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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 야간 폭식 증후군 Night Binge Syndrome

이지은 |2006.11.14 18:21
조회 181 |추천 2


“내일 아침에 눈뜨면 얼마든 먹을 수 있어 / 잠들어라 잠들어라 빨리 좀 잠들어라 / 쫄깃한 족발 새콤한 쟁반 막국수...눈 감아도 계속 보이네 미치겠네 (중략) 티비엔 스타 단골집, 라디오 사연도 다 먹는 얘기, 왜 꼭 이 시간에 라면 광고만 나와….”
유리상자가 부른 이 처절한 노래가 혹시 당신의 이야기? 최근 1980년대 인기 댄스그룹 소방차의 멤버였던 정원관 씨가 야식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주목을 끌고 있다. 14kg 감량 비결이 야식을 끊은 것이란다. 미국의 중증 비만 환자 2명 중 1명이 야식 습관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비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야식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 점심은 대충 때우다 보니 자연스레 저녁을 많이 먹게 되는 야간 폭식.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혹은 폭식증의 일환일 수 있는 야간 폭식 증후군을 진단한다.
글·이영호(나눔 식이장애·비만 클리닉 원장, 02-3445-0606
www.diet-clinic.com) | 일러스트·이재준 | 에디터·이현주 | 디자인·김윤아

지난 여름, 밤을 달구는 열대야는 잔인했다. 잠이 오지 않아 밤에 깨어 있다 보면 속이 출출하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니 열대야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이나 다름없다. 다이어트 여부를 떠나서도 야식은 누구에게나 위험하다. 야식을 먹고 난 뒤 누우면 밤사이 위액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 발병률이 높아지고 수면의 질이 떨어져 만성 피로에 시달리거니와 비만의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저녁에 많이 먹는 것을 무조건 야간 폭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녁에 많이 먹는다고 해서 모두 야간 폭식은 아니다. 낮에는 적게 먹고 밤에는 잠을 자기 위해 먹지 않을 수 없는 두 얼굴을 가진 야간 폭식 증후군, 그 정체를 알아보자.

하루 열량의 50% 이상을 저녁 식사 이후 간식으로 충당한다면 의심해봐야
올해 고 3인 K양은 요사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시 준비를 위해 단 몇 시간이라도 잠을 푹 자야 하는데 자다가 중간에 깨서 음식을 먹고 다시 자다 보니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하고 피곤해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음식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에야 정신이 들고 심지어는 자다가 깨서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 음식 그릇이나 흩어진 과자 봉지를 보고 나서야 무엇을 먹었는지 알 정도로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자 두려움이 느껴졌다. 지난해 1년 동안 간식을 삼가고 저녁 6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다이어트로 약 5kg을 줄였던 K양은 체중이 많이 늘고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다시 받는 데다가 먹는 것까지 이렇게 힘이 들다 보니 우울하다. 저녁에 음식을 먹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침에는 밥맛이 없어 굶고 낮에는 공부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워 식사 양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혹시 음식을 먹지 않고 자서 배가 고픈가 싶어 저녁 식사를 한 뒤에 간식을 먹고 자보기도 하였으나 마치 자명종이 울리기라도 하듯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음식을 먹는 일이 반복되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잠자는 것이 무서워 잠들기가 힘들고 생활이 엉망이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K양은 전형적인 야간 폭식 증후군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경우다. 야간 폭식 증후군은 체중 조절을 무산시킬 뿐만 아니라 수면장애를 일으키며 식사 조절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이로 인한 우울감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흔히 ‘야간 폭식’으로 알려진 야간 폭식 증후군의 형태는 다양하다. 우선 야간 폭식이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야간 폭식을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의학적으로 정의된 야간 폭식 증후군이란 첫째 아침을 먹어도 밥맛이 없거나 아예 거르는 것, 둘째 하루 섭취 열량의 50% 이상을 저녁 식사 이후 간식으로 충당하는 것, 셋째 일주일 중 3일 이상 밤중에 자다가 한 번 이상 깨는 것, 넷째 잠을 자다가 깨서는 빈번하게 칼로리가 높은 간식을 섭취하는 것, 다섯째 이런 양상이 적어도 3개월 동안 지속되는 것, 여섯째 다른 식이장애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 등 이런 기준을 만족시킬 때를 말한다.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야간 폭식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다양한 야간 폭식증후군은 첫째, 단순히 저녁에 많이 먹는 것, 즉 저녁 식사 이후 간식 등을 포함해서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엄밀하게 말하면 ‘야간 과식’이다. 낮에 음식 섭취가 불규칙하거나 저녁을 늦게 먹는 것, 잦은 저녁 회식이나 음주와 같은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의 결과로 생긴 문제로, 이 경우에는 수면장애가 동반되지 않고 전형적인 야간 폭식 증후군에서처럼 음식 섭취와 기분의 변화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둘째, ‘폭식 장애’의 증상으로 야간 폭식이 일어나는 경우다. 폭식과 기분의 변화에 상관관계가 있고 전형적인 야간 폭식 증후군에 비해 폭식의 양이 많다(야간 폭식 증후군은 평균 270kcal, 폭식 장애는 1300kcal). 수면 문제는 동반하지 않는다. 셋째, 비전형적인 우울증으로 야간 폭식이 일어나는 경우다. 주로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잠을 많이 자면서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을 먹게 되고 아침보다는 저녁에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하고 의욕이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도 야간 폭식의 증상을 흔히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는 잠이 많은 과수면 현상을 보이고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와 같은 우울증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넷째, 몽유병과 같은 수면장애와 동반하여 과식이나 음식 섭취가 나타나는 경우로, 자다가 깨서 음식을 섭취하고 다음 날 이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전형적인 야간 폭식 증후군은 잠을 자다가 깨어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어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깨게 되고 수면장애와 달리 음식 섭취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는 기존의 식이장애의 부분 증상으로 야간 폭식을 보이는 경우다. 이 경우는 야간 폭식뿐만 아니라 소위 거식증이나 폭식증 등 다른 증상들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야간 폭식 증후군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
전형적인 야간 폭식 증후군은 대개 10대 후반이나 20대에 시작된다. 환자의 약 3분의 2가 여성이고 정상 체중의 약 0.4%, 일반 인구의 약 1.5%, 비만 환자의 경우 6~27%, 그리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비만 환자의 경우 51~64%가 여기에 해당하며 비만의 정도가 심할수록 증후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체중 감량을 시도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야간 폭식 증후군 여부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불면증 환자의 약 5%도 이런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난다.
야간 폭식 증후군의 첫째 증상은 잠들었다가 깨서 먹는 것이다. 거의 매일 밤마다 음식을 섭취하며 심한 경우 하룻밤에 8번까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주로 고칼로리, 고탄수화물 음식을 먹게 된다. 야간 폭식 증후군 환자의 43%가 과체중을 보이며, 약 83%는 야간 폭식을 완전하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인식한다.
환자가 음식을 섭취해야만 잠을 이루는 현상은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혈중 멜라토닌(Melatonin, 수면 유지에 필요한 물질)의 저하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견해가 있다. 수면 중에 음식 섭취에 대한 욕구가 일어나면 정상적으로는 수면 시 렙틴(Leptin)이 증가해서 식욕이 억제가 되는데, 이들의 경우에는 렙틴이 증가하지 않아 억제되지 않은 식욕이 수면을 방해하면서 잠을 깨운다는 것이다. 야간 폭식은 기분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보이며 낮 동안에 정상보다 기분이 저하되어 있다가 저녁 6시 이후 기분이 더 저하되면서 이때부터 음식 섭취가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들의 경우 혈중 코티솔(Cortisol,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나 ‘폭식이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는 의견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폭식을 일으키는 문제 점검이 최우선
전형적인 야간 폭식 증후군의 치료로는 첫째, 배고픔에 상관없이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강제 식사를 통한 낮시간의 식사 조절과, 깨어났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한하기 위해 야간에 집안의 음식을 제한하는 행동치료 및 스트레스나 우울감에 대한 정신과적 치료가 있다. 둘째, 우울제 또는 식욕억제제, 항경련제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 멜라토닌 분비 저하를 고려해 밝은 빛을 사용한 광치료 등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앞에서 이야기했던 야간 폭식이나 과식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야간 폭식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지나친 다이어트 금지,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식습관 유지, 그리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진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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