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고편지 현실로...일본 여중생 투신 자살
7일 "이지메가 원인 자살 하겠다" 문부성 편지 공개 후 자살 잇따라
박철현(tetsu) 기자
11월 12일 새벽 6시 40분경 오사카 토다바야시 시립중학교에 다니는 여중생(1학년)이 8층 아파트 자신의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은 "학생의 방에서 '저는 자살합니다. 안녕(私は自殺します。さよなら)'과 '내 목걸이는 언니에게 주길'이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7일 심야 일 문부과학성이 "이지메가 원인으로 자살하겠다"는 익명의 자살 예고 편지를 공개한 이후 발생한 최초의 자살사건으로 '설마 자살하겠느냐'라고 했던 교육관계자 및 시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년 5월에 교사직을 그만둔 토미야 야스오(62. 도쿄거주)씨는 통화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 알아도 문제해결을 못한다는 것이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중생의 자살이 알려진 이후 오후 3시에는 후쿠오카의 키타큐슈시 초등학교의 교장(56세)이 목을 매어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 구글재팬에 "이지메"를 검색하면 무려 2천만건 이상의 관련 페이지(11월 12일현재)가 등장한다.
ⓒ 박철현
이 교장선생은 자살하기 하루 전날인 11일 "(자신의 학교에 다니는) 5학년생이 이지메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전문제 트러블로 교육위원회에 거짓으로 보고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사죄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었다.
또 12일 저녁 7시 30분에는 사이타마 혼죠시의 시립중학교 3년생 남자학생(14)이 집 창고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직접적인 이지메(집단따돌림)보다 금전트러블로 인한 자살로 받아들여졌으나, 학교 측의 상담원에 의하면 "1주일 전 동급생 2명이 내가 빌려간 500엔에 이자를 붙여 2만엔을 갚으라고 한다"는 자살학생의 상담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자살 예고 편지 현실로...여중생,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
토미야 씨는 "이지메는 예전부터 계속 있어왔는데, 사회분위기나 매스컴이 이지메가 마치 요즘 생겨난 것처럼 몰고 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학교에 이지메가 있다고 해당교육위원회에 보고한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힘들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도쿄도내의 고쿠분지시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는 다케미야 슌지(25. 회사원)는 "나도 옛날에 (이지메를) 당했었는데, 솔직히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면서 "잘은 모르겠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유모차를 끌고 쇼핑 나온 타카야마 유코(31. 주부)는 "솔직히 무섭다. 큰애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애가 조금 내성적이라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한편, 교육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 A씨는 전화통화에서 문부과학성의 대처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문부과학성이 자살 예고 편지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법석을 떨었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나? 아무런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2일,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우표소인만 가지고 토시마가 어쩌고 시부야가 어쩌고….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심리를 문부성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이지메 문제 상담기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웹사이트. 혹시라도 일본에서 이지메로 걱정하는 학부형들이 있다면 이 사이트를 추천한다. http://www.nicer.go.jp/integration/user/map.php
ⓒ 박철현
즉, 그에 따르면 자살예고편지가 사실이든 아니던지 간에 일반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 편지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문부과학성이 토시마와 시부야의 전 초중고교의 학생들을 커버할 수 없는 노릇일 뿐더러, 그 편지를 보고 이지메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다른 아이들이 "이왕이면 11일에 죽어야 겠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씨는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들은 점점 내성적, 자기혐오, 우울증 등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경향성을 띤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극단에까지 이르게 되면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깨끗하게 사라지자는 심정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지메로 자살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유서'를 남긴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문부성이 거론한 도쿄의 토시마, 시부야 지역이 아닌 오사카 지역에서 이번 자살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문부과학성이 편지를 공개한 것이 실수가 아니었나는 비판여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문부성 자살 예고 편지 공개는 실수" 비난 여론
한편 11월 11일 TV 생방송에 나와 "자살예고편지는 장난에 불과한 것"이라고 단정 지은 이시하라 신타로 동경도지사의 발언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영화감독 키타노 다케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의 특집방송 (후지TV, 11월 11일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됨)의 특별게스트로 출연한 이시하라 도지사가 캐스터 쿠메히로시, 만담콤비 바쿠쇼몬다이 등과 토론을 진행하던 도중 자살예고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해버린 것이다.
"(자살예고편지는) 장난이라는 거 누가 봐도 알잖아."
방송이 끝난 후 이 발언에 대해 야후, 2채널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설령 그 편지가 거짓이라고 할지라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혹시라도 이지메를 당하던 아이가 그걸 보고 '죽어버리자'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기도 했다.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지메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 그리고 그에 따른 자살. 요즘 왕따현상이 늘어가고 있다는 한국에서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