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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김진석 |2006.11.29 15:41
조회 17 |추천 0

아이팟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2001년 10월 컴퓨터 제조회사 애플이 아이팟(iPOD)이란 MP3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처음 아이팟은 디지털 음악을 듣는 기계(MP3플레이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불과 5년이 지난 지금 아이팟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다. 이제 아이팟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현상이다. 1940년대의 라디오, 1950년대의 주크박스가 있었다면 2000년대엔 아이팟이 있다.

물론 아이팟이 처음부터 축복 속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내놓으면서 아이팟에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작다는 것, 다음은 얇다는 것, 마지막으로 5GB의 대형 하드 드라이브가 들어 있어 1000곡의 노래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초소형, 초박형, 대용량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3가지 특징을 말했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아이팟보다 더 작고 얇은 제품은 당시에도 많았다. 그나마 특징적인 것은 하드디스크를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은 보통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플래시메모리를 저장장치로 쓴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플래시메모리는 하드디스크보다 크기는 작아 제품의 소형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많은 노래를 넣을 수가 없다. 반면 하드디스크는 플래시메모리보다 충격에 약해 들고 다니는 MP3플레이어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하드 드라이브를 쓴 대용량 음악 플레이어도 이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었다. 당시 대만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출시한 노매드 주크박스(Nomad Jukebox)는 아이팟보다 4배나 큰 20GB 하드디스크를 단 제품을 팔고 있었다. 가격은 399달러로 아이팟과 같았다.

아이팟은 최초의 하드 드라이브형 플레이어도, 최대 용량도, 최저 가격도 아니었다. 기술적으로 획기적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가 말한 3가지 특징은 우리 제품은 ‘별 볼 일 없다’란 이야기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아이팟이 대단한 제품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2005년 4월 1000만번째로 만든 아이팟이 팔렸다. 소니는 워크맨을 출시한 뒤 3년간 300만개를 팔았다. 시장조사 회사 NPD그룹은 아이팟이 하드 드라이브형 플레이어 시장의 무려 92.7%를 점유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인라인을 타면서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다. 출근길 차 안에서도 아이팟은 노래를 한다. 독실한 유대인은 아이팟을 이용해 유대교의 음악을 듣는다.

아이팟이 성공한 것은 스티브 잡스가 말한 3가지 특징 때문이 아니었다. 아이팟이 처음부터 남다른 것은 디자인이었다. 애플은 원래 간결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아이팟은 뛰어난 디자인과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키보드 등 사용자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장치)에 뛰어난 음질로 전문가 대신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소비자 입에선 아이팟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와 강을 만들었다.

또 애플이 만든 감성적인 아이팟 광고도 한몫을 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저가의 아이팟 셔플이란 제품을 출시한 뒤 내놓은 광고 문구는 한동안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회자됐다. 당시 저가 아이팟 셔플은 액정창이 없었다. 또 원하는 곡을 선택해 듣는 기능도 없었다. 카드를 칠 때 다음 카드가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도록 무작위로 카드를 섞는 행위를 말할 때 쓰는 그 셔플이다. 나쁘게 말하자면 필수 기능이 빠진 저급한 제품이다.

애플이 당시 내놓은 광고 카피는 ‘인생은 셔플이다’. 인생은 그럴지 몰라도 제품이 그렇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것이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이팟 셔플을 사 자랑스럽게 차고 다녔다. 그것이 제품이 아니라 패션이고 문화코드였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에 밝은 사람들이 아이팟에 미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팟 속에 어떤 곡이 들어 있는지가 블로거들 간의 최고 화제였다. 아이팟에 대한 찬사의 뜻으로 자체적인 아이팟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언론도 아이팟이란 유행을 따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아이팟 관련 기사 한두 개를 다루었다. 아이팟은 주요 잡지와 신문을 장식했고 이 중 인기 있는 아이팟 재생목록을 정기적으로 싣는 곳도 생겼다. 예전 빌보드 차트가 음악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를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아이팟 재생목록 순서가 이를 대신한다.

소니 워크맨은 아이팟과 여러가지로 비슷한 제품이다. 세상을 바꾸어 놓은 전자제품, 전자제품이면서 패션 아이콘, 음악을 듣는 기계다. 그러나 두 제품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제조업자가 아니라 바로 사용자들이다. 워크맨을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그저 테이프를 듣는 것이다. 기계 자체가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없다. 반면 아이팟은 사용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법을 찾아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아이팟에 라디오 방송을 녹음해 듣기 시작했다. 이른바 파드캐스팅이다.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아이팟 제품이 나온 다음에는 영화 같은 동영상을 들고 다니며 보는 사람도 생겼다. 일부 신문사는 아예 기사를 아이팟에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기사를 읽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기사를 듣도록 하고 있다. 국내 방송사들은 아이팟을 이용한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9월 KBS가, 10월엔 CBS가 파드캐스팅을 시작했다.

워크맨 시대에는 방송사나 신문사가 이런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내용을 테이프에 담고, 팔고, 배달하기는 너무 힘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아이팟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기계가 아니다. 일단 얇고 가볍기 때문에 들고 다닐 수가 있다. 이런 특성을 기업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아이팟을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기계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계로 쓰고 싶어한다.

백강녕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 young10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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