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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박은성 |2006.11.29 23:28
조회 12 |추천 0

 

     1998년 여름 섬기던 교회의 청년들을 위해 두번째로 설교단에 섰을 때가 생각난다. 지난 밤 읽고, 읽고, 또 읽고, "실수 없이 담대하게 전하리라!" 떨리는 마음으로 단에 올라 낯설은 청년들 얼굴 한번보고 씨익 웃고서 천천히 시작했던 그 말씀은 여전히 나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모든 소유를 얍복강 저너머로 보내고 홀로 차가운 바닥에 누운 야곱의 이야기, 어려서 함께 뛰어 놀던 형들이 밀어넣은 어두운 구덩이에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요셉, 가졌던 권력과 명예, 물질을 뒤로하고 살인자가 되어 험한 시내산을 올랐던 모세, 그리고 바알을 이긴 기쁨 후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위협 앞에서 로뎀나무 아래 숨어 잠을 청하던 엘리야의 이야기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이들에게 이 인생의 자리는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확신컨데 그곳에서 그들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장차 맞을 아내들과 많은 양들을 얻고자 일할 때도 느끼지 못했고, 혼자 채색옷을 입고 부모님 앞에서 춤출때에도 보지 못했고, 애굽의 온갖 진미를 누릴때도 맛보지 못했던, 그리고 적에게서 영적 승리를 거두었다 생각했던 그 때 조차도 만나지 못했던 바로 그분은 그 어둡고 차갑고 험한 자리에 먼저가 그들을 기다리고 계셨다. 환난과 곤고로, 거절과 버림으로 홀로 남은 이와 간절히 만나길 원하셨던 그분이 거기에서 그들과 기꺼이 같이 눕고, 같이 일어나며, 함께 계셨다.

     그분과의 만남에는 어떤 다른 이유도 필요치 않다. 아버지가 돌아온 아들에게 팔을 벌리듯, 다시 만난 연인이 서로를 품듯, 그냥 그렇게 그냥 한껏 울고 힘차게 웃으면 된다. 그걸로 된다. 어떤 언어와 몸짓도 필요없다. 함께 있음에 때로 사랑한다는 말조차 짐이 된다. 그냥 같이함을 느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미 그가 안다. 당신의 눈물을, 미소를, 그 마음을. 오직 그만이 안다. 당신의 소망을, 사랑을, 미래를, 그리고 당신의 생을...

 

     그 날 예배가 마치고 혼자 젖은 눈으로 찾아와 잠시 인사했던 청년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그 때 이미 그 곳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밤 내가 다시 찾아 가려는 그 곳. 남겨진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분이 계신 바로 그 자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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