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보기에 매우 어눌해 보이는 한 남자가 매우 순수한 눈빛으로 작은 수첩을 보고 있다. 그 수첩에는 '술을 먹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 라고 보통사람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시시한 문구가 적혀있다. 이 남자의 과거에는 무엇이 있길래 이러한 사소한 일상들을 적힌 내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할까? 영화 는 김래원의 어눌한 표정과 촌스러운 옷차림으로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하면서 시작한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동경, 기다림, 그리움이다. 이 처럼 이 영화에는 가족에 동경,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간직한 한 남자의 개과천선 드라마이다. 영화으로 삶의 공감대을 관통하는 캐릭터와 재치만점 대사의 유쾌함으로 관객들을 행복하게 했던 강석범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실제 가족같았던 김래원 허이재 김해숙]
"어디선가 누군가가 희망이 필요할까봐.. 오랫동안 정성들여 이 영화를 선물합니다"라고 감독의 변을 밝힌 강석범감독의 이 작품은 김래원이란 배우의 새로운 모습과 해바라기의 꽃말 처럼 등장하는 모두의 캐릭터가 자신만의 해바라기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 그 해바라기를 갖지 못하고 주저 앉는 즉, 인생살이의 어려움이 바로 그것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는 영화이다.
의 영화는 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조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가족과 사랑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연출한 강석범 감독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악역은 조폭으로 보기 힘들다. 즉 각각의 악역들도 자신만의 목표와 꿈,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점에서는 열혈남아 처럼 조폭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캐릭터들이 자신의 목표와 꿈을 이루지는 못한다."라고 밝혔다.
앞에서 말했듯 어눌해 보이는 한남자 태식(김래원)은 다소 꾸부정하고 남들의 시선에 두려움을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기차를 타고 호두과자를 목이 매도록 먹는다. 호두과자를 한입 가득 넣고 조그만 수첩을 하나 꺼내 '호두과자먹기'라는 문구에 X표를 그어가며 무엇인가를 해낸 표정을 짓는다. 10년간의 감옥살이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희망수첩' 때문이었다. 태식은 희망수첩에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적으면서 절망뿐이던 삶에 자그마한 희망을 새긴다.
가석방 후 고향을 찾은 태식은 희망수첩을 선물한 해바라기 식당 주인 덕자(김해숙)를 찾는다. 무슨 이유에선지 덕자를 '어머니'라 부르는 태식이다. 매사 틱틱거리지만 왠지 밉지 않은 덕자의 딸 희주(허이재)와 태식, 덕자는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태식에게 손가락질을 하지만 덕자와 희주를 지키키 위해 그는 새 사람이 되려 애쓴다. 그러나 태식의 '시다바리'였던 양기와 창무, 경찰이 된 고교 동창 민석 등은 그의 변화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해바라기의 조연 김병옥, 김정태, 지대한, 한정수]
[이 네명의 조연의 연기 역시 주목 해야 한다]
그렇게 인내하고 속으로 삭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그는 피해자 가족의 일원으로 동화하기를 희망한다. 피해자의 어머니와 희주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고 해낼 각오로 새 인생을 사려는 오태식에게 저주 받은 운명처럼 또 다시 불행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덕자가 운영하는 해바라기 식당 주변에 대규모 상가 건물을 짓고자 하는 전직 포주인 시의원 조판수(김병옥)와 휘하 건달 양기(김정태),창무(한정수)일당은 식당 철거를 위해 지속적인 괴롭힘을 시도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오태식에게 소박한 행복의 희망과 동경을 안겨준 이들모녀와의 달콤한 시간은 조판수 일당과의 갈등과 대립각으로 시시각각 파국으로 치닫는다.

[간단회장에서 다정한 母子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래원 김해숙]
어찌 보면 끝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뻔히 보이는 패턴이 있는 영화이지만 관객들을 움직이는 것은 플롯의 치밀함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닐까 한다. 이 영화를 보면 더 이상 김래원에게는 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의 구동혁의 역활에서 처럼 밖으로 내지르는 연기가 아닌 내적 연기와 외적연기가 적절하게 융화되어 그의 연기가 한결 부드럽고 매끄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가 처럼 조폭적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가족애를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러한 영화들은 조폭장르의 영화가 충무로에서 얼마나 더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가능성의 증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들 정도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김해숙]
영화가 끝난 후 간담회에 참석한 김해숙은 좀처럼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감정선의 연장이 되어있듯 계속 애틋하고 슬프게 눈시울을 적혔다. 간담회에서 김래원은 10년전에 일대를 장악했을 정도로 잔인했던 태식이 가석방 후 어눌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캐릭터 연구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태식의 지난날을 돌이켜 보고 실수로 사람을 죽였지만 10년뒤 사회에 나온 후 많이 변한 세상에 대한 겁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들어 캐릭터의 포맷들이 나온 것 같다" 라고 밝혔다.
또한 김래원은 "지난 13년간 본의 아니게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고 모든 결정을 자신이 다 내려야 하는 상황이였으며 그 상황이 다 옳은줄만 알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내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을 때 이 시나리오를 받아 출연결정을 하게됐다" 라고 밝혔다.

[시사회장에서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허이재]
제2의 김태희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은 허이재는 간담회 내내 시종일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영화 간담회라는 설레임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느낌이였다. "영화를 보신 후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 그리고 제 공주병 역활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라며 영화속 밝은 캐릭터에 대해 자신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도 밝혔다.
실제 가족처럼 보였던 김래원, 김해숙, 허이재 이 세사람은 기자 언론시사회 내내 다정함을 잃지 않았다. 이 영화는 조금씩 변해가는 조폭영화, 혹은 남성영화의 트랜드를 놓치지 않은 채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내려 애를 쓴다.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라 하더라도 배우들이 뿜어내는 연기력과 다소 과장되지 않은 구성들의 호흡도 매우 좋다. 하지만 관습적은 시나리오의 모습들이 새롭고 참신한 시놉시스를 기대한 관객으로 하여금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강석범감독과 세 주연배우]
하지만 한 남자의 해바라기 동경, 그리움이 빼곡히 적혀있는 '희망수첩'이라는 매개체를 두어 이 사소한 희망조차도 이루어지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느끼게 해주는 강석범 감독의 연출력이 가슴에 뭉쿨함을 전해주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