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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바/라/기 ---- 3막 5장

박대용 |2006.11.15 17:19
조회 10 |추천 0

작은 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막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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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사무소에 갔다온 지 일주일이 지나갔다.

아침에 장사를 나가려는데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불쑥 찾아왔다. 경찰 복장을 보자 까닭 없이 가슴이 철렁했다.

  "너희들이 시은이와 정우니?"

  "그런데요‥‥‥."

  시은이가 불안한지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나는 요아래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순경이란다. 확인을 해야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나와 함께 어디 좀 가야겠다."

  "네, 왜요?"

  시은이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가 보면 안다. 아마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저도‥‥‥ 가야 하나요?"

  정우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물었다.

  "그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글쎄 가 보면 안다니까."

  시은이가 다시 묻자 한 순경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한 순경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간 곳은 서울역이었다. 정우는 역사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며 한 순경의 뒤를 따라갔다. 왠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한 순경은 역전다방으로 들어갔다. 다방 안은 오전인데도 어두웠다. 테이블은 삼 분의 일 남짓 차 있었다.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나타나자 손님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다방 중앙에 놓여 있는 빈자리로 걸어간 한 순경은 출입구가 잘 보이는 쪽에 앉았다. 정우는 시은이와 함께 맞은편에 앉아야 했다.

  "너희들 우유 마실래?"

  여종업원이 엽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자 한 순경이 물었다.

  "아뇨."

  시은이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정우도 곧바로 머리를 저었다.

  "그래? 그럼 커피 한 잔 주세요."

  한 순경이 말하자 여종업원은 아랫입술을 쭈삣 내밀고는 멀어져 갔다.

  정우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열한 시 오 분 전이었다. 한 순경의 눈치를 보건데 열한 시에 이곳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한 것 같았다. 도대체 누구를 만나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출입구 쪽을 힐끗거리며 살피고 있는데 여종업원이 커피를 갖고 왔다. 그 바람에 입구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어, 여기에요."

  여종업원이 커피를 놓고 멀어져 가려는 순간, 한 순경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정우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벌떡 일어났다. 놀랍게도 짜부가 거대한 몸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삼 년 반이 지났는데도 짜부는 조금도 변한 게 없었다.

  "일찍 오셨네요."

  경찰관이 말하자 짜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목례를 했다.

  "야, 앉아."

  영문을 모르는 시은이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비로소 경찰관이 짜부를 만나 뭘 확인해 보려는지 알 것 같았다. 바로 호적 신청 건 때문이었다. 모든 게 끝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벌렁거리며 숨이 가빠 왔다.

  짜부가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정우는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어 털썩 주저앉았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순경의 의례적인 말에 짜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몹시 화가 나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틀 전에 제가 말씀 드렸던 것처럼 확인을 좀 해 주셨으면 해서요. 이 아이들이 아주머니가 데리고 있었던 꽃님이와 해수가 맞습니까?"

  한 순경이 윗주머니에서 종이와 볼펜을 꺼내며 물었다.

  정우는 호흡이 가빠와 시은이를 돌아보았다. 시은이도 비로소 모든 상황을 눈치챘는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짜부가 면도날 같은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정우는 그녀의 시선을 맞받을 용기가 나지 않아 슬그머니 고개를 떨구었다, 신발코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짜부의 낮으막한 음성이 벼락처럼 귀청을 때렸다.

  "맞아요."

  정우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번쩍 들고 짜부를 보았다. 짜부는 독기어린 눈으로 힐끗 돌아보더니 시선을 스르르 한 순경에게 돌렸다.

  "확실하죠?"

  "흥! 내가 사 년이나 델구 있었는데 모르겠수?"

  짜부의 음성이 마치 환청처럼 들려 왔다.

  "좋습니다. 그럼 여기 확인란에다 서명을 좀 해 주시죠."

  한 순경이 짜부에게 볼펜을 건네 주며 말했다. 짜부가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삐뚤삐뚤한 글씨로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이름을 차례 대로 적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순경이 서류를 접어서 윗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너희들‥‥‥."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한 순경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짜부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정우와 시은이를 차례대로 가리켰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정우는 고개를 치켜들고 짜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짜부의 작은 눈에서 파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프라이팬을 들고 광분할 때의 바로 그 눈빛이었다.

  "엿 같은 세상, 잘 살어! 만에 하나‥‥‥."

  짜부가 마치 씹어서 뱉듯이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었다.

  "제 밥그릇도 못 챙겨 먹고 비실비실하다 걸리면‥‥‥ 내 손에 맞아 뒈질 줄 알어!"

  짜부는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거대한 살을 흔들면서 성큼성큼 다방을 나갔다.


 

 

 

 

[KIES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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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연' OST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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