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영장 없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현행범의 범위는 인권을 고려해 가급적 축소 해석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무허가건물을 양도받아 강제철거를 당하게 된 이모씨(47)는 건물주 김모씨에게 앙심을 품게 됐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김씨의 상가 공사현장을 찾아가 인부들에게 욕설을 하고 자재를 발로 차는 등 ‘업무 방해’를 했다.
이씨는 내친 김에 김씨에게 따지러 현장사무실로 갔다. 마침 돈을 세고 있던 김씨는 이씨에게 나가라고 요구했으나 이씨는 듣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씨는 인부 중 한명이 다치자 병원에 데려가느라 잠시 사무실을 비웠다. 돌아온 김씨는 이씨도 없고 돈 76만원도 사라진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의 집으로 출동, 이씨를 인근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차량 열쇠를 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이씨의 동의 없이 집을 뒤져 열쇠를 찾아냈다. 인근에 주차된 이씨 트럭 조수석 아래에서 현금 40만원을 발견한 경찰은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조서를 작성해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씨를 업무방해 및 절도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강원 부장판사)는 2일 “수사기관이 현행범을 체포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지만 피고인을 지구대에 남겨두고 다시 피고인의 집으로 가서 집과 차량을 수색한 것은 체포현장에서의 수색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체포와 동시 압수수색도 엄격하게 적법절차를 밟으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어 “앞으로의 위법한 수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한 증거는 그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