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김장철이 다가 왔습니다.
매년 요맘때쯤 격는 일이지만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선 배추값 비싸 주부들이 김장 배추 사느라 쩔쩔 맵니다.
그러나 반면 시골에선 팔리지 않는(?) 배추 갈아 없는라 고생입니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한쪽에선 비싸서 못 사고 한쪽에선 너무 싸서 갈아 없고...
수십년 된 우리나라의 진풍경입니다.
올 여름엔가 아고라에 어떤 다른 촌놈이 배추 값 한 포기에 5백원은 되야 수지타산 맞는다고 글을 썼습니다.
제가 겪은바. 배추 한 포기 5백원이면 10년 뼈빠지게 돈 처발라 명문대 졸업해서 대기업 취업해서 월급쟁이 하는 거보다 벌이가 났습니다. (물론 땅이 있어야 하지만... 막말로 10년 뼈빠지게 학원에 돈 처바를 돈이면 시골에 몇 만평 땅 삽니다. -쪽집게 과외 한 과목에 한 달 평균 1백만원씩이라죠?-)
저는 어릴적부터 배추, 무밭 갈아 업는거 숱하게 봤습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 구조가 정말 가관입니다.
이 동네서 50분만 고속도로타고 나가면 수백만평의 배추밭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시장에서 배추 도매 받아 올 때는 한 시간 반 달려서 서울에서 받아 옵니다.
웃기죠?
농사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죠.
아무리 기술 좋아 좋은 제품 만들어도 못 팔면 망하는거 아닙니까.
농사도 마찬가집니다.
아무리 질 좋은 농산품 생산해도 못 팔면 망하는 거거든요.
중소기업은 유통 대기업의 횡포에 망한다지만 농민들은 작은 도매 업체들에게도 무지막지한 횡포를 당합니다.
1년... 솔직히 1년 다 고생 안합니다.
배추가 어디 1년 동안 자란답니까.
배추 아무리 길어야 90일이면(석달) 출하 가능합니다.
뭐 이것저것 준비해서 5개월이면 배추 한 철 농사 짓습니다.
5개월 고생해서 1년 먹고 산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배추란 것이 보관 기간이 짧습니다.
1주일이면 시들고 벌레 생기고 해서 판매 못합니다.
1주일안에 쇼부 못보면 그해 농사 망합니다.
그래서 도매상에게 2백원이 아니라 백오십원씩 넘깁니다.
왜냐...
3천만원 빚지는거보다 2천만원 빚지는게 그나마 났지 않습니까.
그러면 5개월 농사 짓고 반년 넘게 땅을 놀리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5개월 농사 짓기 위해 7개월 준비하는게 농부입니다.
그 안에 다른 농사 지을 수도 없습니다.
11월에 수확하는 배추 그 후에 한 겨울인데 뭘 심겠습니까.
그렇다고 4월에서 7월사이 배추 또 심는다고 다 팔리지도 않고 8월에 추수하는 고추를 심을 수도 없고...
배추 심는 밭에 옥수수는 안될 말이고 감자나 고구마를 심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11월 김장철 하나 보고 배추 농사 짓는 겁니다.
도시 사는 사람들 배추 이파리에 구멍하나 뚤려도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구멍 하나가 아니라 이파리 너덜너덜한거에 삼겹살 쌈싸서 잘만 먹습니다.
벌레가 먹던거 사람이 좀 먹으면 어떻습니까.
우리 먹는거엔 농약 안칩니다.
그래서 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고 합니다.
그런데 도시에 팔 물건들엔 농약 꼬박꼬박 칩니다.
그래야 때깔도 좋고 도시 사람들도 좋아합니다.
반면에 농약값에 인건비에 생산비는 몇 배로 더 들어갑니다.
농산물은 사실 직거래가 힘듭니다.
왜냐...
유통구조가 형성이 안돼 있어서 중간 도매상에 거의 대부분을 의지하다보니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헐 값에 팔고 소비자는 소비자들 나름대로 비싼 가격에 소비를 해야 하는 정말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유통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20여년 지켜보니 농협도 한계가 있더군요.
이건 똑똑한 생산자와 똑똑한 소비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거 같습니다.
올해는 이미 늦은거 같고...
그러나 혹시라도... 지금도 밭 갈아 업는 농부가 많으니까...
각 지역 농협에 문의 하시면 배추농사 무농사 고추농사 짓는 생산자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생산자가 농협 조합원이면 더 정확한 정보를 구할 수 있겠죠.)
배추나 무 같은 경우 1년에(봄 4월부터 시작해서) 2~3번 정도 경작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생산자의 정보를 구하신 다음에 미리 예약을 하시면 아주 싼 값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나름 대학물 좀 먹었다는 놈이지만 계속 촌구석에 살고 있습니다만 요즘 시골도 예전같지 않아서 알거 다 압니다.
택배비 빼고도 소매시장에서 3천원씩 사먹는거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농산물에 대해서 정말 똑똑한 소비를 원하신다면 각 지역별(요즘은 지역별로 특산물이 다양하기 때문에) 농협이나 농수산물 도매센터에 문의 하시면 쉽고 편하게 신선하고 값싼 농산물을 구매 하실 수 있습니다.
이상 배추밭 갈아 업는거 보고 온 촌놈이였습니다.
출처:다음 아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