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어렵게 전화한 남자
가슴이 두근거려요.
이렇게 거울 앞에 오래 서 있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청바지에 까만 코듀로이 재킷..어떨까요?
아님, 열심히 일 하다 온 것처럼 세미 정장을 입고 나갈까요?
문득..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날이 생각나네요.
그녀에겐 학교 선배이고, 나에겐 회사 동료인 친구가
둘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소개를 해 줬는데요,
공교롭게도 그 날 우리 둘 다 기분이 별로였어요.
전, 부장님께 한 소리 들어서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하고 싶은 기분이었고,
그녀는 낮에 친구랑 미용실에 갔는데,
미용사가 앞머리를 클레오파트라처럼 잘라준 거예요.
그래서 잔뜩 심통이 나 있던 차였습니다.
사실..제가 봐도 안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날..우린 남의 얘기를 실컷 하다가 친해졌습니다.
그녀는 센스 없는 미용사에 대해서,
그리고 난..잔소리 황제 부장에 대해서...
근데 한 2년쯤 사귀었나..
그 때부터 서로 시큰둥해졌어요.
만나도 별로 할 얘기도 없고,의무적으로 전화하고,
습관적으로 주말에 만나서 영화보고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됐는데,
한 1년 쯤 지나니까..보고 싶더라구요.
아니, 어쩜 궁금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친구는 생겼을까, 나와 함께 했던 추억은 기억할까..
그래서 몇 번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어 봤는데..
의외로 반갑게 받아주더라구요. 그래서 만나기로 한 거구요.
이제..카페 문만 열고 들어가면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근데 왜 이렇게 떨리죠?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카페 안으로 막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 남자가 문을 세게 열고 나오는 바람에...
얼굴을 부딪혔어요.오늘은 이 남자의 얘기로...
우리의 얘기가 시작되겠군요.그녀에겐 오늘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일시적인 마음이라면 그 문을 열지 말라고...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때..그 문을 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