 굴참나무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노각나무 서나무 박달나무 단풍나무 사이로 회

 

띠처럼 좀좀한 오솔길 지나자 떨기밭인데, 기우뚱 돌아서니 흰회색으로 말라죽은 강대나무 진대

 

나무 수백그루가 혹은 서 있고 혹은 쓰러져 있으며 혹은 또 허리를 꺾고 서 있는 높게더미입니

 

다. 포우 맞아 허리 끊어진 강대나무더기 지돌이로 돌아  휘늘어진 머루덩굴 다래덩굴 잡고 안돌

 

이로 극터듬어 오르니 아름드리 잣나무 하늘을 덮는데, 화라지 타고 오르던 담비 한 마리가 무춤

 

고개를 돌립니다. 얼굴 때리는 나무가지 젖히는 소리에 놀랐는지 석잔 밑에서 애새우 찍던 산물

 

오리가 퍼들껑 날아오르며 돌물확 속에 넣고   마은    구릿가루를 뿌린 것 같던 하늘이 출렁 하

 

고 물고개를 쳤고, 비오- 비오- 높이 떠서 우짖는 솔개소리 아득합니다. 굴왕신 같은 잣나무 맞

 

뚫레 벗어나자 휘청 산길 또 비틀거리면서 굴참나무숲 사이로 깔리는 산죽길이 연초록으로 깊은

 

데 나뭇가지에 앉아 졸밤 찍던 큰사슴 한 마리가 출렁 가지를          .  잎새마다 매달려 있던 밤

 

잔 이슬방울들이 소낙비 소리르 내며 쏟아져내렸고 팔뚝으로 이마를 훔치며 올려다 보는 토끼봉

 

쪽 하늘에 상기도 갈려 있는 잔월입니다. 고듭싸리와 망개며 산초나무 우거진 산모롱이 지나 몇

 

아름씩 되는 구상나무숲을 벗어나자 문득 길이 끈어지면서, 아흐! 낭떠러지 건공중에 걸려있는

 

것은 무지개였습니다. 장뼘도 훨씬 넘게 깔린 낙엽을 적시고 나무뿌리 휘감으며 줄먹줄먹한 바

 

위너덜 타고 욜그랑살그랑 흘러내리던 산골물이 민탈 걸려 길을 잃고 튀어오르며 빨주노초파남

 

보로 홍예틀어 만들어 내는 무지개는 암무지개와 숫무지개가 겹쳐진 갑션무지개였습니다.

 

 30여년 전만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랬는데 이제는 서늘하게 깊던 산속도 없어졌고 꿈같던 갑션무지개도 사라져 버리었습니다. 굴착기 소리, 다이너마이트 터지는 소리, 번개치는 소리 같은 자동차 소리에 안개도 이슬도 다 무지개를 만들 힘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우리말 풀이

갑션무지개; 쌍무지개

메숲져; 산에 나무가 많아서

노루목; 노루가 더니는 길목

덤부렁듬쑥; 덤불이나 수풀이 우거져서 그윽하고 깊숙한 모양

회띠; 허리띠

 

강대나무; 선 채로 껍질이 벗겨져 말라죽은 나무 또는 잔가지와 뿌리를 잘라버린 밋밋한 낙엽송

              따위. 고사목

진대나무; 쓰러져서 다른 나무에 기대인 나무

높게더기; 고원의 펀펀한 땅

지돌이; 험한 산길에서 바위 같은 것에 등대고 겨우 돌아가게 된 곳

극터듬어; 겨우 붙잡고 기어올라

화라지; 땔나무로 쓰이는 가로터진 긴 나뭇가지

무춤; 놀라거나 열적은 느낌이 들어 하던 짓을 문득 멈추는 모양

퍼들껑; 새나 물고기가 날개나 꼬리를 치는 모양

 

물돌확; 물받는 돌절구

마은; 찧은

물고개; 파도

구왕신; 컴컴하고 깊숙한 곳

맞뚫레; 양쪽으로 터진 굴. 양말로 터널

졸밤; 작고 못생긴 밤.

큰사슴; 고라니

산모롱이; 산모퉁이의 빙둘린 곳

장뼘; 쫙 편 손바닥

줄먹줄먹; 크고 작은 물건이 여러개 뒤섞이어 그 차이가 두드러진 모양

바위너덜; 바위가 삐죽삐죽 내민 험한 곳

 

 

욜그랑살그랑; 시냇물이 흐르는 모양. 욜그랑 살그랑 거리는 모양

민탈; 낭떠러지

홍예; 틀어 무지개 모양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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