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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기 71..직장소개.

강정모 |2006.11.09 01:42
조회 22 |추천 0

내가 하는 일은 일본 관동지방(일본은 관동, 관서로 나뉘는데 관동의 중심은 동경, 관서는 오사카다) 역에서 쓰는 운임검색기를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에게, 그게 뭐야 라고 생각하는 1,2호선 그리고 꿈의 3호선만을 생각하는 불쌍한 부산 중생들을 비롯해 1100원으로 어디든 간다고 생각하는 서울 토박이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일본 동경에만 철도회사가 20개가까이 있다. 이게 뭔 소리냐고? 일본은 진작에 철도민영화가 진행되어, 국가가 높은 철도를 민간이 운영하는게 아닌, 민간에서 지하도 뚫어 철도를 놓았다는 소리가. 회사가 20개. 그럼 노선은? 지상으로 달리는 전철 30개, 지하로 달리는 지하철 노선이 30개 가량 된다. 돌려 말해, 같은 목적지라도 갈수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남포동에서 서면 가려고 지하철 타나 버스타나 걱정할 정도가 아니란 소리다. 말그대로, 지상, 지하, 복합으로 거미줄이다.

 

이런 무수한 노선들을 20개 넘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어서 그간 우리나라같은 교통카드는 꿈도 못꿨다. 돈 10원에 회사의 1년 매출의 몇십억이 좌지우지 하니 말이다. 관동지방에만 1년간 철도에서 돌아다니는 돈이 2조엔, 우리나라돈으로 약 16조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를 겨냥해 전철카드를 만들기로 하였으니, 카드 한장으로 20개 회사 어느 노선을 타도 된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서 내 비극이 시작된다.

 

생각해봐라 노선이 60개 있는데 역은 얼마나 더 많겠는가. 안그래도 어려운 한자 역이나 지역명은 일본인들 조차 잘 읽지 못한다. 썅! 그런 한자를 나는 칠판에다가 쓰는 일도 다반사다...

 

내가 하는 일은 여기까지고, 내가 일하는 곳은 교통신호를 만드는 곳이다. 개찰기를 만들고, 전철에 쓰이는 신호등도 만든다. 공장이 일본의 시골 우츠노미야에 붙어있는 관계로, 나는 동경에서 100키로 떨어진 우츠노미야에 살고 있다.

 

나는 우츠노미야 대학 바로 앞에 산다. 대학앞이라고 술집 많을 꺼 같나? 아무것도 없다. 편의점하나 없다. 시골이라는 것은 이런것이다. 직장과는 대략 5키로 정도 떨어져있는데 자전거로 20분 정도 걸린다. 왕복에 40분이니, 매일 운동하는 량이 제법된다. 실제로 이곳에 와서 많이 건강해졌음을 느낀다.

 

근무는 사복. 헤어스타일은 자유다. 고로 난 학생때보다 훨씬 더 양아치 같은 스타일을 하고 회사로 출발한다. 패션과 유행에 민감할 것 같은 일본인들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 오타쿠 같은 남방하나 입고 다닌다. 나는 여름에 나시입고 출근한 적도 있다. 여직원에게서 재수없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 여직원은 배꼽티에 미니스커트 입고 출근했었다. 나는 그대에게서 재수업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아 라고 생각했다.

 

일본 새끼들은 졸라, 진짜 졸라리 꼼꼼하다. 제기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작은 문제가 하나 터져도 밤 12시까지 회의한다. 20세기 소년에서 로버트를 리모컨 조작할껀지 조종사 태울껀지 회의하는 얼간이들을 보았는가? 딱 그 꼴이다. 대충대충, 솔직히 덤벙대고 대충 넘기는 스타일인 내가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게 바로 이거다.

 

그에반해 직장 분위기는 대단히 수평적이다. 과장이든 부장이든, 나한테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고, 심지어 직장상사와 반말까고 친구하는 새끼도 있다.(물론 출세는 보장 못하지만)

 

출근은 플렉서블, 아침 8시에 출근하든 10시에 하든 오전 10시부터 오후3시까지만 일하면 그 후로는 있거나 말거나 신경안쓴다. 1달에 정해진 시간(1일 8시간*평일 수)만 채우면 된다. 그 이외는 모조리 잔업수당이 된다. 블랙커피 하루에 5캔 퍼마시며 매일 야근해대는 나는 9시에 일어나 9시반에 집을 나서 10시에 회사에 도착한다. 딱한번 지각도 했다. 태풍부는날 자전거에 우산쓰고 가다가. 회사에 도착하지 못할뻔했다.

 

나는 입사 반년만에 우리그룹 최고의 이빨로 등극했다. 한국이었으면 진작에 잘렸겠지만, 미운새끼한테 직접적으로 표현안하는 그들의 특성상 내 목은 아직 붙어 있다.우리 그룹 계장 호리나카 계장과 나와의 이빨싸움은 우리 회사 재미꺼리가 되었는데 이런 일화도 있다.(단상기 뒤져보면 다른일화도 많다)

 

프로그램에서 날짜표시를 내가 06/11/07 이라고 했는데 계장이 못마땅했는지 나에게 물었다.

"어이 칸짱, 이거 표준이냐?"

"뭔 표준요?" (일본말로 싸가지 없게 말하는 법은 진작에 터득했다)

"세계표준이냐고"

나는 말했다.

"날짜 표기에 세계표준이 어딨습니까."

 

그날, 맨날 호리나카한테서 갈굼당하는 에노모토한테서 캔커피 얻어먹었다.

 

내 오른쪽에 앉은 테라시키 라는 애는 얼굴이 여드름 투성이 인데, 나한테 어떻게 하면 얼굴이 깨끗해지냐고 묻길래, 규칙적인 음주와 과도한 흡연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더니, 그날 부터 담배피우기 시작했다. 이 새끼 바보다.

 

내 왼쪽에 앉은 프로젝트 리터 오오모리 씨는 갑자원을 목표로했던 전직 아마츄어 야구선수인데, 나를보며 28살이 되면 살이 찔테니 비싼 청바지는 그때 사라고 하길래 그 다음날 힙합바지 입고 출근해서 그 입을 막아버렸다.

 

내 앞에 앉은 아리따운 아가씨 하기와라 양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프로그래머다. INSERT 키를 누른채 어떻게 하면 커서가 날씬해지냐고 묻길래 다이어트 시키라고 했다가, 1주일간 나를 보며 인사도 안 했다. 1주일 후에 내가 사탕 주니까 좋다고 나만 보면 웃는다. 나도 그녀를 보며 웃는다.

 

제일 끝에 앉은 사람은 아라이 씨라고 오토바이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인데, F1따위 뭐가 스포츠냐 라고 말 잘 못했다가 밤 11시에 이니셜D에 나왔던 산악코스로 가서 다운힐 당했다가 오바이트 할뻔했다. 인정했다. 모터스포츠는 스포츠다. 내장 운동.

 

쩝,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가고, 또 똑같은 내일이 나를 기다리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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