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표지를 보면, 이어령인지, 김윤식인지, 아무튼 문학의 거장 중 한 분이 단 세 명으로 이야기를 엮어 간 그 솜씨가 뛰어나다고 했는데 역시 그랬다.
나 같이 용렬한 사람은, 그런 평을 보면 진짜 세 본다. 정말 ... 세 사람으로 끝날까...
물론 세 사람 이외에도 언급되는 사람은 많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딱 세 명이다.
아내를 둔 남편과
남편
그리고 아내의 또다른 남편...
이 책을 누가 읽으라고 했던가..맞다. 날 책읽는 즐거움을 새삼 발견하게 해준 그 언니의 첫번째 추천도서였다. 처음에 읽다가 속도가 안났는데, 오래 갖고 있다가 때가 타서, 새로 사버렸던 그 책... 결국 내가 갖고 있는게 새 책인지 아닌진 잘 모르겠다. 그 언닌 책에 이름을 쓰는 습관이 있어서
알고 지내는 어느 작가 오빠는, 본인이 이렇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극중 아내가 꿈꾸는 삶. 일처 다부제...그게 머라고 하던데... 용어는 잘 기억이 안나고 아무튼..
젊은 세대들 대부분이 그렇듯 '난 진보적이야' 이런 태도로 읽었던 나지만 읽는 순간 계속해서 '헉!'을 연발해야했다.
그리고 남편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기에, 아내의 그런 언행을 다 받아 넘길 수 있는지
그 인내심과 사랑의 크기에 놀랐다. 나도 여자지만...
무엇보다... 그 여자의 그 부지런함에 놀랐다.
나같은 귀차니스트는, 그렇게 열심히 살지 못하기에, 한 사람과의 결혼도 망설이는 판에, 그는 두 남자를 거느리느라 거의 슈퍼우먼처럼 행동한다.
말이 두집 살림이지, 늘 사람이 관리하는 것마냥 두 집 살림을 해낸다는게...참... 존경스러웠다.
근데...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왜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있어하던 아내가, 뉴질랜드로의 이민을 추진하는지, 그렇게 멋지다면 이곳 한국에서 닥칠 문제를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일종의 용두사미처럼 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그들의 이상향을 추구해야하는지, 내겐 현실 도피처럼 보였다.
그리고...
여자가 무적의 철인 28호도 아니고, 남성이 바라는 그 이상적인 아내상을 그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남자가 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살면 권태기를 넘어서 바람 한 번 피는 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서, 극중 아내는 지극한 남편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도 같은 크기로 사랑한다는 이유를 들어 두 남자를 거느린다. 남편은 그 상황이 몹시 싫은 듯 보였지만, 난 그 또한 남성중심적인 사고처럼 보였다. '내가 한 눈 팔지 않게, 권태기조차 느껴지지 않게, 새로운 남편을 둬서 경쟁심리를 방조하는 아내' 남자라는 동물은 경쟁심리에 크게 좌우된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점에 비춰보면 아내는 남편을 자신의 손바닥에 놓고 철저하게 관리한 셈이된다. 그리고 작가는 두 남자를 거느린 아내라는 설정을 통해, 결혼한 여자가 끊임없이 남편을 긴장시키고 사랑할 수 있게 자극하길 바라는게 아닐까 싶었다.
극 중 아내는 완벽하다. 그와의 관계도 남자가 몸달아할 정도로 선수급으로 리드하고, 두 집 살림임에도 완벽하게 해 낸다. 시어머니조차 눈치 못챌 정돌 며느리로서도 완벽하다. 극 중 명절을 맞아 음식준비에 분주한 아내와 간드러지게 농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기가찼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난 그녀에게 당신이 먹는 영양제가 무엇인지 알려주시오... 묻고 싶었다. 어디서 그런 강철 체력이 나오는지. 그리고 아내는 남자들의 영역인 축구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여자가 싫어하는 3가지 얘기가 군대 얘기, 축구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고 했던가? 그런 점에서 이 아내는 남자가 언제 어떤 대화를 해도 기죽지 않을 소재인 축구에 통달해 있어, 남자가 항상 편하게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대상이다.
섹스에, 가사일에, 그리고 대화상대로서의 가치까지 충족시키는 아내....
이런 완벽한 아내이기에 남편인 그는 '아내가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어쩌면 아내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내에게 새 남자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그의 열렬한 사랑은 한 20도 정도는 떨어지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해본다.
뭐... 이런 남성중심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쫀쫀한 구성과,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였던 소설이었다.
근데 난 진짜 궁금하다. 그녀의 영양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