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에 대한 리뷰를 올려야 방문자가 그나마 늘어난다...라는 기본적인 원리에 충실하는 것이, 까탈스러운 나에게는 왠지 꺼려지는 일이었기에 그 동안 영화 리뷰를 듬성듬성 올렸었는데, 그래도 몇 명이라도 늘어난 구독자를 보면 괜히 기분 좋아지는 소소한 탐욕을 이기지 못해 악마에게 홀린 듯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대한 리뷰를 올려본다.
일단 여러 글들을 읽어본 결과, 원작인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이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임을 깨달았다. 여간해서 소설보다 영화가 좋기 어려운 법인데 이 영화는 그것을 뛰어넘은 모양이다. 상당히 많은 글에서 영화가 소설보다 낫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소설에서 악마로만 묘사되었다고 하는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캐릭터에 인간미를 부여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미란다가 평면적인 악마의 모습만 보였다면 영화는 더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악마를 벗어나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는 한 사회 초년생의 고민 정도 됐을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 이상을 다룬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미란다의 캐릭터가 입체적인 면을 띄게 됨으로 인해 관객은 패션계의 비서직이라는 것이 글을 쓰는 기자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훌륭한 직업임을 느끼게 된다. 아니, 조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가 맞겠다. 여전히 영화는 패션계를 악마와 악마 숭배자가 득실대는 고약한 곳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더 짙으니 말이다.
열린 마음으로 고리타분한 통념을 제하고 본다면 미란다의 비서직이라는 자리가 과연 그렇게 나쁜 곳이며, 그 일을 열심히 하려는 앤디(앤 헤더웨이)의 노력이 그토록 친구들에게 비난받을 행동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런 앤디의 노력이 프로 의식처럼 보였다. 돈 조금 주는 회사가 갖은 스트레스를 준다고 불평만 가득인 요즘의 내 생활을 비추어 볼때는 조금 과장해서 숭고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듬성듬성 삽입된 애인이나 친구들의 질타는 마음에 와닿질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미숙해보였다.
내 주변의 친구들이 성장한다. 그들도 어렸을 때는 꿈을 가졌을테다. 그들이 그 꿈대로 직업을 갖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패배자가 될 수는 없다. 변질됐다고 투정 부리는 것은 내가 그렇듯, 친구들도 미숙함을 벗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주길 바라는 유아적 이기심에서다. 성숙한 친구는 격려를 한다.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실한 삶의 태도일 것이며, 그것이 또 결국 장차 자신이 가졌던 꿈에 어느 형태로든 보탬이 될 수도 있다며 느긋한 맘으로 현재에 충실하렴...해주는 친구가 고마운 친구이다. 그 충고가 절대 방관은 아닐테니 말이다.
이런 생각 탓인지, 앤디가 남자친구나 친구들을 만나는 씬들이 영화를 잘 살려주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앤디의 고민이 진지함보다는 평면적인 이분에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막바지 남자친구에게 여태껏 명품을 걸쳤던 나는 내가 아니다..이런 수수한 내가 진짜 나다..라고 고백하는 앤디의 모습은 끔찍할 정도이다. 프라다를 걸치는 것이 어때서? 그것에 연연하는 것이 고작 앤디의 고민이고 이 영화의 주제인가..싶은 생각이 들면 섭섭하기까지 하다. 여태껏 프로 의식으로 주변 친구들의 서운함을 딛고 서서 훌륭하게 일을 하던 앤디의 모습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렇게 간단한 이분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보려 하지만 영화 마지막 부분, 기자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앤디의 면접관인 사장이 어쩌다가 잡지 같은 곳에 빠져서 일을 했냐고 묻는 질문을 들으면 정말 도리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나마 서두에 말했듯, 미란다의 캐릭터가 입체적인 것이 위안이 된다.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메릴 스트립의 힘일지도 모른다. 한 때 미란다의 비서였던 앤디의 경험이 헛지꺼리가 아니었다는 사실만이 조금의 위안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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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훌륭한 제목을 보고 처음 생각해낸 것은 상상플러스에서 대감들이 발표할 법한 재밌는 닉네임이었음을 밝혀둔다.
' 엄마는 브라자를 입는다.'
앤디의 친구들보다 더 유치하고 미숙한, 그러나 유쾌한 나를 비웃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