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 Story...
아침도 아닌데... 식후도 아닌데...
줄여가고 있는 담배 생각이 문득 간절해진 건,
아마도 후덥해진 공기 탓.
`이 참에 담배를 끊을까?'
당치 않을 생각 끝에 결국 몸을 일으키고 현관으로 걸어가
신발을 발에 꿰다가
그래도 밤인데 싶어서 겉옷 하나를 더 두르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하나도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는 바람의 끝.
`겨울이 정말로 끝났구나...'
모든 게 느린 나는, 오늘에서야 그것을 실감했다.
목련은 가로등 아래에서 비단처럼 빛나는데
난 문득, 그 아래에 깔린 검은 흙에게 눈길이 갔지.
저 흙에 손을 집어 넣으면 따뜻할 거 같아
당장이라도 그 흙 속으로 파고들고 싶었지.
나는 고단했었으니까...
사랑한다 믿었지만 나는 진심보다 가볍고, 너는 현실보다 무거웠다.
처음 니가 지쳐 나를 사랑했던 것처럼
지금 나는, 내가 지쳐 너를 놓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담배 사러 가는 길.
바람이 무딘 밤, 흙 속에 손을 집어 넣으면 따뜻함이 느껴지는 계절
겨울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오늘 나는 문득,
언제나 먼저 전화를 끊는 너에게,
언제나 먼저 등을 보이는 너에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에게
헤어지자 말을 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She Story...
늘 이 시간이면 걸려오는 전화.
나도 늘 그랬던 것처럼
"응... 어디야?"
전화를 받았는데
"담배 사러 나왔어."
그렇게 시작된 그의 전화는
"헤어지자..."
그 말로 끝이 납니다.
오늘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런데도 난 놀라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결국은 내가 너를 지치게 했구나 '
당연한 자책을 할 뿐...
일년 전, 외사랑에 지친 나를 불러내
"너를 사랑해."
그가 말을 했었고,
"너를 사랑하지는 않아."
내가 대답했을 때 그는,
"그래도 괜찮아."
말을 했었고 나는,
"그러면 너에게 기댈게"
대답했었죠.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가끔 내 몸에 닿는 그의 손이 끈적거리기도 했었고,
가끔은 밤마다 거르지도 않고 걸려오는
그의 전화가 조금 성가시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런 채로 익숙해져서
이젠 이렇게 살아갈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끝이 나네요.
나는 처음 그 날 처럼 그저 순순히
"그러자..."
대답합니다.
`너도, 나도... 곧 더 행복해지자,
내가 줄 수 있는 사랑보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초조하지도 성가시지도 않는 그런 사랑을 하자.'
마음으로 빌어주며,
끊어진 전화기를 베개 밑으로 밀어놓고 오래오래 잠을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