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관계' 재미는 있지만…
[출처:각 신문 사이트 종합 세트]
'부적절한 관계'
애매모호하면서도 저간의 사정을 능히 짐작케하는 절묘한 표현이다.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썼던 이 표현이 지금 국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심지어 트렌트로 자리잡고 있다.
형부와 처제의 사랑을 다룬 MBC <눈사람>, 두 명의 아내를 둔 한 남자의 이야기 KBS <아내>, 겹사돈 커플로 이뤄지는 SBS <흐르는 강물처럼> 등이 관심과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목하 순항중이다






# "형부를 사랑해도 되나요?" <눈사람>
MBC 수목드라마 <눈사람>은 언니 연정(오연수)이 사망한 뒤 형부와 처제의 결혼이 가능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법상 두 사람의 결혼은 불가능. 형부와 처제는 이촌 관계라 친족 범위에 해당되므로 혼인할 수 없다.
연출자 이창순 PD도 "기획 단계에서는 형부와 처제의 결혼이 가능한 줄 알았다.
하지만 가정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인정하지만 결혼한다거나 죽을 때까지 함께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불륜이냐 아니냐'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한필승 역의 조재현은 해당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불륜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고, 이PD는 "법에서 벗어나 주위의 비난을 감수하며 서로의 감정을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3일 현재 iMBC에서 시행 중인 설문조사를 보면 '당신이 '연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형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6만7,831명 중 4만1,598명으로 61.32%를 차지했다.




# "두 명의 아내 중 누구를 택해야 합니까?" <아내>
KBS 월화드라마 <아내>는 한 남자가 남편인 두 여자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남편이 행방불명되자 눈물로 나날을 보내면서도 가정을 일으키는 김나영(김희애)의 힘겨운 모습과 7년간 민영태(유동근)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내며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서현자(엄정화)의 모습을 강하게 대비시킨다.
극이 중반을 지나면서 한상진(유동근)의 대학 후배인 남현필(정보석)이 김나영에게 청혼하면서 상황은 한단계 더 복잡해진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극 초반 시청자들은 김나영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7년 동안이나 소식이 없는 남편에 대한 변치 않는 순애보가 후한 점수를 얻은 것.
그러나 극이 중반을 넘어서자 서현자 쪽으로 동정표가 몰리고 있다.
<아내>가 이미 만들어졌던 드라마의 리메이크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정도 소재는 예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메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부적절한 관계' 중 가장 고전적인 경우다



# "겹사돈이 문제가 되나요?" <흐르는 강물처럼>
SBS 주말극장 <흐르는 강물처럼>은 복잡한 혈연 관계로 인해 겹사돈 문제가 덩달아 꼬인 경우.
애초 지헌(박상원)은 조카 김석주(김주혁)의 아내인 조카며느리 박상희(김지수)의 동생 동희(이민영)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어려움을 겪을 듯했다.
그러나 지헌이 사실은 석주의 삼촌이 아니라 배다른 형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며 충격이 더 커진 상태. 결국 지헌·동희 커플과 석주·상희 커플은 단순한 겹사돈 커플이 아니라 형제와 자매가 서로 엇갈려 커플을 이루게 됐다.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네티즌의 의견만이 분분한 상태.
ID 'gooddugi21c'라는 시청자는 드라마 홈페이지를 통해 "사돈간의 사랑을 다룬다는 자체가 어이없다"며 "하루빨리 이런 내용을 탈피했으면 좋겠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색 커플'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각도 많이 발전했다.
ID 'armchair77'인 시청자는 "박상원이 동생인지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동희가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이들 커플을 응원했다.
부적절한 관계의 '역사'?
부적절한 관계 설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좀더 과감해지고 자극적이 됐을 뿐이다.
MBC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에서는 수학교사와 여고생 제자, <로망스>에서는 여선생과 고등학교 남학생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도 다뤘다.



겹사돈 문제는 이제 드라마에서 새롭지 않다.
지난 99년 종영된 MBC <보고 또 보고>의 경우 시청률 1위를 달리며 겹사돈 문제를 이슈로 만들었던 전력이 있다.
불륜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중년 기혼남성과 20대 여성의 사랑을 그린 KBS 드라마 <푸른안개>,
미혼모인 상사와 부하직원의 사랑을 다룬 KBS 미니시리즈 <고독>,

약혼한 한 여성이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와 불륜을 맺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 SBS <불꽃>등 드라마에서도 단골 메뉴였다.
이복형제나 친형제가 한 여자를 두고 사랑 싸움을 벌여야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매지간의 관계가 비정상적인 구도로 치닫는 경우도 많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가 그 대표적 경우.

이복자매가 한 남자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싸워 결국 언니인 아리영이 남자를 차지했다.
<황금마차>에서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낳은 딸을 친동생에게 맡겨 미혼모를 만드는 등 희생을 강요한다.
KBS 드라마 <저 푸른 초원위에>의 경우 주인공의 이모가 청혼했지만 거절당한 남자선배와 엮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부적절한 관계'의 끝은 어디인가.
멈출 줄 모르는 쳇바퀴처럼 돌고 돌며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방송 드라마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