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번 사시면접은 코드면접이었네!

최용일 |2006.11.28 10:39
조회 55 |추천 0
 

사시 면접에서 사상 최대 인원인 7명이 불합격하여 탈락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지난 10년 동안 면접 불합격자가 단 1명이었다니 한꺼번에 7명이 불합격한 것은 사법시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부적격자'로 분류돼 심층면접에 회부된 26명의 응시자들의 사상적 편향성을 놓고 말들이 많았었다. 한쪽에서는 국가관이나 사상적인 문제가 있는 법관 후보자가 26명씩이나 되느냐는 말이 많았던 반면 정반대로 시류에 편승하여 법관의 자질과는 무관한 불필요한 사상적 검증을 하는 것이 마타도어가 아니냐는 반박을 하는 등 색깔논쟁이 점입가경이었다.


생각있는 국민들이라면 그런 논쟁이 그저 이미 흐릴 대로 흐려진 정치판도 아니고, 언론계도, 노동계도 아니고,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어느 새 반진흙탕이 돼버린 교육계도 아닌 엉뚱한 곳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불쾌했었을 것이다. 이미 대통령 탄핵사건과 헌재소장 코드인사 사건에서 단초를 보긴 했었지만 미래의 사법부 지도자들을 뽑는 시험에서 당당하게 우리의 주적은 미국이라든가, 북핵은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라는 소신발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좌익불감증에 걸린 것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어제까지는 그래도 내가 속없이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그런 좌익성향의 26명중 상당수가 최종면접에서 탈락할 것이라며 그게 옳으니 그르니 하며 설레발을 떠는 좌우익 언론의 난리 부르스 때문이었다. 아직도 그런 중요한, 그것도 대통령의 코드에 반하는 그런 심층면접을 할 수 있다는 사법부의 독립성에 그나마 안도했던 나야말로 순진한 놈이었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사법부는 역시 독립적이지도 않았고 국가안위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또 다른 또라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주접을 떨던 언론보도와는 달리 26명의 심층면접 요시찰 인물이 다 색깔문제에 연루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답변을 한 응시생은 탈락한 반면, "주적이 미군"이라거나 “핵위협은 없다”고 답변한 응시생은 예상과는 달리 합격한 것이라는 보도를 접한 뒤끝은 씁쓸함이었다. 지난 10년동안 탈락한 숫자의 7배나 되는 탈락자를 낸 것 자체가 특종감이었는지는 몰라도 그게 무슨 색깔논쟁이거나 국가안위에 대한 사법부의 결단이 아니라 그저 수험생이나 면접관의 꼴통짓의 결과였음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단계 면접에서는 국가관과 윤리의식, 전문지식, 창의력, 발표력 등이 평가 대상이었지만 심층면접에서는 법률가적 생각과 답변 태도, 표현력 등이 핵심 평가 대상이었다는 공식 발표를 보면서 결국 법조계 역시 코드에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단계 면접에서 "주적(主敵)은 미국이다"고 대답했다가 심층면접에 회부된 한 응시자는 최종 단계에서 구제됐다. 이 응시자는 심층면접에서 "주위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들은 걸로 답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핵은 우리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가 심층면접을 받게 된 응시자도 탈락의 위기를 넘겼다. 이 응시자는 `부적격자'에 포함해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판ㆍ검사 임용이 아닌 사법시험 단계에서부터 배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우세해 간신히 합격했다는 것이다.


반면, 1, 2차 시험 성적이 우수했던 한 응시자는 법률가로서 자질을 검증하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 법조계 문턱에서 떨어졌다. 한 면접위원이 법률적 용어인 `정당방위', `긴급피난'을 염두에 두고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주먹을 휘두르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이 응시자는 "맞받아치겠다. 법은 멀리 있고 주먹은 가까이에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권'과 `채권'의 차이점 등 평이한 법률적 지식을 묻는 물음에 답변을 제대로 못한 응시자와 면접위원의 질문에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대답한 응시자들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면접관이나 법무부는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점에서 과오를 범한 것이다. 어제까지 26명의 부적격자가 있었는데 그들이 국가관이나 사상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흘린 것은 결국 현 정권의 코드를 부각시키는 아주 치졸한 PR효과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상적인 혼탁함과 국가안위에 대한 무개념을 드러내는 사람들조차 법조계의 미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암시인지 법조인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인지 무슨 의도인지 모를 일이다.


다른 한 가지 과오는 그런 자들은 사상적 자유니 다양성 인정이니 뭐니 해서 합격시켰다 치고,  법률소양 부족인 자를 불합격시킨 것인데 10년동안 불합격자보다 일곱배나 많았다면(사실은 더 되는데 충격완화 차원에서 일부는 구제했다고 함) 10년 이래 법조인 후보자의 지식수준이 과연 그렇게 저락한 것인지 법조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모를 일인데, 혹 로스쿨을 염두에 둔 코드 맞추기는 아닐까?


마지막으로 “법은 멀리 있고 주먹은 가까이 있다”고 대답했다 해서 성적이 우수한 응시생을 탈락시켰다고 하는데, 그건 왜 다양성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솔직한 게 죄인지 도통 모르겠다. 그 말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솔직하게 법조계 문제점과 비리를 말한 용기는 아닐까? 법관이나 검사는 겁쟁이만 돼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국가안위나 사상적으로는 문제 있어도 되는데 나서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로 들린다. 길거리에서 이유없이 주먹을 휘두르는데 맞고 있으면서, 아니면 남이 맞는 것을 보면서 법조문을 뒤지라는 말인가? 그런 무책임하고 비겁한 법조인을 양산하겠다는 말인가?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